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여수 여행기 (2)
[ 보통의 하루 : #오동도 #스타벅스 더여수돌산점 #여수해상케이블카 #이순신 광장 ]
- 전남 여수시 수정동 산 1-11
오동동은 섬이다. 멀리서 보면 섬의 모양이 오동잎처럼 보이고 예전부터 오동나무가 유난히 많아 오동도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자생하는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동백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임진왜란 때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 최초로 수군 연병장을 만들었고 이곳의 조릿대의 '이대'로 화살을 만들어 적을 크게 무찔렀다고 한다.
이튿날 아침, 바람이 많이 분다. 폭풍 같은 바람결에 머리가 정처 없이 휘날리지만 햇살이 있어서 그나마 따스하다. 오동도까지 들어가는 산책길은 방파제로 길이 잘 닦여 있어 자전거로 가는 길과 인도로 구분되어 있다. 천천히 걷노라니 햇살에 바다 물결이 반짝거린다. 반짝반짝. 가끔 보면 은갈치의 빛나는 비늘 같기도 한. 윤슬이다. 이토록 반갑던가. 겨울 햇살에 부서지는 물결 속에 빛나는 윤슬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이리 보게 되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감사가 저절로 나온다. 사실 이 방파제 길을 동백열차로 편하게 갈 수 있다. 열차가 지나갈 때 아이들은 사뭇 부러운 눈길로 쳐다봤지만 우리 가족은 걷기로 결정했다. 호텔을 나서면 바로 이어지는 오동도 방파제 길. 어제 오랜 시간 차만 탔으므로 걷는 시간도 필요한 법. 그 수많은 오름과 올레길로 단련된 다리가 아니던가. 바람이 거세지만 차근차근 걸어보며 여수 바다 풍경을 눈에 담아보는 것도 추억이다.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꼭 있는 동굴. 파도와 바람의 침식과 퇴적작용으로 생긴 굴이다. 이 동굴 이름은 '용굴'이다. 이 굴 안에 용이 살았으며 안에서 지하수를 받아먹었다는 전설이 있다. 어느 정도 깊이 파였는지는 잘 보이지 않지만 자연의 신비로움 앞에 사진도 연속으로 찰칵찰칵 찍었다.
바다 옆 산책 길을 걸으니 마치 제주에 온 듯. 어쩔 수 없나 보다. 제주와 견주어 보는 것은. 마치 서귀포 외돌개 산책로 같으면서도 새섬 산책로 같다. 어제 어두컴컴한 밤바다와는 달리 오늘 보니 여수 바다가 아주 고요하다. 큰 물결 없이 잔잔하며 고즈넉하다. 주변 작은 섬들이 많아서 그런가. 나무 사이로 비치는 겨울 햇살이 눈부시다. 여수의 겨울 바다는 따스하다.
그렇게 여수 겨울 바다의 따스함을 느끼며 오동도 산책길을 따라 한 바퀴 걸었다. 명절 당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다. 관광객일까. 다들 우리처럼 여수가 첫 방문인가. 명절은 보내고 왔을까. 어느 지역에서 왔을까. 여수 바다를 보는 느낌이 어떨지. 그들도 제주 바다와 견주어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분명한 건 가족과 함께 걷고 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함박 웃음꽃이 피었다는 사실. 웃음꽃이 잔잔한 바다 물결에 떠다니는 것처럼 여수 바다는. 누군가와 걷고 싶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정겨움이 있다.
- 전남 여수시 돌산읍 돌산로 3549
꼭 커피를 마시려고 간 것은 아니었다. 여느 스타벅스와 다른 건물이라 해서 구경에 나섰다. 뭐, 간 김에 따뜻한 카페라테 한잔을 마실 수 있다면 좋겠지.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도로 들어갔다. 역시나 뷰(view) 맛집이라 이미 주차장이 만차에 대기줄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스타벅스 건너편에 주차하고 걸어서 갔다. 얼마나 색다르기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반겨준 것은 탁 트인 천장이었다. 높은 천장에 물결을 상징하는 오브제 모빌이 달려있다. 마치 바닷속의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그리고 그 밑에는 큰 테이블이 있다. 이는 8m 길이의 투명 디스플레이 테이블로서 영상이 재생되고 있으며 손을 대면 영상이 변한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테이블에 손을 대며 물고기를 만져볼까, 파도를 만져볼까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도 만져보려고 기웃거렸지만 이미 만석인 테이블이기에 자리 나기가 힘들다. 어수선하고 복잡하다, 밖에 나가자.
