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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Aug 14. 2022

일상의 논어 <옹야雍也23>-고불고觚不觚


子曰 觚不觚 觚哉 觚哉

자왈 고불고 고재 고재


-공자가 말했다. "고가 각지지 않다면 고이겠는가 고이겠는가?"



는 뿔 각(角)과 오이 과(瓜)의 합자입니다. 각角은 뿔이요, 모난 것, 각진 것입니다. 직각直角은 있어도 곡각曲角은 없지요. 각은 직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瓜를 파자하면 여덟 팔(八) 자 두 개가 되지요. 그래서 여자 나이 16세와 남자 나이 64세를 파과지년破瓜之年이라고 합니다. 


팔八은 사물을 반으로 쪼갠 형상이지요. 그래서 팔에는 '나누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나눔에는 공평함, 평등함의 개념이 담기게 되지요. 


그래서 고觚에는 네모진 나무 패의 뜻이 있습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여기에 글자를 적었지요. 나누고 나누어 만인에게 공평하도록 기록한 엄격한 기준은 곧 법입니다. 모서리가 있는 각진 술잔을 지칭하는 고觚는 은유일 뿐이지요. 과거의 어떤 풀이도 공자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신분과 지위에 상관없이 엄정하게 적용되지 않는 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지요. 노나라의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삼환과 그의 패거리들이 법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보고는 공자가 탄식하며 한 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리 죄를 저질러도 저놈들은 처벌 받지 않는구나.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에게만 가혹한 이 엿같은 법을 법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내 더러워서 술이나 한 잔 빨아야겠다!", 공자의 심정이 딱 이렇지 않았을까요? 지금 이 나라의 제정신 바로 박힌 국민들의 마음이 이와 한 치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참 더러운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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