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뿌리가 깊고 무성한 나무는 바람에도 잘 안 흔들려. 가뭄에도 목마름을 잘 견뎌. 간혹 심술 많은 바람이 할퀴어도 가볍게 몸을 한 번 흔들면 그뿐이야. 때론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열 폭풍을 쏟아내도 무던하게 참아내지. 웬만한 고통과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저 큰 나무가 생각나.
한참이나 덜 자란 어린나무는 어떨까?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뿌리째 흔들리고, 날이 더우면 목마름에 속이 타. 제대로 자라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어. 태풍이 불면 나무는 쉬 쓰러지고, 가뭄에 나무는 말라죽을지도 몰라. 자연의 품 안에서 더 자라고 더 무성해져야 해. 그래야 비바람에도 견디고, 하늘이 뜨거워도 이겨낼 수 있어.
생각한 대로 잘 풀리지 않고, 기대와 긍정은 자주 나를 배신해. 현실은 늘 생각보다 엄격하고 철저하지. 최악의 상황과 최상의 상황을 동시에 고려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일을 시작하고, 꿈꾸는 순간은 아름다워. 하지만, 그것이 깨지는 순간은 마음이 무겁지.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욕망 게임의 결과는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나뉘지. 패자는 마음 둘 곳 없이 방황하고 스트레스로 몸살을 앓아.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마음이 편하고 가볍다면 살기가 좋겠지. 하지만 세상사는 일은 우리의 바람과 달리 힘들 때가 많아. 시험, 대학 입학, 취직 등 어느 한 곳 없이 경쟁과 투쟁의 연속이야. 경쟁에서 탈락하면 살기 힘든 게 현실이지. 정보통신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은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배자를 양산하고 있어.
어른 들은 돈 버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누구나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해. 그런데 그게 힘들어. 다들 부자로 살 수 있다면 세상은 살 만할 거야. 경쟁하지 않아도 모두 잘 살 수 있다면 얼마든지 조화롭게 살 수 있어.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일찍부터 경쟁에 내몰리고 있어. 초등학교 4학년에 의대 준비반이 생길 정도면 말 다 했어. 부모들은 그보다 더 일찍 아이에게 의대 준비를 위한 선생 학습을 시킬 거야.
아이가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면 그보다 좋은 건 없어. 아이들도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 따르는 것도 어쩔 수 없어.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잘 관리하는 수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어. 스트레스받지 않을 생각만 하지 말고, 그것을 어떻게 관리할지 생각해야 할 때야. 아이들은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가 도와줘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스트레스가 어떻게 발생하고, 스트레스 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두는 것이 좋아.
갑작스러운 사고나 가족과의 이별, 경쟁적 손실 등은 우리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 중 몇 가지야. 이런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하면, 그 정보는 우리 뇌의 감정 중심지인 아미그달라(amygdala, 편도체)로 전달돼. 아미그달라는 이 정보를 뇌의 시상하부로 보내서 경고 신호를 보내지. 이후,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에 명령을 내려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게 만들어. 뇌하수체는 그 결과로 부신피질을 자극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생성하지.
연약한 아이의 스트레스 축
긴급한 상황에 직면하면 우리의 뇌는 빠르게 HPA 축을 활성화해. 이 HPA는 시상하부(H), 뇌하수체(P), 부신피질(A)로 이루어진 반응 경로로,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주요 체계야. 이 축의 영어 이름의 첫 글자를 따와 'HPA 축'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스트레스 반응을 관리하는 핵심 경로라고 보면 돼. 약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HPA 축의 활동이 우리의 집중력을 높여주지만, 지속적이고 심한 스트레스 하에서는 HPA 축의 과도한 활동이 우리의 면역 기능을 약화할 위험이 커.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큰 충격을 받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절망감을 느껴. 이럴 때, 시상하부는 부정적인 감정 반응을 생성해 뇌하수체로 전달하지. 그 후 뇌하수체와 부신피질이 협력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돼. 이 호르몬 중 하나인 코르티솔(Cortisol)이 적당한 양일 경우, 우리에게 긴장감을 주며 에너지를 집중시켜 일에 더 잘 몰입하게 해 주지. 예를 들어, 시험 전날 느끼는 약간의 긴장감은 수험생이 시험에 더 집중하게 도와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어.
문제는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장시간 지속될 때야. 코르티솔은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돌아다니며, 인체의 약한 곳을 만나면 집요하게 공격하지. 자칫하면 병이 생기고 몸이 망가질 수 있어. 더 심각한 일은 코르티솔이 시냅스를 공격하는 거야. 아직 어린 자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건 보통 큰일이 아니야. 다 자라지 못한 나무가 비바람에 쉬 흔들리듯 머리가 덜 자란 아이들은 스트레스에 어른보다 더 크게, 더 심각하게 영향을 받아.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에릭 캔델(Eric R. Kandel)의 『마음의 오류들』을 인용하자. 그는 코르티솔은 단기 기억 기관인 해마와 대뇌피질의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를 파괴한다고 해. 스트레스가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을 시냅스에서 제거해 버리면, 기억 상실과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고도 해. 아이들의 두뇌는 연약하고 시냅스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어. 이럴 때 아이가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아이의 영혼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돼.
예민한 아이의 스트레스 축 달래기
에릭 캔델은 노벨 의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야. 그는 우리 뇌가 무언가를 기억하는 기억의 원리를 밝혔다고 했어. 시냅스를 강화하면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어. 그런 그가 과도한 스트레스는 뇌의 시냅스를 파괴한다고 경고하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야. 아이의 머릿속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와 전두엽을 연결하는 시냅스가 파괴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학업에 치명적인 방해가 되는 일이 벌어지지.
의사들은 사람들에게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피하라고 충고하지. 누구나 그렇게 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야. 그렇다면 평소 스트레스 축을 튼튼히 할 필요가 있어. 스트레스 축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해야 해. HPA 축이 너무 예민해 과도한 코르티솔이 장시간 혈액 속을 돌아다니면 좋을 게 하나 없어. 어릴수록 스트레스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부모가 다독여 줘야 해.
어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노력하지. 운동, 독서, 명상, 등산, 여행, 친구와 수다 등을 활용해서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려고 해.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거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호흡하며 명상에 잠기도 하지. 이를 통해 스트레스 축을 달랠 수 있어. 물론, 모두에게 적합한 방법은 아니지만, 일부 사람들은 적당한 양의 술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해. 중요한 것은 각자에게 맞는 건강한 방법을 찾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거야.
아이들은 이렇게 할 수 없어. 아직 뇌가 미성숙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에는 어려.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거나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아 힘들어할 때 부모가 격려하고 마음을 달래줘야 해. 아이의 스트레스 축은 예민하고 민감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게 좋아. 성적이 좋아 칭찬하지 말고,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 좋아. 그러면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가질 수 있어.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거목이 되려고 나무는 얼마나 많은 햇빛과 달빛 그리고 비와 천둥을 견뎠을까. 그 스트레스와 고통을 오롯이 속으로 삼켜낸 묘목은 큰 나무로 자라지. 나무는 인내할 줄 알고, 느긋한 자연의 품에서 그렇게 자라나는 거야. 아직 묘목인 아이도 그렇게 부모의 인내와 느긋한 보호 안에서 자라야 해. 약한 아이의 스트레스 축이 심하게 흔들리지 않게 세심하게 보살펴야 해. 그래야 뿌리 깊어 가뭄에 흔들리지 않는 어른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