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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16. 2022

일상의 논어 <위정爲政9>-우愚


子曰 吾與回言終日 不違如愚 退而省其私 亦足以發 回也不愚

자왈 오여회언종일 불원여우 퇴이성기사 역족이발 회야불우


-공자가 말했다. "내가 회와 더불어 종일토록 대화하는데도 어긋남이 없어 바보와 같았다. 물러나 그의 일상생활을 살펴보니 역시 충분히 드러나고 있었다. 회는 어리석지 않다."  



안회는 공자가 가장 사랑한 제자로 서른둘에 요절했습니다. 공자에게 안회는 진정 인仁한 사람이었지요. 안회를 복성공復聖公이라고 부르는데 '인을 회복한 성인과 같은 사람'의 뜻입니다. 안회가 인의 회복자가 된 것은 안회의 복심腹心을 들여다볼 줄 아는 공자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위의 구절에서도 공자의 이런 면모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불위不違'는 '어긋남이 없다', '어김이 없다', '어기지 않다' 등의 뜻입니다. 보통 제자라면 하루종일 스승과 토론하는 상황에서 자기 의견을 제시하지 않기 어렵습니다. 스승의 생각과는 다른 자기 만의 주장을 개진할 만하지요. 안회에게는 그런 면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스승의 뜻에 거스르지 않고 그저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수용하는데 전념했다는 것이지요.


공자가 안회의 사람됨을 모를 리 없습니다. 우愚라는 표현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지요. 공자는 늘 한결같은 태도로 살아가는 안회를 인仁의 본보기로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족이발亦足以發'에서 저는 가난한 안회의 어느 하루를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공자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족足은 부사적으로 쓰여 '충분히' 뜻으로 보면 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족히(足히)' 정도의 뉘앙스이지요. 그래서 족발足發은 '충분히 드러나다' 의미가 됩니다. 글자의 순서를 바꾸면 조직체를 새로 세워 일을 시작하는 발족發足이 되지요. 족발은 안회의 한결같은 사람됨이 그의 일상에서 충분히 드러나고 있음을  말해 줍니다. 공자의 예상을 충족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으니 역亦이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안회가 어리석은 자가 아님을 공자는 잘 알 것입니다. '회야불우'라고 덧붙인 것은 "바보인 줄 알았는데 바보가 아니네?"와 같은 자각과는 거리가 멉니다. 안회가 어떤 인물인지 잘 아는 공자의 제자들이 굳이 이 대목을 수록한 이유는 공자가 전달하고자 했던 우愚의 중의重義를 전달하고자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우직愚直이지요. 우리가 사랑했던 바보 노무현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공자가 <<주역>>에 대해 주석을 단 해설서 '십익' 중 주역에 대한 총체적인 철학적 해석서의 성격을 갖는 <계사전繫辭傳>에 다음 대목이 있습니다. '子曰 顔氏之子 其殆庶幾乎 有不善 未嘗不知 知之未嘗復行也 易曰 不遠復 无祗悔 元吉 자왈 안씨지자 기태서기호 유불선 미상부지 지지미상부행야 역왈 불원복 무지회 원길 / 공자가 말했다. "안회는 거의 완전하도다! 선하지 않음이 있으면 알지 못함이 없었고 알면 다시는 행하지 않았다". 역에 말했다. '머지않아 회복하여 후회하는 정도까지 이르지는 않으니 매우 길할 것이다.''


'불원복 무지회 원길'은 주역 24괘 지뢰복괘의 초구 효사입니다. 회복의 의미를 갖는 괘이지요. 이 괘에 덧붙여 안회를 언급한 데에서 그가 복성공이라는 닉네임을 갖게 된 이유를 납득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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