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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02. 2023

일상의 논어 <계씨季氏1>-균화안均和安

季氏將伐顓臾 冉有季路見於孔子曰 季氏將有事於顓臾 

孔子曰 求 無乃爾是過與 夫顓臾 昔者先王以爲東蒙主 且在邦域之中矣 是社稷之臣也 何以伐爲 

冉有曰 夫子欲之 吾二臣者皆不欲也 

孔子曰 求 周任有言曰 陳力就列 不能者止 危而不持 顚而不扶 則將焉用彼相矣 且爾言過矣 虎兕出於柙 龜玉毁於櫝中 是誰之過與 

冉有曰 今夫顓臾 固而近於費 今不取 後世必爲子孫憂 

孔子曰 求 君子疾 夫舍曰欲之而必爲之辭 丘也聞有國有家者 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 蓋均無貧 和無寡 安無傾 夫如是 故遠人不服 則脩文德以來之 旣來之則安之 今由與求也 相夫子 遠人不服 而不能來也 邦分崩離析 而不能守也 而謀動干戈於邦內 吾恐季孫之憂 不在顓臾 而在蕭牆之內也

계씨장벌전유 염유계로현어공자왈 계씨장유사어전유 

공자왈 구 무내이시과여 부전유 석자선왕이위동몽주 차재방역지중의 시사직지신야 하위벌위

염유왈 부자욕지 오이신자개불욕야 

공자왈 구 주임유언왈 진력취열 불능자지 위이부지 전이불부 즉장언용피상의 차이언과의 호시출어합 귀옥훼어독중 시수지과여 

염유왈 금부전유 고이근어비 금불취 후세필위자손우 

공자왈 구 군자질 부사왈욕지이필위지사 구야문유국유가자 불환과이환불균 불환빈이환불안 개균무빈 화무과 안무경 부여시 고원인불복 즉수문덕이래지 기래지즉안지 금유여구야 상부자 원인불복 이불능래야 방분붕이석 이불능수야 이모동간과어방내 오공계손지우 부재전유 이재소장지내야 


-계씨가 전유 땅을 정벌하려 하자 염유와 계로가 공자를 찾아와 말했다. "계씨가 전유에서 일을 벌이려고 합니다." 

공자가 말했다. "구야, 이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냐? 전유는 옛 선왕이 동몽의 제주로 삼으셨고. 나라의 영역 안에 있으며, 사직의 신하인데 어찌 정벌하려 하는 것이냐?"

염유가 말했다. "대부께서 그리하려는 것이지 저희 두 가신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구야, 주임이 말하길 "힘을 다해 벼슬자리에 나아가더라도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은 그만두어야 한다"고 했다. 위태로운데도 돕지 않고 넘어지는데도 붙잡아 주지 않는다면, 그런 가신을 어디에 쓰겠느냐? 또한 네 말은 그릇되었다. 호랑이와 외뿔소가 우리에서 나오고 거북 껍데기와 옥이 보관함에서 훼손되었다면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더냐?"

염유가 말했다. "지금 전유는 견고하고 비 땅에서 가깝습니다. 지금 취하지 않으면 후세에 반드시 자손들의 우환이 될 것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구야, 군자는 자기가 그것을 원한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위해 핑계대는 것을 싫어한다. 내가 듣기로 나라가 있고 가문이 있는 사람은 적음을 근심하지 않고 고르지 않음을 근심한다. 가난을 근심하지 않고 불안을 근심한다. 고르면 가난이 없고, 화합하면 적음이 없으며, 편안하면 사특함이 없다. 무릇 이와 같은 까닭에 먼 곳의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으면 문덕을 닦아 그들을 오게 하고, 오면 편안하게 해줘야 하는 것이다. 지금 유와 구 너희들이 대부를 돕는다는데 먼 곳의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고, 오게 하지도 못하며, 나라가 갈라지고 무너지고 흩어지고 쪼개지는데도 지키지 못하면서 나라 안에서 무력을 움직이고자 도모하고 있구나. 내가 염려하는 것은 계씨의 근심이 전유에 있지 않고 집안에 있다는 것이다."



<선진> 편 25장에 이어 논어에서 두 번째로 긴 구절입니다. 


우리가 앞에서 알게 된 대로 염유와 자로는 계씨 집안의 가신이 되었지요. 출세 지상주의자 염유는 사실상 공자로부터 파문 당하게 된다는 것을 <선진> 편 16장에서 본 바 있습니다. 


자로는 계씨 집안에서 일하는 것에 회의를 갖고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논어에 드러나 있는 그의 언행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위에서도 자로는 아무 말 없이 염유와 스승의 대화를 듣고만 있습니다. 


공자는 먼저 리더를 보좌하는 참모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일러 줍니다. 리더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충언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저 명령을 따르기만 하는 자는 진정한 참모와 거리가 멀다는 것입니다. 이 정부의 관료들이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복의 자격이 없는 이유이지요.


대화 속에서 염유는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고 맙니다. 사실은 자신 또한 계씨의 뜻에 동조하고 있다는 본심이 드러나지요. 전유라는 땅을 복속함으로써 삼환의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속셈인 것입니다. 영토는 물론 물자와 노동력을 확보하는 만큼 가문의 힘이 증대될 것이니까요. 그러면서 비겁하게 자손을 핑계 삼다가 공자에게 한소리 듣고 있습니다. 불인(不仁)한 자들은 항상 거짓말을 둘러댑니다. 때로는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해서 자신이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조차 기억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맙니다. 그러다 보면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을 쏟아내기도 하지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666/0000012612?sid=100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394065?sid=100


공자의 핵심 가르침을 정리하면 균(均), 화(和), 안(安)입니다. 균(均)은 균등이요 우리 시대의 언어로는 평등입니다. 평등의 가치가 실현될 때 가난이 극복된다는 통찰은 예나 지금이나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 기조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지요. 


화(和)는 말 그대로 화합입니다. 자신들의 기득권과 부동산 가격 유지라는 천박한 이기심으로 무자격자에게 표를 던지는 자들이나 그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는 자나 나라가 망하건 말건 분열을 통한 이익을 우선시하는 파렴치한 인간들입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어린이와 부녀자, 노약자를 우선 배려하는 것이 상식이듯, 나라가 어려우면 부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정부는 그 돈으로 어려운 국민의 삶을 보듬는 것이 기본입니다. 화합하면 적음이 없다는 공자의 말은 왜 이 시대에는 모든 것이 부족한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 됩니다.  


끝으로 안(安)은 불안의 해소입니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존재론적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지요. 지금처럼 경제가 파탄나고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협 받고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와 노동자들의 불안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AI와 로봇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구성원 모두의 불안을 강화합니다. 하이데거의 통찰처럼 피투된(being thrown) 존재자로서 자신의 실존적 가능성을 자각하고 미래를 향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기투할(project) 수 있는 인간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출산율 저하의 근본 원인 역시 바로 이 불안이지요. 불안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기본권조차 말살하면서 국민에게 몽둥이 찜질을 해대는 정권이 있는 한 이 시대의 불안은 사람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뒤흔들 것이며, 자칫 나라와 우리 후손들의 미래까지 암담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국민의 각성과 저항, 그리고 총선에서의 압도적 승리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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