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여수 여행기 (1)
[ 보통의 하루 : #여수 가는 길 #자산공원 ]
여수 밤바다
song by 버스커 버스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 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아 아 아 아 아 아 아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이 거리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여수 밤바다
한때 '제주도의 푸른 밤' 노래를 능가하는 '여수 밤바다' 노래가 유행했었다. 잔잔하면서도 간결한 가사 그리고 정겨운 기타 소리로 잔잔한 여수 밤바다를 꿈꾸게 한다. 여수 밤바다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자주 보던 제주 바다처럼 밤바다 하면 여름, 여름 밤바다 하면 바로 오징어잡이 배가 아닌가. 여름에 제주를 간다면 해 질 녘부터 동이 터 오르는 새벽녘까지 바다 위 환한 불빛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이는 바로 오징어잡이 배. 하얀 등이 얼마나 많고 밝은지. 제주에 살던 집 창문에서 내려봐도 저 멀리 바다의 오징어잡이 배들이 컴컴한 바다와 하늘 속에서도 반짝반짝 밝게 빛났다. '여수 밤바다'를 들으며 이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렇게 잔잔하고 화려한 바다가 아닐까 하고.
여수를 가볼 수 있을까. 차로 가도 꽤나 멀다. 약 400km. 가보려나 싶을 찰나 그 해 겨울에 불쑥 '여수'로 떠났다.
- 전라남도 여수시
무작정 떠났다. 숙소도 당일 예약했다. 낮 11시가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이미 고속도로는 명절 연휴 첫날로 정체가 시작되었다. 우리 여수까지 잘 도착할 수 있을까. 그저 T-map만 믿고 가는 수밖에. 기나긴 여정이지만, 우리에게는 휴게소가 있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휴게소'도 구경시켜 주고 맛있는 간식거리도 맛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또 명절이라 우리가 지나치게 될 수많은 톨게이트는 무료.
처음 시작은 휴게소 맛집 탐색이다. 수많은 휴게소 중 어느 휴게소에서 어떤 음식을 먹어야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 폭풍 검색. 메뉴도 아이들에게 일일이 무엇을 먹고 싶니,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니 서로 열띤 토론을 한다. 결국 선정한 곳은 화성휴게소. 화성휴게소의 특징은 식당 내에 무료 '서비스바'가 있다. 이는 반찬(양배추, 단무지, 김치), 소스, 밥이 무료로 제공된다. 밥이 무제한 제공된다니. 여태껏 이런 휴게소는 없었다. 아주 대만족. 그리고 로봇이 물과 김, 냅킨을 가지고 식당 내부를 돌아다닌다. 신세계로구나. 만족스러운 휴게소에서 우리가 선정한 메뉴는 등심돈가스와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그리고 라면. 특별한 메뉴는 아니지만 휴게소에서 각자가 좋아하는 메뉴를 선정한다는 것은 그만의 즐거움이 있다. 이렇게만 먹을 쏘냐. 간식도 챙겨야지. 이 휴게소는 이영자 씨의 추천 맛집인 '소떡소떡'이 있는 곳이다. 당연히 먹어봐야지. 게다가 맥반석오징어도 있지 않은가. 휴게소마다 빼먹지 않는 간식은 '맥반석오징어'. 주문 시 바로 오징어를 구워줄뿐더러 휴대용 고추장을 챙겨주시는데 그 고추장에 찍어먹는 따끈따끈한 오징어 맛이 정말 일품이다. 점심을 배불리 먹고도 간식으로 소떡소떡과 맥반석 오징어까지 구입하고 휴게소를 떠났다. 차 안에서 케첩 냄새와 고추장 냄새를 풍기며.
고속도로에 차 들이 많다. 처음에는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순천완주고속도로를 달린다. 연휴인데 다들 어디를 가는 걸까. 고향을 가는 걸까 여행을 가는 걸까. 차로 고향도 가고 여행도 갈 수 있다니. 차로 전국방방곡곡을 다닐 수 있는 육지만의 매력. 차가 막힐 때면 버스 전용 차로로 쌩쌩 달리는 카니발 차량을 보며 남편은 부러워한다.
"우리도 큰 차로 바꿀까."
"아니야. 이제 내년이면 아이들 중학생 돼서 이렇게 지방으로 놀러 다닐 일도 없어."
고개를 끄덕끄덕. 가는 동안 아이들은 심심한지
"OK google, 아재개그 내봐."
라고 구글에게 말을 건다.
"돼지가 방귀를 뀌면?"
"..."
"돈가스"
"하하하"
구글이 준비한 아재개그가 많은지 다양한 아재개그를 우리에게 던진다. 거의 대부분은 맞히지 못했지만 그게 뭐 대수라고. 고속도로에서 쌩쌩 달리느라 지루한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면. 덕분에 여수 가는 길이 떠들썩하다.
