此則寡人之罪也
차즉과인지죄야
-이것은 곧 과인의 죄입니다. - 공손추 하(公孫丑 下)
제나라 변경에 간 맹자는 그곳의 대부인 공거심에게 묻습니다.
"창을 든 당신의 병사가 하루에 세 번씩이나 대오를 이탈한다면 처벌하겠습니까, 그냥 두겠습니까?"
공거심은 세 번까지 기다리지 않겠다고 답하여 맹자에게 낚이고 맙니다. 맹자는 회심의 일격을 날립니다.
"그렇다면 당신도 대오를 이탈한 적이 많았습니다. 흉년으로 기근이 든 해에 굶어 죽어 도랑에 구르는 노약자들과 흩어져 사방으로 떠나간 장정들이 거의 천 명이나 되었으니까요."
그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공거심은 대답합니다. 아직까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공거심에게 맹자는 친절히 비유화법을 구사합니다.
"남의 소와 양을 받아 길러 주기로 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반드시 목장과 목초를 구해야 하지요. 만일 구하지 못한다면 소와 양을 주인에게 돌려 줘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가만히 소와 양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야 하겠습니까?"
"이것은 저의 죄입니다."
공거심은 그제야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깨닫고 죄를 인정합니다.
후에 제나라 왕을 알현한 맹자는 도성을 지키는 자 다섯 명 중에 자신의 죄를 알고 있는 사람은 공거심 뿐이라고 말합니다. 맹자의 말을 들은 왕의 대답이 위와 같았습니다.
"이것은 저의 책임입니다."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공직자와 대통령이 있다면 나라의 사정이 이토록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겠지요. 책임은 회피하면서 권한은 누리려는 한심한 자들에게 나라의 운영을 맡긴 것은 국민의 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