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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의 여행자 Dec 05. 2024

김장하셨어요

제철 문화를 엿보다

▲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공고문 ⓒmoonlight_traveler

 각종 SNS에 김장에 대한 글과 영상이 나온다. 각자가 얼마나 많은 배추와 깍두기를 김장하는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하다못해 뉴스에도 김장에 필요한 재료들의 값이 취재되고 있다. 왜 이렇게 화제일까. 왜 모두가 김장, 김장할까. 이번 주말에는 김장 담그러 간다,라는 주변인들 말에. 특별한 가족문화가 있는 알았는데 세상에. 아파트 게시판에 붙은 공고문을 보고 알았다. 아. 육지에는 김장철이 있구나. 그래서 찾아봤다, 김장에 대해서.

김장 : 겨울 동안 먹을 다량의 김치를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담그는 행위 또는 그렇게 담근 김치를 일컫는 말. 주로 11월이나 12월에 김장을 한다. 2013년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되었다.
출처 : 나무위키

 

 무려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다. 지금이 딱 12월. 한창 김치를 담글 시기였던 것이다. 그저 내가 아는 주변의 한두 가정이 하는 것이 아닌 모든 이들이 하는 김장. 그러나 김장문화가 낯설어 고개를 갸우뚱. 벌초방학 같은 건가. 지금은 없어졌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벌초방학이란 게 있었다. 추석시즌이 다가오면 벌초하는 시기가 되어 평일 중에 벌초방학을 운영한다. 그때는 제주도 전체 학교가 쉰다. 지금으로 보면 재량휴업일 같이. 필자는 기독교집안이고 여자인지라 벌초를 가본 적은 없지만, 그때마다 하필 시험기간이었다. 그래서 그저 시험준비기간으로 평일을 하루 번 셈. 그런 개념인가, 김장철이.

 

 제주에서는 딱히 김장철이 없다. 집에 김치가 떨어지면 그때서야 김치를 담그고, 먹고 싶은 김치를 그때마다 종류별로 담근다. 지금도 사실 양가 집안 어른들이 조달해 주시는 김치로 충당하고 있을 뿐 김치를 담가본 적이 없다. 이 시점에서 배추김치, 깍두기, 파김치 등을 때마다 보내주시는 양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김장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지만 SNS를 통해 본 김장 담그는 모습은 실로 대단하다. 배추 양도 어마어마하고 재료 손질도 손이 많이 가는 것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찔하다. 김장 과정이 손이 많이 필요하기에 온 가족이 모여 다 함께 김장을 담그나 보다. 김치를 담그며 수육을 만들어 먹는 것이 하나의 코스처럼. 모처럼 명절이 아닌 '김장철'에 온 가족이 오순도순 함께 모인다면, 그 또한 즐거운 추억이고 색다른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뼈아픈 노동이지만 얼마나 하하호호 즐겁겠는가. 이런 시점에서 여러 포기의 김치를 담그는 만큼, 부수적인 쓰레기가 많이 나오니 시에서 쓰레기 분류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시에서 김장철을 챙겨줄 만큼. 내게는 낯설고 신비한 김장문화. 이와 같이 육지만의 제철 문화가 있다.

제철 : 알맞은 시절
출처 : 다음 국어 사전



 

 일 년은 12달. 12달만큼이나 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물론 이제는 기상이변으로 뜻하지 않게 봄에 눈이 오거나 때아닌 태풍이 오기도 하지만 이곳만큼 사계절 제철을 누리는 곳이 있을까.

 육지에 와서 매달 색다른 제철 문화를 경험하고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달 비행기 타고 육지에 올 수는 없기에 뉴스나 SNS를 통해서 제철 문화 소식을 접하기는 했다. 물론 제주에서도 계절별 다양한 문화 축제가 열린다. 그런데 여기만큼 다양하지도 않을뿐더러 제주만의 색깔을 잃은 지는 오래다. 생각해 보건대 제주는 한정적인 지역이고, 육지는 교통편만 있다면 서울에서 경기도, 대전, 충북, 인천, 강원도 등지는 쉽게 가볼 수 있기에 누릴 수 있는 문화가 더욱 다양하고 색다르다. 그래서 육지 2년 차. 매달 제철 문화를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 (좌) 미디어사파드. 건물에 LED조명을 설치해 입체적인 미디어를 볼 수 있다  (우) 비발디파크 스키장  ⓒmoonlight_traveler


12월~2월 추운 겨울

 겨울 하면 눈. 제주에서도 종종 폭설이 내리기 때문에 집 옆 공원에서 눈사람, 이글루를 만들고 썰매를 탔다. 이사 올 때 이 썰매를 버리고 올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갈등을 했지만 서울은 영하의 기온이기에 썰매를 탈 일이 있겠지 싶어서 애써 곱게 싸매고 들고 왔다. 불행히도 아직까지 썰매를 타지는 못했다. 동네에서 썰매를 타면 길이 빙판길이 되어 넘어지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는 민원을 봤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가 택한 곳은 스키장과 빙상장. 빙상장과는 달리 스키장은 제주인들에게 낯선 곳. 학창 시절 종종 수학여행 가는 학교도 있었지만 그다지 많지는 않다. 스키장과 빙상장을 가기 위해서는 스키복과 방수 장갑, 방수 부츠까지 구비하고서야 출발할 수 있다. 익숙하게 스키와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을 보며 오호라, 감탄사를 내뱉었지만 다행히 우리 아들들도 익숙하게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스키와 스케이트를 섭렵했다. 우리도 스키장 간다,는 제주 친구들에게 뽐낼 수 있는 자랑거리.

