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10. 일상

by 오종호

로니카의 싱크대는 여전히 설거지를 하지 않은 지저분한 그릇들로 가득했다.


침대 한가운데서 이불을 배까지 덮고 앉아 로니카는 영화를 보며 양푼비빔밥을 먹었다. 로니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먹었다. 밥을 먹다가 엉엉 소리 내어 흐느끼는 순간 밥 덩어리가 입에서 이불로 떨어졌다.

로니카는 울면서 손으로 이불에 떨어진 밥을 주어 입안에 넣었다. 로니카는 연신 흑흑 거렸다.



이페는 책상 앞에 앉아 캔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었다. 여러 개의 찌그러진 맥주 캔이 키보드 옆에 뒹굴고 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뭐하냐? 혼자 있지? 지금 술 사 들고 갈 테니까 쫌만 기둘려.”


친구 기철이었다.


“아, 안돼. 나 지금 손님하고 같이 있어.”

“손님은 자식. 알았다 임마. 꼬빼기도 안 보이는 게 다 이유가 있었구만. 여자가 친구보다 소중하다 이거지? 나중에 한턱 쏴 임마.”

“그래, 미안하다, 기철아. 다음에 보자.” 



5월의 태양이 이글대며 한 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었다. 행인이 없는 텅 빈 거리에 진희가 뙤약볕 아래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아주머니 두 명이 편의점 밖 빨간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날씨 오지게 덥네. 인제 여름은 5월부터라니께.”

“그러게 말여. 그래도 낼부터 이틀간 비 많이 온다니께 그나마 다행여.”


아주머니들이 날씨를 화제 삼아 대화를 주고 받았다. 진희는 아주머니들의 앞을 휙 지나치며 편의점 옆에 있는 베이커리로 들어가 빵 몇 개를 비닐봉지에 담아 금방 나왔다.  



찌그러진 맥주 몇 캔이 방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페는 창 밖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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