2층으로 올라가 야외로 나갔다. 하. 이제야 살 것 같다. 복잡한 실내를 벗어나니 산책로와 탁 트인 바다가 보인다. 아, 이래서 유명했구나. 남해와 여수시가 파노라마로 한눈에 펼쳐진다. 와. 돌산도에서 보니 또 사뭇 다르다. 어제의 야경 불빛과 다르게 오늘은 바다의 이 우리를 환영한다. 바다도 어디에서 보기 나름인 듯. 3층 루프탑도 있다. 많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지만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만석이다. 역시 명절 연휴. 하긴 꼭 명절이 아니어도 이곳은 늘 관광객이 많겠다. 이곳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맛보고 남해 경치를 보는 특별한 곳임은 분명하니. 여행 가는 곳마다 스타벅스 굿즈를 구입하는 편이라 머그잔을 살펴봤으나 '여수' 술잔은 있지만 머그잔은 없네. 외국처럼 각 지역 특색의 모습이 담긴 에스프레소 잔이 출시되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사람들에 밀려 그저 따뜻한 카페라테 한잔 사고 가게를 나섰다. 경치를 봤으면 됐지 뭐.
- 전남 여수시 돌산읍 돌산로 3600-1 (돌산정류장)
돌산도에 왔으니 이번에는 케이블카를 타 볼 차례. 케이블카는 부산, 파주, 싱가포르에 이어 네 번째다. 이 해상 케이블카는 돌산(섬)에서 시작해서 어젯밤에 올랐던 자산공원(육지)을 오고 가며 운행한다. 약 1.5km 거리이며 소요 시간은 편도 약 15분 정도다. 우리는 놀아 정류장(돌산)에서 출발한다. 케이블카는 일반 케빈과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케빈 두 가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는 빨리 오고 가기 위해 일반 케빈을 선택했다. 크리스털 케빈은 케이블카 밑바닥이 투명이라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기 때문.
바람이 세서 케이블카가 조금씩 흔들린다. 스릴을 좋아하는 필자와 기쁨이는 신났다. 반면 남편과 사랑이는 문에 달린 손잡이를 꽉 잡으며 '움직이지 마', '다 올라왔어.'라고 물으며 불안한 눈빛을 보인다. 무섭기는.
"저곳 봐봐. 어제 우리 묵었던 호텔 앞 산책길이네. 그 옆이 오동도야."
"오, 저기는 배를 수리하는 선소인가 봐. 땅에 뭐가 박혀있네. 배를 고치고 바다로 내려 보내고 육지로 다시 올리는 기능을 하나 보다. 신기하다. 저번에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봤을 때 아프리카. 기억나지, 그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다 함께 모여서 손으로 배를 밀어 바다로 보냈잖아. 직접 보는 건 처음이다."
"여기는 남해, 남쪽 바다야. 그리고 다도해라고 하지. 많을 다(多), 섬 도(島), 바다 해(海). 섬이 많은 바다라는 뜻이야. 그래서 임진왜란 때 거북선과 배들이 섬 사이에 숨어 있다가 왜적이 쳐들어올 때 앞, 뒤, 옆에서 공격할 할 수 있었던 거지. 학익진 들어봤지. 그렇게. 와, 진짜 섬 많다."
"저 대교 봐. 저렇게 돌산이라는 섬과 여수, 육지를 이은 다리야. 돌산대교. 우리 아까 저렇게 차로 넘어온 거란다. 지금은 케이블카로 넘어가고 있고."
바다 위 케이블카 안에서 여수와 남해 이곳저곳을 찬찬히 뜯어보다 보니 섬과 육지 왕복을 끝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남해를 하늘에서 볼 수 있어 꽤나 낭만적이다. 비행기 안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해가 저물어가는 바다 위를 건넜으니. 이제 이순신 장군님을 만나러 가볼까.
