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고 총명한 후배가 엉뚱한 부서로 발령 났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인사이동이다. 후배의 상심이 무척 큰 모양이다. 인재를 제자리에 잘 쓰는 것도 기업 경영의 한 방법이다. 적재(適材)는 분명한데 눈 씻고 봐도 적소(適所)는 아닌 것 같다. 마음이 떠나면 몸도 떠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왜 적재를 적소에 두지 못하고 사람을 자꾸 떠나보낼까.
어떤 일을 하든 본질과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면 일을 제대로 해내기가 무척 힘들다.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덤비다 보면 성공할 수도 있다. 그 과정이 힘들고 눈물겹지만, 성공할 확률도 그리 높지 않다. 핵심을 놓치고 곁가지를 붙들고 늘어서면 문제 해결은커녕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꼬이기만 한다. 이걸 풀면 저게 문제가 되고, 저걸 풀면 이게 문제가 된다. 종내에는 자포자기하고 손을 들고 만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몸통이 시들시들 죽어가는데 열심히 잔가지를 쳐봤자 병세만 깊어진다. 뿌리가 썩어가는데 딴 곳을 집적대면 소용이 없다. 나무에 좋다는 온갖 영양제를 주사해도 차도가 있을 리 만무하다. 끝내 나무는 말라비틀어져 죽고 만다. 병의 근원을 잘못짚은 탓이다.
우리는 문제의 근원을 알지 못할 때,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한다. 요행히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처방하다 보니 그 속에 해답이 섞여 있었다. 현실에서 이렇게 접근하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사달이 난다. 회사가 망하거나 조직이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
온갖 수단을 다 써도 본질을 모르고 덤비면 말짱 도루묵이다. 핵심과 근원을 모르고 겉만 보고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래 가지고서야 아무리 용을 써봐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때까지 들였던 공과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돈과 시간만 날려버린 것이다. 그 사이 피해는 증가하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 된 셈이다.
그렇다. 어떤 일이든 문제의 핵심을 알지 못하면, 그것을 해결하더라도 너무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심지어 끝끝내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가장 나쁜 경우도 발생한다. 문제의 근원, 핵심, 본질을 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상처의 뿌리를 찾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 치료한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병의 근본을 잘 아는 사람을 명의라 부르고, 그런 사람을 능력자라고 한다.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왜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본질과 핵심을 보지 못하면 악순환만 되풀이된다. 애꿎은 직원을 해고하고도 화근은 그대로 남는다. 실력이 없거나 조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까지 떠나보내야 할 현실이 안타깝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제대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조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그들의 책임인가. 그들은 열심히 시키는 대로 일한 죄밖에 없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고 아이디어를 냈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으냐고. 그게 가능할까. 그 정도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인원을 축소할 필요도 없다. 잘못은 과연 누구한테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