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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n 03. 2023

일상의 논어 <계씨季氏2>-예악정벌禮樂征伐

孔子曰 天下有道 則禮樂征伐自天子出 天下無道 則禮樂征伐自諸侯出 自諸侯出 蓋十世希不失矣 自大夫出 五世希不失矣 陪臣執國命 三世希不失矣 天下有道 則政不在大夫 天下有道 則庶人不議

공자왈 천하유도 즉예악정벌자천자출 천하무도 즉예악정벌자제후출 자제후출 개십세희불실의 자대부출 오세희불실의 배신집국명 삼세희불실의 천하유도 즉정부재대부 천하유도 즉서인불의


-공자가 말했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예악과 정벌이 천자로부터 나오고, 천하에 도가 없으면 예악과 정벌이 제후로부터 나온다. 제후로부터 나오면 대개 열 세대 안에 잃지 않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로부터 나오면 오대 안에 잃지 않는 경우가 드물며, 가신이 국명을 처리하면 삼대 안에 잃지 않는 경우가 드물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정사가 대부에게 있지 않고, 천하에 도가 있으면 서민들이 항의하지 않는다. 



굳이 숫자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고, 현대적 관점에서 내용을 이해할 필요성이 있는 구절입니다.


'예악'이라는 단어는 <선진> 편 1장에 처음으로 등장한 바 있습니다.


https://brunch.co.kr/@luckhumanwork/1064


예와 악의 개념에 대해서는 <태백> 편 8장을 참고하십시오.


https://brunch.co.kr/@luckhumanwork/1015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면 '예악'은 내치요 '정벌'은 외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자의 주장은 내치외교란 반드시 정통성을 갖춘 리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압축됩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나라이므로 정통성이란 곧 정부 수반의 자격과 관련됩니다. 선거 제도란 형식에 불과하지요. 히틀러를 정통성 있는 리더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은 그에게는 그런 자질과 능력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승만은 독립운동가 이력을 분식하여 하와이의 동포들을 등쳐먹었고, 해방 후에는 미 군정을 등에 업고 친일파들을 세력 삼아 정적들을 잔인하게 제거하여 사실상 국가 권력을 찬탈했습니다. 친일 청산의 역사적 과제를 좌절시킨 반역자요, 이 나라에 독재 정치의 씨를 뿌리고 우리 사회의 모순을 구조화한 원죄자와 같습니다.


이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의 군부 독재야 말할 것도 없고, 정권을 잡기 위해 수구 세력과 결탁하더니 IMF 외환 위기를 초래한 김영삼이나 무능과 탐욕의 화신이었던 박근혜, 이명박을 보노라면 수구 세력의 리더들이 하나 같이 얼마나 부적격한 자들이었나를 알 수 있지요. 독재자들과 맞서 싸운 민주 투사들의 피와 불철주야 산업 현장을 지켰던 노동자들의 땀이 아니었다면 이 나라는 여전히 독재 정치 하에서 신음하는 세계 최빈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정치적 역량이 전무한 불인(不仁)한 자에게 권력을 헌납하니 민주적 리더들과 국민들이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지요. 공자의 표현을 빌면 리더의 정통성을 갖지 못한 가신 수준의 인물이 국명을 처리하는 꼴이니 나라가 온전히 유지될 리 만무한 것입니다. 국가는 곧 국민이니 국민에게 도(道)가 없었기에 정사가 결격자의 손에 좌우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이지요. 


'천하유도 즉서인불의'는 '나라에 도가 있으면 서민들이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다'와 같이 해석하면 안 됩니다. 의(議)는 항의(抗議)의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민중은 정치에 가장 민감한 존재이지요. 오직 무위(無爲)의 리더십이 잘 펼쳐질 때 민중은 굳이 정치에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갈 뿐입니다.    


<<주역>> 2괘 중지곤괘 육오 효사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육오 황상 원길 六五 黃裳 元吉 - 황색 치마니 매우 길할 것이다.' 황색 치마는 임금의 덕이 넓게 퍼져 나가는 모양에 대한 은유입니다. 수확을 앞둔 황금빛 가을 들녘처럼 리더의 덕이 사방에 넘실거리는 형국입니다. 이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농부의 얼굴에 가식없는 미소가 흐르고 있다면, 무위의 덕치가 미풍처럼 국민들을 어루만지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리더가 리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국민이 마음속으로 리더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지금 이 나라의 리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는 매일 국민들에게 염장 지르는 말을 쏟아내며 황색 대신 잿빛으로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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