- 전남 여수시 선어시장길 6
광화문대로에 있는 이순신 동상. 그곳 지하에는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영상 및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런데 이 여수는 바로 그 역사의 현장이 아니던가. 여수 밤바다를 보러 왔지만 이순신 광장도 빼놓을 수 없다. 이순신 광장 중앙에는 늠름한 이순신 동상이 서 있으며 바닷가 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와 임진왜란의 과정을 담은 벽화를 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가며 이순신 장군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간다.
바닷가 쪽으로 더 내려가면 거북선을 볼 수 있는데 이는 2층구조로서 선체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거북선이 위치한 자리는 바로 전라좌수영 선소(배를 만들던 터)가 있던 곳이다.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안에 들어가면 수(水)군 밀랍인형의 노를 젓거나 포를 나르는 역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장군복을 입고 장군이 될 수 있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광화문에서 한 체험과 비슷하지만 이곳은 역사의 현장이기에 감회가 새롭다. 그 옛날 이곳에서 거북선을 만들고 왜적들의 침입에 대항했던 곳이라니.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순신 장군이 이 먼 곳 여수까지 올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나라를 지키기 위함이겠지. 이 작은 바다와 지역을 지키는 것이 이 나라를 지키는 위대한 일임을 이순신 장군은 알고 목숨까지 바쳤겠지. 그의 용기와 혜안에 감탄을 한다.
다른 이야기지만 저번에 광화문광장에 갔을 때 이순신 장군 옆에 새겨진 비석들을 봤었다. 비석마다 이순신 장군의 말씀과 일기 내용이 적혀 있다. 어찌나 한 마디 한 마디 글과 말씀이 정갈하고 우리의 마음을 콕콕 찌르는지. 마침 광화문 광장에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위하는 모습들 속이어서 그런가. 유독 난중일기 중 '나라의 정세가 아침이슬처럼 위태롭구나.'라고 적힌 글귀가 마음에 들어왔다. 하나하나 아이들과 함께 읽어가며 그때의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읽어보려 애썼다. 시간이 되신다면 여수, 까지는 아니더라도 광화문 광장에 가보시길.
해가 지는 여수 바다 앞에서 뜻하지 않게 이순신 장군의 마음을 톺아보게 되었다. 역사의 격전지 앞에 서 있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저물어가는 저 해처럼, 전쟁 중 죽음을 맞이한 이순신 장군의 마음이 부디 외롭지 않기를 바라며. 또한 시위로 번잡하고 복잡한 도심 한가운데에서 우뚝 솟아있는 이순신 장군의 마음이 그때처럼 위태롭지 않길 소망하며.
오늘은 어땠어? 여수에서의 아침은 바닷바람과 함께 시작했네. 오래간만에 걸어서 힘들었지. 바람결에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어져도 엄마는 좋더라. 오래간만에 바닷바람 만나서. 기쁨이는 바다 냄새난다고 싫어했지만 그래도 너도 바다냄새 곁에서 태어난걸. 오동도라는 섬도 산책해 보고. 케이블카 타면서 바다도 보고 작은 섬들도 보고. 선소도 봤잖아. 직접 보니 신기하던걸. 게다가 이순신 장군 동상과 거북선도 구경하고. 그 작은 배 안에서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목숨을 내놓고 우리나라를 지키려고 무단히 애썼을까. 그때 우리도 그럴 수 있었을까. 정말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사는 것도, 이렇게 여행 다닐 수 있는 것도 그분들 덕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감사한 일이야. 바다 보러 온 여수에서 '역사'도 보고 듣게 되네. 처음 왔지만 참 매력적인 도시야. 해가 저문다. 겨울바람이 매섭네. 새로운 숙소로 가보자, 내일을 위해.
엄마가 좋아하는 윤슬이네.
바다가 반짝거려.
덧. 여수를 하루종일 여행하며 맛집은 안 갔냐고 물어본다면 갔다. 명절 당일이라 휴무인 곳이 많았다. 그나마 문을 연 유명 맛집을 찾아갔지만 웨이팅을 무려 3시간이나 했다. 우리는 양념게장이 익숙한 편. 그곳에서 간장게장을 처음 맛봤다. 남편은 간장게장이 고소하다며 흡족해했다. 한상 크게 차려진 해산물잔치. 남해를 바라보며 간장게장을 맛본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09화 #여수 밤바다 _여수 여행기(1)
https://brunch.co.kr/@luckyblue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