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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부를 쓰다, 맹상군4-final

by 오종호

맹상군의 명성이 날로 높아지자 그것을 은근히 경계하던 제나라 민왕은 진나라와 초나라의 이간계에 넘어가 맹상군을 파면하고 만다. 이때 그를 다시 제나라 재상으로 복귀시킨 것도 풍환의 힘이었다.


풍환은 진나라 왕을 만나 제나라가 맹상군을 홀대하는 틈을 타 그를 기용하라고 부추긴다. 이어 제나라 왕을 만나 진나라가 맹상군을 낚아채기 전에 다시 중용할 것을 촉구한다. 민왕이 풍환의 말을 듣고 국경으로 사람을 보내자 진나라 사자가 예물을 실은 수레와 함께 제나라에 들어서고 있었다. 맹상군은 다시 제나라의 재상으로 등용되었다.


맹상군은 자신이 파면되자 모조리 떠났던 빈객들이 돌아온다고 하자 자신도 모르게 길게 탄식했다.


"내가 빈객을 좋아하여 그 수가 삼천 명에 이르렀건만 내가 억울하게 하루아침에 면직되자 나를 언제 봤냐는 듯 다 떠나 버렸습니다. 선생 덕에 지위를 회복하자 그들이 돌아온다지요? 무슨 낯으로 나를 보러 온다는 것입니까? 내 누구라도 다시 나타나는 자가 있다면 얼굴에 침을 뱉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풍환이 대답했다.


"세상일에는 일정한 도리가 있습니다. 부유하고 귀해지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천해지면 벗이 적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들이 돌아오면 예전처럼 따뜻하게 대접해 주십시오."


풍환의 말을 들은 맹상군은 깊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선생의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세상 인심은 파도와 같다.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당신을 비추는 조명에 이끌려 날아든 사람들에게 의리를 기대하지 마라. 불이 꺼지면 그들은 다른 빛을 향해 이동한다. 그렇다고 냉정하게 굴지는 마라. 그저 그러려니 하라.


당신이 무대 아래에 머물러 있던 초라한 시절, 묵묵히 당신 곁에서 당신을 신뢰해 준 사람들, 그들을 아끼고 그들에게 의리를 지켜라. 그들은 당신의 기억 속에서 가장 대견한 것으로 남을 당신의 캄캄한 시간들을 빛내 주었던 사람들. 당신의 빛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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