抽矢扣輪 去其金 發乘矢而後反
추시구륜 거기금 발승시이후반
-화살을 뽑아 바퀴에 두드려 화살촉을 떼어 내고 수레에 화살을 쏜 뒤 돌아갔다. - 이루 하(離婁 下)
하나라 때 유궁국의 제후였던 예는 활쏘기에 뛰어났습니다. 그는 자신의 부하 방몽에게 자신의 기술을 모두 전수했는데 훗날 방몽은 반란을 일으켜 예를 죽입니다. 맹자는 예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평가하며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위나라를 쳤다가 후퇴하던 정나라의 자탁유자는 위나라의 유공지사에게 쫒기게 됩니다. 자탁유자는 병이 나서 활을 잡을 수 없는 신세를 한탄하다가 마부로부터 자신을 추격하는 자가 유공지사임을 듣고는 살았다고 안심합니다.
유공지사에게 궁술을 가르친 윤공지타가 바로 자신의 제자라는 것이 근거였습니다. 윤공지타의 인물됨이 단정하므로 그가 선택한 유공지사 역시 도리를 아는 사람일 것이란 추론이었지요.
자탁유자와 맞닥뜨린 유공지사가 묻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찌하여 활을 잡지 않으십니까?" 자탁유자가 답합니다. "오늘은 내가 병이 나서 활을 잡을 수가 없구려." 이 말을 들은 유공지사가 말합니다.
"소인은 윤공지타에게 활쏘기를 배웠고, 그 분은 선생님에게 배웠습니다. 선생님의 도로써 선생님을 해치는 일은 차마 하지 못하겠습니다. 허나 오늘의 일은 임금의 일이니 감히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위 구절과 같이 화살촉이 없는 빈 화살을 쏘아 수레를 맞추고 돌아간 것입니다.
방몽에게 죽임을 당한 예와 위기에서 목숨을 구한 자탁유자의 차이점은 사람 보는 눈의 유무이지요. 맹자는 사람 보는 안목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안목의 결여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장남 드리트리가 한 말처럼 사람의 마음이란 '신과 악마가 투쟁하는 전쟁터'입니다. <<데미안>>의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의 말처럼 '우리의 영혼은 일찍이 인간 영혼들 속에 살았던 모든 것을 지니고 있고, 우리 안에는 일찍이 존재했던 모든 신과 악마가 가능성으로, 소망으로, 탈출구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선과 정의의 얼굴을 하고 있는 자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거대한 악마성을 완벽히 꿰뚫어볼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사후 대처입니다. 안목 부족과 오판을 깨끗이 인정하고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지 못한 점, 그로 인한 나비 효과를 방치한 것이야말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정확한 비판의 대상입니다. 우리 역시 사람 보는 안목을 기름과 동시에 그것의 부족함으로 인한 잘못을 인정하고 성찰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