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는 아직 차갑고 맵다. 여물지 못한 어린 고양이 앙칼진 발톱 같은 바람이 살짝 얼굴을 스친다. 겨울이 떠나기 싫어 한참을 뭉그적거린다. 당분간 아침과 저녁으로 겨울이 똬리를 틀고 버틸 것이다. 그래 봤자 한 철이다. 아직 한낮에만 힘을 쓰는 봄이지만, 3월을 온통 차지할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모두 잠든 밤에 나뭇가지 생살 찢는 고통을 참는다. 나무는 기어이 봄 새순을 밖으로 밀어낸다. 먼 산골짜기에도 얼음 녹는 소리가 들린다. 봄의 전령들이 어느새 우리 가까이 다가왔다. 맨발이면 어떻고 버선발이면 어떨까. 여린 싹 눈뜨는 소리에 어서 오라며 두 손 가득 봄을 안고 싶다.
남녘에는 산도 푸르고, 바다도 푸르고, 하늘까지 푸른 섬이 있다. 늘 푸른 청산도(靑山島)에 이른 봄이 왔다고 한다. 겨우내 노지에서 자란 봄동 수확에 섬사람의 손길이 바쁘다. 푸른 바닷바람을 먹고 자라 속이 들지 않고 잎이 옆으로 퍼지는 봄동이 한창이다. 달짝지근한 맛을 자랑하는 봄동 겉절이를 먹으면 청산도의 봄이 입안 가득히 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