 어디 이뿐이랴. 빠질 수 없는 송어, 산천어, 빙어 축제. 낚시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EBS를 보면서 얼음 위 낚시를 꽤나 꿈꿨다. 그래서 온몸을 방한용품으로 휘두르고 찾아간 강원도 축제. 그 저수지를 어떻게 얼렸을까 싶을 정도로 넓디넓은 저수지에 구멍을 뚫어 낚시를 드리우고 고기를 낚아채는 느낌이란. 낚시 바늘이 뻐끔뻐끔 거리는 물고기 입에 물려있는 것을 보면 어떡해,어떡해,라는 소리만 나올뿐. 주변에서는 부러운듯 박수를 치며 우리에게 낚시 비법을 묻기도 한다. 짐짓 여러번 해본듯 노하우를 전수하는 기분이란. 정말 최고의 경험이며 경이롭다. 휘리릭.

 덧붙여 겨울이 되면 곳곳에 장식된 거대한 트리와 화려한 조명은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서울답게 휘황찬란하다.


3~5월 따스한 봄

 봄 하면 꽃. 따스한 봄을 알리는 벚꽃 축제. 매해 석촌호수의 벚꽃을 보러 간다. 인파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발 디딜 곳 없이 서로 딱 붙어서 걸어야 할 정도로. 그렇게 복잡한 인파 속에서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면, 호수를 빽빽이 둘러싼 벚꽃나무에서 벚꽃잎들이 하늘하늘 떨어진다. 아. 저절로 감탄사가 뿜어져 나온다. 이렇게 수많은 벚꽃을 본 적은 없었다, 사람만큼이나. 웃픈 것은 그곳에서 남편의 직장 동료, 제주 친구를 만났다는 사실이다. 전국에서 석촌호수 벚꽃을 보러 오나 보다. 그만큼 호수와 어울려 벚꽃 사이의 봄 햇살이 따스하여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또한 드론라이트쇼. 뚝섬에서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겨우 주차하고 끝내 자리를 잡았건만. 그 불편함을 까마득히 잊을 정도로 드론쇼는 정말 장관이다. 수백 대의 드론들이 어떻게 저런 모양을 만들고, 어떻게 저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드론이 새로운 모양을 만들 때마다 쏟아지는 사람들의 함성소리. 잔잔히 흐르는 한강 위로 드론이 봄밤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도 한가롭게 가서 빈백에 누워 책 한 권 뚝딱 읽기에 좋다. 도로 한가운데에 놓인 빈백과 책장과 책들이라니. 서울만큼 곳곳에서 책축제를 여는 곳도 없으리라. 강바람을 맞으며 누워서 읽는 책이란. 고요한 강만큼이나 사색하기 좋다. 천국이 따로 없다.


6~8월 뜨거운 여름

 여름 하면 물놀이. 바다와 계곡. 아 바다는 아쉽다. 암만해도 바다는 제주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제주 바다에 관한 글을 쓰고 싶지만 다음 기회에. 전라도에 사는 지인이 서해는 흙탕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서해는 갯벌이 아닌가. 늘 책으로만 보던 갯벌. 특히 아이들이 가보고 싶어 했던 갯벌. 자연그림책에 갯벌 그림이 어찌나 많이 나오는지 칠게, 망둥어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때마다 육지 가면 갯벌 가보자 벼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 기회. 놓칠세라 물때 맞춰 갯벌체험에 나선다. 오이도에서 동죽 갯벌 체험을 했는데, 우린 제주에서도 손으로 조개를 캐고 문어를 잡던 사람들. 동죽을 금세 바구니 가득가득 캐는 건 시간문제다. 무엇보다도 처음 밟아본 갯벌은 끈적끈적하고, 생각보다 더 시커멓고 갯벌을 헤치는 동안 발은 흙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신기한 체험은 우리 가족을 한껏 웃게 만든다. 덧붙여 동해는 수심이 깊고 파도가 세며 남해는 잔잔하고 양식장이 진을 치고 있어 쉽게 다가가기에 어렵다. 바다의 다양한 모습또한 색다르다.

