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도시는 안개 천지다
떠올리면 흐릿하고,
만지려면 흩어지는 추억들
있는 듯, 없는 듯 안개는 무(霧)다
시간은 늘 혼자 밤을 새운다.
밤새 낑낑대며 고단했나 보다.
무거운 아침은 잔뜩 물기에 젖었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안개 바다를 이뤘다.
아침의 도시는 온통 안개 천지다.
하늘도, 거리도, 나무도 온통 짙은 잿빛이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세상은 풍경이 몽환적이다.
우수에 젖은 도시의 빌딩이 실루엣처럼 어른거린다.
안개는 어여쁜 여인의 손길이다.
그녀는 우아하고 은밀하게 도시의 속살을 어루만진다.
안개는 그리움이다.
보고 싶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의 얼굴이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아련한 얼굴이다.
떠올리면 흐릿하고, 만지려면 흩어진다.
애먼 기억 탓을 해봐도 어쩌겠는가.
추억은 원래 안개였는데.
어쩌면 사는 일은 안갯속을 걷는 일이다.
뭔가 된 것 같은데 돌아보면 흐릿하다.
대단하게 살았노라고 뻐기려다 해도 손에 쥔 게 없다.
그러다 앞을 보면 여전히 모호하다.
삶은 보이는 듯 보이지 않고,
가까이 가면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는 안개다.
창밖 안개 바다를 내려다본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도 있고,
정훈희와 송창식의 노래 속에도 있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는 자욱하고,
헤르만 헤세의 시 ‘안갯속에서’는 고독이 넘친다.
있는 듯, 없는 듯 안개는 무(霧)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고, 그렇게 사라지는 무다.
눈을 뜨면 추억은 흩어지고, 해가 뜨면 안개는 사라진다.
그래도 느낌은 살아 있다.
고독하고 쓸쓸한 안개는 무(霧)다.
오늘 아침 풍경이 딱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