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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27. 2023

일상의 논어 <안연顔淵21>-숭덕 수특 변혹

崇德 脩慝 辨惑


樊遲從遊於舞雩之下 曰 敢問崇德脩慝辨惑 子曰 善哉問 先事後得 非崇德與 攻其惡 無攻人之惡 非脩慝與 一朝之忿 忘其身以及其親 非惑與

번지종유어무우지하왈 감문숭덕수특변혹 자왈 선재문 선사후득 비숭덕여 공기악 무공인지악 비수특여 일조지분 망기신 이급기친 비혹여


-번지가 무우 아래에서 따라 노닐다 말했다. "감히 덕을 높이는 법과 사특한 마음을 닦는 법, 그리고 미혹됨을 분별하는 법에 대한 여쭙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좋은 질문이구나. 일을 먼저 하고 이득은 뒤로 미루는 것이 덕을 높이는 것 아니겠느냐? 자신의 나쁜 점은 꾸짖고 타인의 나쁜 점은 꾸짖지 않는 것이 사특한 마음을 닦는 것 아니겠느냐? 하루아침의 분노로 자기 자신을 잃고 그 화가 부모에게까지 미치게 한다면 미혹됨이 아니겠느냐?"



<선진> 편 25장에서 중석이 '풍호무우風乎舞雩 - 무우에서 바람 쐬다'라고 말했던 바 있습니다. '무우'는 기우제를 지내는 장소의 뜻입니다. 기우제祈雨祭를 무우제舞雩祭라고도 합니다.


번지는 계씨 집안의 가신으로서 제나라의 노나라 침공 시 좌장군을 맡아 공을 세운 염유의 수하에 있다가 공자 말년에 제자가 되어 수레를 몰았습니다. 스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면서 대화의 기회를 많이 잡았기에 논어에는 어린 번지와 나이 든 공자의 질의응답 장면이 다수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안연> 편 10장에서 이미 '숭덕'과 '변혹'에 대한 자장의 질문에 공자가 어떤 답변을 내놓았는지 살펴본 바 있습니다. 자장에게는 '충과 신을 기본으로 삼고 의로 나아가는 것'을 '숭덕'이라 했고, '사랑할 때는 그가 살기를 바라고 미워할 때는 죽기를 바라니 전에는 살기를 바랐다가 다시 죽기를 바라는 것'을 미혹이라 하였지요. 제자 맞춤형 가르침에 능한 공자는 번지에게 답을 달리합니다.


덕을 높이려면 이익을 앞세우지 말고 일을 우선하라고 공자는 말합니다. 이는 <옹야> 편 20장에서 공자가 번지에게 했던 다음의 말과 맥락이 같습니다. '인자선난이후획 가위인의 仁者先難而後獲 可謂仁矣 - 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얻는 것을 나중에 하면 인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어려운 일인 공적인 일을 먼저하고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사적인 일은 나중에 하라는 것이지요. 부자들과 기업들의 사적 이익을 챙겨 주느라 국민 대다수에게 난방비 폭탄을 떠넘기고는 이치에 맞지도 않는 전 정부 탓에 열을 올리는 자들의 덕이 높아질 까닭이 없는 것이지요. 


공자는 미혹되지 않으려면 분노를 조절하라고 말합니다.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정신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으니 헛짓거리를 하기 마련이지요. 툭하면 화를 내는 리더에게 아랫 사람들이 직언하기는 쉽지 않은 법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치가 다시 후진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지요. 


번지는 '수특脩慝'을 추가로 물었습니다. 수특이란 '요사스럽고 간사하며 악독한 마음을 닦다'의 의미입니다. 자기의 허물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야말로 군자 곧 리더가 갖춰야 할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본인 잘못임을 누구나 아는 데도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오히려 자기 잘못을 지적하는 언론과 국민을 공격하는 리더는 리더의 자격이 없습니다. 


공자를 태운 수레를 몰던 번지가 작금의 우리나라를 보면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한국인들이여, 무슨 생각이었던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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