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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Jun 22. 2024

우울에 빠진 대한민국


우울에 빠진 대한민국

"당신은 행복한가요?"하고 묻는다. 어떤 사람은 선뜻 “그렇다”하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라고 쭈뼛거리는 사람도 있다. 아예 대놓고 “행복은 무슨 얼어 죽을 행복? 죽지 못해 산다"며, 한숨 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사람마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천차만별이다. 삶의 색깔은 오렌지색 밝음과 따스함에서 짙은 청색의 우울함과 차가움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그거야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사람마다 처한 형편이 다르고, 삶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 성인 남녀 10명 중 4명은 최근 2주간 적어도 한 번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하는 오늘 자 중앙 SUNDAY의 Special Report <우울에 빠진 대한민국>은 가위 충격적이다. 이 보고서는 이들이 "삶에 지치고 소진된 일상에서 심리적으로 막다른 코너에 몰린 상태라는 의미다"라고 지적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K-Pop과 한류 열풍’이다 해서 온 세계가 대한민국을 칭송한다는 이야기를 매일 듣는다. 외국 사람들은 한국에 못 와서 안달이 났고, 한국에 살고 싶어 환장한다는 뉴스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정작 우리만 우리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이야기일까. 우리는 복에 겨워 배부른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이 묘한 모순이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계속해서 보고서를 살펴보자. 최근 2주간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울증과 관련해 ‘하루 중 대부분 울적했다’와 ‘즐겁게 생활하지 못했다’는 문항에 70% 전후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불안감 증세에 대해서도 ‘걱정을 조절하거나 멈출 수 없었다’와 ‘불안·초조해 직장·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문항에도 반수가 넘는 사람이 ‘그렇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남녀 중 3명 중 1명은 정상 범위를 넘어설 정도의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게 도대체 믿기는 말인가?      


20~30대와 대졸 이상의 많은 직장인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에 시달린다. 물론 자영업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대부분 일하는 사람들은 일에 치여 숨쉬기조차 힘든 형편이다. 50대 이상에서는 우울감에 빠진 사람도 많다. 사람들은 슬픔과 고통을 가슴에 품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우리 주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마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놀랍다. 겉으로 표시 내지 않지만, 마음속에는 일상의 스트레스가 켜켜이 쌓인 사람들이 넘쳐난다. 거리를 지나는 많은 사람의 미소 뒤에는 우울증과 불안감, 그리고 번아웃에 시달린 자살 충동이 자리 잡고 있다.      


중년의 무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그 강도가 세도 너무 세다는 게 문제다.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경제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고, 직업과 신체 건강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대인 관계의 스트레스에 이어 가족 부양, 자녀 양육, 부부 관계도 중요한 스트레스 원인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가족 내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은 위안과 행복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정작 주된 스트레스가 가족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참 역설적이다.    

  

어느 세대를 따질 것 없이 대부분 세대가 우울함에 빠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년 세대가 갖는 우울감은 더 심각하다. 중년 세대는 아이들 교육이 끝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직장 내에서도 더 올라갈 자리는 없고, 구조조정의 삭풍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자녀 양육이 끝나기 전에 실직이라도 하면, 그 가정은 버티지 못하고 붕괴할 위험성이 높다. 이런 중년의 직장인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그 어느 세대보다 절박하고 심각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외벌이 가정이라면 중년 남성이 짊어야 져야 할 짐은 이보다 더 무겁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나이 때를 중년이라고 하는지 따져보자. 정부서는 15~24세를 청년전기, 25~39세를 청년 후기, 40~54세를 중년 전기, 55~64세를 중년 후기, 65~74세를 노년 전기, 75세 이상을 노년 후기로 본다. 그렇다면 40세에서 64세를 중년이라고 본다면 범위가 꽤 넓다. 하긴 직장 생활을 기준으로 본다면, 40대에 접어들면 이미 회사의 눈치가 보이고, 언제 잘릴지 걱정이 앞설 때다. 그들의 자녀는 이제 초등학교에 다니거나 중학생 정도의 나이다. 이들에게 중년의 시작은 이만저만한 심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40대에는 급격한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50대에 접어들면 대부분의 남녀는 갱년기를 겪게 된다.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줄어들면서 피로감, 에너지 부족, 근육량 감소, 체지방 증가, 성욕 감소,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수면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들은 우울감과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마음이 점차 약해진다.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거나, 드라마 중간에 불쑥 끼어들다가 아내에게 핀잔 듣는 것도 이때쯤이다.   

  

여성 갱년기는 에스트로젠과 프로게스테론 수치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발생한다. 폐경기는 여성의 생리 주기가 끝나는 시점을 의미한다. 여성은 갱년기 동안 불규칙한 생리 주기와 생리의 완전한 중단, 열감과 땀 흘림(홍조), 성욕 감소, 수면 장애, 피부와 머리카락의 변화(탄력 감소, 탈모 등) 등의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여성의 갱년기는 남성과 비교하여 호르몬 변동이 심하게 나타난다. 그 결과, 기분 변화와 우울감, 그리고 불안감이 한층 증폭된다. 이 때문에 갱년기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여성도 많다.


남녀와 여성의 갱년기는 삶의 변곡점이 된다. 갱년기를 겪은 중년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는 인생의 큰 변화와 전환을 불러온다. 본격적으로 노화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이때부터다. 피부는 처지고, 근육은 줄어든다.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희게 변하는 것도 갱년기를 지나면서 겪는 일이다. 한때 동안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느새 나이 든 테가 난다는 소리에 화들짝 놀린다.


시간을 거스를 수 없기에 이런 상황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진다. 변해가는 외모만큼이나 자신감이 떨어지고, 외로움을 자주 탄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하면 그걸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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