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에서 쳇 베이커의 ‘마이 퍼니 발렌타인(My Funny Valentine)’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로니카는 커피잔을 들고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에 비친 로니카의 모습 위로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창문에 달라붙어 있던 도시의 불빛이 비에 부딪혀 흩어졌다.
휴대폰 벨이 울렸다. 고개를 돌리자 침대 위 이불에 놓여져 있었다. 로니카는 천천히 침대로 다가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선영이었다.
“어, 선영아.”
“이 기집애, 잘 지내고 있니? 통 얼굴도 안 보여 주고.”
“어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 넌 기준씨가 잘 해주고?”
“응, 그 인간이야 원래부터 나 좋다고 환장하고 쫓아 다녔으니까. 이번에 애 들어선 거 알고는 어찌나 좋아하든지 호호호.”
선영이는 늘 그렇듯 명랑하고 쾌활했다.
“너 임신 했니?”
“그게 그렇게 됐네. 일 땜에 5년간은 절대 안 가지려 했는데 그 인간이 밤에 좀 못살게 굴어야지 호호호. 그래도 이왕 가진 거 잘 낳아서 키워야지 뭐 별수 있어?”
“그래 그래야지. 축하한다 선영아. 정말 잘 됐다.”
“기집애. 너도 얼른 좋은 남자 만나서 시집 가야지. 나 예전엔 자유롭게 사는 니가 너무 부러웠는데 그래도 직장 생활하고 결혼해서 알콩달콩 사는 재미도 나름 괜찮은 것 같아. 남자 너무 재지 말고. 참 기준씨 친구 중에 영훈씨라고 괜찮은 사람 있는데 소개해 줄까? 젊어서 성공해서 돈도 많고 핸썸하더라구. 내 정신이 이렇지. 진작에 소개해 줬어야 하는데. 어때? 말 나온 김에 내일 잡아 버릴까?”
“고마워 선영아. 근데 난 아직은 생각 없어.”
“기집애. 너 아직도 그 남자 못 잊어서 그러는 거야?”
“무슨. 그게 벌써 몇 년 전인데. 아직 별로 내키지가 않아서 그래.”
“알았어 그럼. 나 전화 들어온다 얘. 퇴근하면서 또 뭐 사올까 물어보려는 것 같은데 이 인간 참 정성은 정성이야. 그럼 나중에 또 전화 할게. 안녕.”
로니카는 침대 위에 툭 걸터앉아 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전보다 빗방울이 거세져 있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자신의 얼굴 위로 비에 젖은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