 그리고 육지에서도 한 번쯤은 가봐야 하지 않겠냐며 출발한 곳은 백운계곡. 계곡의 상류와 하류까지 이어진 차량의 행렬. 모두 우리와 같이 계곡 물놀이에 동참했다. 어이없는 건 법적으로 정해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계곡을 이용하려면 어떤 식당이든 이용해야 하고 그래야 주차도 할 수 있다는 웃픈 사실. 그래서 계곡 물길 따라 식당이 쭉 이어져 있다. 식당도 자연인가. 육지는 꼭 그러더라. 어디 해수욕장을 이용하려고 해도 꼭 그 식당을 이용해야 하고. 자연경관인데 왜 식당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미스터리. 어쨌든 계곡의 물이 그리 깊지 않고 차갑지도 않아서 물놀이하기에는 꽤나 좋았다, 한 번쯤은 가볼 만한 듯.

 또 유명한 캐리비안베이, 오션월드는 제주의 신화월드처럼 다양한 물놀이 기구를 탈 수 있어서 재밌지 아니한가. 누구나가 다 한 번은 가보는 여름 관광지.


▲ (좌) 하늘공원 억새축제. 한강 너머 해가 지는 붉은 노을과 함께 볼 수 있는 억새 경관  (우) 남산 소월로 은행나무 길 ⓒmoonlight_traveler


9~11월 햇살이 반가운 가을

 가을 하면 단풍. 육지에서 독특한 건 은행나무. 서울 도심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 서울 사는 친구가 '어제 엄마가 은행 주우러 가자고 해서 갔는데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줍기 싫었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은행이 은행나무 열매인지 몰랐던지라 '그 은행 가지고 뭐 해?'라고 물으니 '그거 까서 프라이팬에 볶아 먹는 거야.'라고 말해줘서 내심 놀란적이 있다. 육지에 오고 보니 그럴 만도 한 게 길가에 은행나뭇잎이 수북이 쌓여있는데 그곳을 지날 때마다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이상하다 왜 이런 비료 같은 냄새가 나지 싶었는데 그게 바로 은행나무 열매 냄새였던 것. 그래서 고개를 들어 좌우 둘러보니 곳곳마다 은행나무 길이 펼쳐져 있다.  

서울 가로수 수종에서 은행나무가 42.2%로 가장 많다.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는 이유는 가로수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 첫 샛노란 단풍을 제공하고,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며 병해충에 강하다.
출처 : 윤혜숙. 서울정보소통광장. 2024.10.07

 그래서 서울에서 은행나무를 쉽게 볼 수 있구나. 도로에 빽빽이 들어선 차들 때문에 은행나무들이 공기정화를 하느라 바쁜 것이었다. 그러면 그깟 고약한 냄새쯤이야 어떠랴. 잠깐 코만 틀어막고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면 더없이 샛노란 가을 사진을 간직할 수 있는 걸.

 단풍과 더불어 궁궐을 산책하기에도 좋은 계절.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가보면 외국인뿐만 아니라 여행온 국내 관광객들도 한복을 입고 궁궐을 거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는 비록 한복을 입지는 않았지만, 주니어김영사에서 나온 '신나는 교과체험 학습' 책을 들고서 궁궐을 이곳저곳 탐색한다. 알고 보면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궁궐. 각 궁궐마다 단풍 풍경뿐만이 아니라 도슨트해설, 다도 체험, 야경 체험도 즐길 수 있는 건 보너스다.

 늘어놓기 시작하면 끝도 없지만 가을에 빼놓을 순 없는 건 세계불꽃축제. 63 빌딩 앞에서 펼쳐지는 세계불꽃축제를 잘 보기 위해서 어느 명당에 자리 잡아야 하는지 매번 숙제 같지 않은 과제지만. 어디든 어떠랴. 한강 쪽에 자리만 잡는다면 어디서든 보이는 화려한 불꽃쇼. 직접 보게 된다면 세계 여러 나라의 불꽃쇼와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게 될 것이다. 사람 구경도 한몫한다. 여하튼 불꽃들은 어쩜 그렇게 다양한 불빛으로 밤하늘을 수놓을 수 있는지. 화려한 색깔과 눈부신 불꽃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육지에 머물며 여러 지역을 오가며 제철 문화를 경험한다. 이다지도 다채롭고 경이로운 경험이 있을까. 그저 책으로만 접해 글자와 그림, 상상 속에서만 머물렀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간만 낸다면 어디든 무엇이든 직접 가서 볼 수 있다. 항상 아이들한테 하는 말은 '저거 책에서 봤었지.', '그 책에 나온 그림 있잖아. 이게 실제야.' 라는 거. 비록 당일치기로 짧은 몇 시간일지라도 몸소 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이라 황홀하고 짜릿하다. 일단 비행기 값은 줄이지 않았는가.

 매달 아이들과 제철 문화를 엿보며 모은 입장 티켓과 사진들을 정리하며 일기장에 세세하게 기록해 둔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훗날 살아가면서 귀한 추억거리이며 자산이 되길 바라며.





 



이다지도 다채롭고 경이로운 경험이 있을까








덧. 살기 좋고 풍경 좋은 제주에서 살다 온 필자에게 제주에서의 제철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을 추천받기 원하신다면 오름을 추천해 드립니다. 사실 관광지라는 곳은, 육지보다 못한 시설도 허다합니다만. 제주 특유의 오름을 올라가신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색다른 풍경과 제주만의 제철 문화를 엿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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