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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ul 18.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1>-가사남면可使南面


子曰 雍也可使南面

仲弓問子桑伯子 子曰 可也 簡 仲弓曰 居敬而行簡 以臨其民 不亦可乎 居簡而行簡 無乃大簡乎 子曰 雍之言然

자왈 옹야가사남면

중궁문자상백자 자왈 가야 간 중궁왈 거경이행간 이임기민 불역가호 거간이행간 무내대간호 자왈 옹지언연


-공자가 말했다. "옹은 남면하게 할 만하다."

중궁이 자상백자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괜찮다. 소탈하다." 중궁이 말했다. "항상 공손한 자세로 삼가고 소탈한 행동으로 백성을 대한다면 역시 괜찮지 않은지요? 늘 소탈하게 살면서 행동까지 그리한다면 도리어 그다지 소탈한 것은 아니겠지요?" 공자가 말했다. "옹의 말이 틀림없다."



옹(염옹)은 <공야장> 4편에 '말재주가 없는' 인물로 등장했었습니다. 중궁은 그의 자字이지요. 


옹에 대한 공자의 찬사가 대단합니다. '남면'은 직역하면 '남쪽을 향하다'는 뜻이지만 옛날 중국의 왕이 남쪽을 바라보며 앉았기에 '임금의 자리에 오르다'는 속뜻을 갖습니다. 공자는 옹에게 천하를 다스릴 만한 리더의 자질이 있다고 본 것이지요. 


이어지는 일화는 공자가 옹을 높이 평가하는 근거가 되는 실사례를 소개한 것입니다. 자상백자는 공자도 소탈하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모양입니다. 한 나라의 리더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역량을 보유한 사람답게 옹은 공자의 생각을 간파합니다. 


자상백자의 소탈함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어 내지요. 자신의 신분이나 지위를 드러내지 않는 수수한 옷차림과 단출한 살림살이, 그리고 털털한 대인관계는 고위 공직자나 식자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미덕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평소에도 때와 장소, 경우에 맞는 예의범절을 아예 무시하는 소탈함이란 오히려 개념이 없는 것입니다. 디오게네스 같은 철학자에게나 어울리는 행동 양식이지요. 


만일 자상백자의 학식이 실로 대단했다면 그의 소탈함은 어떤 문제도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그의 남다른 삶의 양태에 어떤 시비도 걸 수 없을 만큼 그의 학식이 높았던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옹의 말에 대한 공자의 동의에는 '괜히 굉장한 기인畸人이라도 되는 양 꾸미고 다니느라 애쓰는 대신 평소에는 예의를 갖추며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꾸미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꾸밈', 즉 자상백자가 가꾸지 않는 척하면서 오히려 실체를 꾸미고 있음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는 옹의 통찰력을 공자가 인정하는 사례로 우리는 읽어야 하는 것입니다. 


공자는 이 정도의 통찰력은 있어야 한 나라의 리더 자격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반려견과 한강변을 산책하고, 동네 술집에서 거나하게 취한 채 시민들과 사진을 찍으며, 빵을 사러 다니고, 지역 축제에 참여하여 손을 흔들며, 아침마다 기자들과 객적은 문답이나 한다고 해서 저절로 소탈한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일침입니다. 경제 위기에 임하는 태도, 정부가 하는 일에서 이미 본질이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억지로 꾸며 봐야 몽매한 국민들이나 속아 넘어갈 뿐이라는 것이지요.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사람은 결국 그 힘에 의해 망가집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역동적인 국가의 리더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아마 우리의 위대한 리더 자신도 이미 느끼고 있겠지요. 국민도 알고 본인도 아는 사실을 외면해 봤자 불행의 크기만 커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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