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새해가 밝은지 닷새째
오늘은 온통 서설(瑞雪)이 내려
세상은 상서로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유난히 자주 폭설이 내리는 올해는
틀림없이 큰 풍년이 들겠다.
‘쩍'
멀리서 들려오는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
겨울 아침의 차가운 고요를 가른다.
그깟 눈이 얼마나 무겁다고 부러질까.
소복소복 쌓인 눈은
여린 가지가 감당하기에는 버겁다.
끝내 외마디 비명을 남기고
나뭇가지는 꺾이고 말았다.
삶도 내리는 하얀 눈과 같다.
어느 한 편에게는 아름다운 축복이라 부르지만
다른 한 편에게는 무거운 고통으로 다가온다.
하루하루
조금씩 조금씩 쌓인 일상의 무게가
어느새 어깨를 짓누르고
종내에는 삶의 희망마저 꺾어버린다.
견디고 버텨내면
쌓인 눈 털어낸 가지 끝에서
새싹이 움트고
끝내 예쁜 꽃을 피우리라.
사는 일도 그렇지 않을까
참고 견디다 보면
그렇게 살아질 것이고
희망의 시간은 돌아올 것이다.
오늘처럼 폭설이 내리는 날이면
상서로운 눈이 축복되어
우리 삶에 따뜻한 봄을 데려오길
속으로 가만히 빌어본다.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원두를 섞어
손으로 직접 갈아 핸드드립으로 내린 진한 커피 한잔
커피 향이 퍼지는 방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본다.
이 커피가 바닥을 보이면
폭설을 뚫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동탄까지는 한참이나 걸리는 길이라
오늘 같은 날은
파가니니나 사라사테의 바이올린 연주곡을 들으며
적막한 겨울 풍경 속으로 달려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