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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y 14. 2023

일상의 논어 <위령공衛靈公23>-서恕

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자공문왈 유일언이가이종신행지자호 자왈 기서호 기소불욕 물시어인


-자공이 물었다. "한마디 말로 평생토록 실천할 만한 것이 있는지요?" 공자가 말했다. "서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아야 한다.'  



앞에서도 정리한 바 있지만 서()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의 합자이니 곧 나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이 다르지 않음을 아는 능력입니다. 타인의 마음과 같아지는 것이니 역지사지를 통한 공감과 같습니다. 


석가모니가 말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자신의 존귀함에 대한 각성이라기 보다는 모든 인간의 그것에 대한 선언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중함을 안다면 타인 역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개념이 있어야 하겠지요.


'기소불욕 물시어인'은 <안연> 편 2장에 등장했던 표현입니다.


https://brunch.co.kr/@luckhumanwork/1084


하지만 현실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서와 거리가 멉니다. 인간의 눈에는 차이가 먼저 들어오기 때문이지요. 분별심의 작동입니다. 모두가 수양을 하지 않는 이상 겉모습은 달라질지언정 인간 사회의 본질이 변하기 어려운 까닭이기도 합니다. 


분별심보다 더 큰 문제는 분별심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주체들의 존재입니다.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강자의 논리를 약자들에게 교묘히 주입시켜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 능력을 어지럽힙니다. 강자가 약자들에 대한 폭력을 자유로 둔갑시키고 보란듯이 약자들을 모욕하는 언사를 서슴지 않아도 그들이 강자의 논리를 추종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서()를 실천하기란 참으로 난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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