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종일 영하의 날씨라 길을 걷노라면 코끝이 얼얼하고 손이 시리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없는 사람은 여름보다 겨울나기가 힘들다. 당분간 영하의 날씨가 이어질 거라고 하니 자연히 마음도 얼어붙는다. 사람도 그렇고, 자연도 그렇고 시린 겨울은 견디기 여간 힘든 계절이 아니다.
황제펭귄은 추운 남극의 얼음 위에서, 가장 추운 시절에 짝을 짓는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은 자기 발 위에 그것을 올려놓고 배로 품는다. 암컷은 먹이를 구하러 먼바다로 떠난다. 시속 100km가 넘는 눈 폭풍을 온몸으로 받으며 알을 보호하는 것은 수컷의 몫이다. 수컷은 얼음 위에 서서 강추위와 눈 폭풍을 견디며 알을 지킨다.
수컷들도 나름 꾀를 내어 무리를 짓고, 서로의 몸을 밀착한다. 제일 바깥쪽에 있는 펭귄은 정면으로 눈보라를 맞는다. 그래서 순서를 바꿔가면서 앞쪽으로 나선다. 이런 자세로 수컷은 두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을 품는다. 암컷이 먹이를 구해 돌아오면 새끼를 안전하게 넘겨주고, 그제야 수컷도 먹이를 구하러 바다로 뛰어든다.
남극의 극한 환경, 특히 극한 기온과 강한 바람은 펭귄 아빠의 에너지를 빠르게 고갈시킨다. 바다 환경의 변화와 기후 변화는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암컷이 먹이를 제때 구해오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아주 드물지만, 암컷이 제때 먹이를 구해오지 못해 수컷이 굶어주는 일도 있다.
황제펭귄 아빠의 헌신은 눈물겨운 부성애이다. 황제펭귄이 눈보라를 맞으며 목숨 걸고 새끼를 보호하는 것은 종족 보존을 이기적 유전자의 위장술이라는 말도 있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의 말이다. 그는 유전자는 생존과 번식이라는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존재라서 황제펭귄 아빠의 자기희생도 결국 유전자의 이기적 행동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모든 생명체가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자식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사회에서는 간혹 자식을 외면하는 부모도 있다.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되는 ‘배드 파더스(bad fathers)’가 그들이다. 그들은 폭풍 눈보라와 맞서 자식을 보호하기는커녕, 엄동설한에 자식을 내팽개치고 달아난다. 황제펭귄의 유전자가 이기적으로 설계되었다고 해도, ‘배드 파더스’의 나쁜 유전자보다 존경받을 만하다.
황제펭귄 무리의 공동체는 참 현명하다. 무리 지어 함께 눈보라를 견디며 서로의 체온을 나눈다. 사람 사는 사회는 그런 공동체 정신이 사라지고, 모든 것을 시장에서 돈으로 해결한다. 자녀 양육 돌보미, 유아용 학습지, 학습 도우미의 힘을 빌 수 있어, 자녀 키우기가 한결 편한 세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건 돈이 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한부모 가정의 문제는 돈이 있으면서도 자녀 양육을 나 몰라라 하는 ‘패드 파더스’들이다.
몸도 마음도 추운 계절이다. 이런 엄혹한 시절에도 자식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황제펭귄 아빠들이 있다. 배더 파더스들이 황제펭귄의 반만, 아니 반의반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 시속 100km가 넘는 강풍과 혹한의 추위에도 꼿꼿이 서 있는 황제펭귄들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