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너무 빨리 발전했고,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세상을 뒤집어버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집어삼켰다. 조만간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가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그런 조짐은 보였다. 알파고가 인간의 바둑계를 평정했고, 자율주행 인공지능이 도로 위에 등장했다. 지금의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서만 뛰어나지만, 언젠가는 이들을 합친 초지능이 나타날 것이다.
그런 세상이 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까. 인공지능을 잘 통제해 인간을 도와주기만 한다면 문제가 해결될까. 기술 진보가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인간이 행복해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기술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여전히 힘들게 살아간다. 기술 격차는 자본주의적 빈부 격차를 심화시켰고, 많은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과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요즘처럼 기술이 발달하고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시기도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더 많이 외로워하고, 더 깊은 사회적 고립감을 느낀다. 하루가 멀다고 노년층의 고독사 소식이 들린다.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는 청년들의 절망감은 또 어떤가. 기술 제일주의와 능력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자본주의는 기술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과 능력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을 돌아보지 않는다. 경쟁은 오직 승자만 요구하고, 그들만 태우고 앞으로 질주할 뿐이다.
사람들은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낭패감에 치를 떤다. 외로움이 음습하고 사회적 고립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때로는 스스로 고립하여 고독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평생 고독하게 살 수는 없고, 그 또한 시간이 길어지면 외로움만큼이나 해롭다. 우리는 흔히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사회적 고립을 혼동한다. 어찌 보면 비슷하지만, 그것들은 서로 다른 심리적 현상이다.
외로움은 다른 사람들과 정서적 또는 사회적 유대감이 부족한 상태에서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이다. 이는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 즉 공간적으로 고립된 객관적인 상황을 의미하지 않는다. 개인이 여러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족하지 못하거나 기대를 이루지 못해 실망할 때 주로 경험한다. 다시 말해, 가족, 친구, 혹은 회사 동료들과 소중하고 보람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하고 겉돌 때 외로움을 느낀다. 공감대가 부족한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항상 만족할 수는 없다. 일시적으로 외로움을 느꼈다가 상황이 변하면 외로움에서 벗어난다. 이처럼 외로움은 자연스럽고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러나 외로움이 지속하고, 그것을 오래 방치하면 몸과 마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병적인 외로움은 신체와 정신에 지속해서 영향을 끼치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 우울과 불안으로 넘어갈 수 있다.
얼핏 보기에 외로움과 비슷한 감정으로 고독이 있다. 고독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하고 혼자 있는 상태를 즐기거나 견디는 감정이다. 고독은 자기 성찰, 창조적 활동, 또는 내적 평화와 연결되기도 하며, 작가나 예술가들이 창의력을 얻기 위해 선택하기도 한다. 이 점에서 고독은 외부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외로움과 분명히 다른 감정이다.
최근에는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했다. 사회적 고립은 다른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고, 생활환경이 집이나 공원 등으로 제한되는 상태를 말한다. 사회적 관계의 결여는 타인의 격려와 지지, 그리고 정서적 유대를 느낄 기회를 박탈한다. 이는 외로움을 심화시키고, 부정적 감정과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고령화는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켜 노년의 외로움을 증가시키며, 신체적 장애로 인해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는 것도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외로움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먼저 노인 세대를 떠올린다. 직장에서 물러나면 사회적 관계가 급속도로 줄어든다. 회사에서 맺은 인간관계는 모두 끊어지고, 동창이나 친구들 중심으로 관계가 급격히 좁아진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골프 모임이나 여러 모임에 참여해 관계를 이어갈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이나 건강이 좋지 않은 친구들이 차츰 모임에 빠진다. 이때부터 모임은 흐지부지되고, 딱히 갈 곳 없는 노년의 외로움은 더욱 깊어진다.
이것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로움을 이야기하면 자연스레 노년층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실제로 외로움을 가장 크게 느끼는 세대는 20대라고 한다. 활력이 넘치고, SNS에서 많은 네트워크를 맺는 그들이 외로움에 힘들어한다는 게 상상이 가는가? 믿기 힘들지만, 통계적으로 관찰하면 사실이다. 앞길이 창창한 청춘들이 왜 노년층만큼이나 외로움을 느끼는지 다음 글에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