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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Oct 24. 2023

혼자 즐기는 자는 리더가 아니다.

古之人與民偕樂 故能樂也

고지인여민해락 고능락야


-옛사람들은 백성들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했기에 진정 즐길 수 있었습니다. - 양혜왕 장구 상(梁惠王 章句 上)



연못가에서 노니는 고니, 사슴, 새들을 바라보며 양혜왕이 물었습니다.


"현자들도 이런 것들을 즐깁니까?"


맹자는 현자라야 즐길 수 있다고 말하며 시경과 서경을 인용해 그 근거를 설명해 줍니다. 시경에서는 주나라의 문왕을, 서경에서는 하나라의 걸왕을 끌어옵니다. 문왕이 영대(靈臺)를 지을 때는 백성들이 너도나도 돕겠다고 난리여서 금방 완성되었으나, 걸왕 때는 백성들이 태양을 바라보며 "저 놈의 해 언제 없어지려나. 너와 함께 콱 죽어 버렸으면."하고 저주할 정도였다고 말하지요.  


둘의 즐김에는 '여민'의 차이가 있습니다. 임금도 사람이니 쉴 때는 쉬고 즐길 때는 즐기면서 재충전해야 하지요. 백성을 사랑하는 훌륭한 임금이 올라 거니는 영대를 만들 때는 백성들이 임금과 함께 즐기는 마음이 되어 서로 일하겠다고 신이 나서 모여들지만, 백성의 고통스러운 삶은 안중에도 없이 혼자 살판난듯이 놀기만 하는 임금의 것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끌려온 사람이라면 쌍욕이 저절로 입에 맴도는 법입니다.


해외 순방길에 오를 때마다 대통령 내외의 표정은 밝아 보입니다. 그러나 국민은 그들과 더불어 미소 짓기 어렵습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무너진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였다가 이념이었다가 이제는 민생 현장이 되었다지요? 공사다망하신 대통령과 참모들께서 굳이 파고들겠다는 민생 현장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요? 유튜브만 제대로 시청해도 국민의 생생한 비판을 마구 청취할 수 있는 시대에 어디에서 무슨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일까요? 신뢰를 잃은 대통령의 말은 국민의 가슴속을 파고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것은 그저 공허할 뿐이지요.


맹자의 '여민락'은 국정을 맡은 자가 갖춰야 할 민본 사상의 기본이지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통령은 국민 없이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어 보입니다. 대통령은 혼자 놀기의 진수를 선보이고, 국민은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대의 을씨년스러운 하루가 또 지나갑니다.


* '여민해락'은 <양혜왕 장구 하>에서 '여민동락(與民同樂)'으로 더욱 분명해집니다. 그에 대비되는 표현이 '독락(獨樂)'입니다. 리더 혼자 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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