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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y 18. 2023

일상의 논어 <위령공衛靈公25>-궐문闕文

子曰 吾猶及 史之闕文也 有馬者 借人乘之 今亡矣夫

자왈 오유급 사지궐문야 유마자 차인승지 금망의부


-공자가 말했다. "나는 사관이 궐문하는 것과 말을 가진 사람이 남에게 타도록 빌려주는 것을 볼 정도였는데 지금은 없어졌구나."



'궐문'의 사전적 정의는 '문장 중에서 빠진 글자나 글귀'입니다. 여기에서는 '문장 중에서 글자나 글귀를 빼다'의 뜻입니다. 


사관이라면 주관성을 배제한 채 있는 그대로의 역사적 사건과 현상을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가진 사람이지요. 그런 사람이 궐문한다는 것은 주관성을 개입시키지 않고는 내용을 채울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사실적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거나 의도적으로 비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당대에 결론을 명확히 할 수 없는 진행 중인 사건일 경우에 해당되겠지요. 자신의 한계, 시대의 한계를 두루 인정하는 겸손한 태도입니다. 후자라면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어떤 변명을 한다 해도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요 책임을 방기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여기에서는 당연히 전자에 해당될 것입니다.


자신의 말을 타인에게 빌려준다는 것은 요즘으로 치면 자동차 키를 내어 주는 것에 비견될 것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요. '내 것'에 대한 소유 관념이 없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다른 말로 나눔의 정신이지요. 세상 그 무엇도 내 것이었던 적이 없고 영원히 내 것으로 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지나친 소유욕이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순환의 이치를 따르지요. 호흡하는 인간의 모습 자체가 우주 자연의 거대한 순환 법칙의 일부임을 증거합니다. 


전후의 문장이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이지만 하나는 겸손한 태도와 나눔의 정신이 사라진 시대를 비판하기 위해 끌어온 예일 뿐입니다. 그것이 현대적 관점에서 다소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지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느닷없이 자유의 전사로 등극하여 세상을 적과 아군으로 구분한 채 힘센 아군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 줄 듯이 행동하는 대통령은 자신의 한계, 시대의 한계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오만한 자인 것이지요. 부자들의 세금을 깎고 각종 혜택을 챙겨 주면서 재정 부담을 어려운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그가 나눔의 정신과 얼마나 거리가 먼 사람인지를 보여 줍니다. 나눔의 정신이란 곧 더불어 함께하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그것이 결여된 그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리더는커녕 구시대의 유물인 형편 없는 수준의 또 한 명의 독재자에 불과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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