7시간 달렸을까. 저녁 6시. 드디어 여수 도착. 겨울이라 해가 짧아 이미 주변은 컴컴하다. 어딘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네비 따라 숙소에 도착했다. 바로 바다 앞에 숙소를 잡은 터. 조명으로 보아하니 대교도 보이는 듯하고 바다도 곁에 있는 듯하다. 일단 숙소에서 짐을 풀고 저녁부터 해결. 저녁은 호텔 석식 뷔페.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는 시간이 늦었지만 산책을 나선다. 여수 밤바다를 보러.
- 전라남도 여수시 자산공원길 86
호텔 앞을 나서니 산책로가 있다. 컴컴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항구인 듯 정박한 고기잡이 배들이 보인다.
"아, 바다냄새."
후각이 민감한 기쁨이가 비릿한 바다 냄새를 맡았나 보다. 바로 손가락으로 코를 틀어막는다. 작은 아들의 반응을 보니 바다가 맞긴 하구나. 그런데 바람이 없다. 춥지 않다. 이상하다. 바닷가인데 왜 춥지 않지. 아하 사면이 뚫려있지 않은 남해라 다르구나. '남쪽'이라 따뜻하다. 이미 우리가 육지기온에 적응이 되었나. 바닷바람이 불지 않고 생각보다 따뜻해서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다. 천막들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니 이곳은 포장마차인가 보다. 그런데 문이 다 닫혀있다. 얼핏 보니 동산이 있고 그곳 정상의 정자 불빛이 훤하다. 저기까지 가보자. 다행히 동산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곳은 오동도 입구 쪽의 주차타워를 통해 자산공원 가는 길이다. 즉 호텔 앞 산책로가 '오동도' 섬을 들어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엘리베이터가 금방 우리를 자산공원으로 데려다줬다. 동산을 올라서니 와. 오동도와 여수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밤야경이 더해져 분위기가 로맨틱하다. (대문사진 참고)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익숙한 노래가 울려퍼진다.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듣던 노래가 나오네. '여수 밤바다'"
노래가 우리를 반기고. 노래 가사대로 화려한 조명이 우리를 환영한다. 앞으로 어떤 아름다운 얘기가 펼쳐칠까. 해안길 따라서 큰 호텔들이 서 있고 다들 높은 키를 자랑하며 각양각색의 불빛을 뽐내고 있다. 왼쪽으로는 가정집, 아파트들이 보이고 도로도 보인다. 여기가 여수시구나. 멋지네. 물론 겨울이기에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여수 밤바다'는 컴컴하고 잠잠했지만 이 바다내음 가득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본다. 흠. 바다로구나. 오랜만이야. 반갑다.
이 자산공원에 정자가 있다. 이는 '자산공원 일출정'이다. 동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나칠 수 없는 화려한 불빛이 정자를 감싸고 있다. 우리가 호텔 앞 산책로에서 봤던 그 정자다. 정자 쪽으로 가보니 곳곳에 나무 명패가 달려있다. 마치 남산타워의 사랑의 자물쇠같이. 무엇이 쓰여 있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람들의 소원이 빼곡히 적혀 있다. 아, 소원 나무구나. 여수의 명소인 듯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며 간절한 소원들을 적어 매달아 놨다. 남해를 바라보며 비는 소원이라. 그게 무엇이든 꼭 이루어지길 소망해 본다.
자산공원 일출정은 일출과 야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때마침 우리는 '여수의 겨울 밤바다' 야경을 만끽했다. 일출정에 올라서니 앞으로는 오동도와 여수 바다가 뒤로는 해상 케이블카 탑승장이 보인다. 자산공원에서 보던 야경과는 또 사뭇 다르다. 저 여수 바다 건너 쭉 가면 제주에 닿으려나. 바다는 컴컴하지만 여수시는 화려하구나. 무지개 반짝이풀을 풀어놓은 듯 모든 게 반짝반짝 거린다. 하늘에 별이 보이려나. 화려한 도시 불빛에 별은 잠잠하다.
이제 내일을 기약하며 숙소로 돌아간다.
얘들아 어때. 남해까지 왔네. 엄마아빠 둘 다 계획적인 'J'지만 즉흥적인 여행도 나쁘지 않네. 우리가 남해로 내려와서 서울은 텅텅 비었을 거야. 남해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달려온 것 같아. 남편 운전하느라 고생했어. 오는 길에 차 안에서 '여수 밤바다' 노래 들었지. 노래 어땠어. 잔잔하고 감미롭게. 기타 소리도 좋고. 기쁨이가 우쿨렐레로 '제주도의 푸른 밤' 연주해 준 것처럼 '여수 밤바다'도 연주해 주는 건 어때. 형이 피아노 치면 되겠다. 그 노래가사 속 '여수 밤바다'에 우리가 온 거야. 정말 멋지지 않니. 지금은 컴컴해서 바다가 잘 안 보이지만. 엄마는 내일이 더 기대된다. 남해바다, 여수 바다는 어떤가 싶어서. 너희들도 그렇지. 차 안에서 긴 시간 오느라 갑갑했을 텐데 고생했어. 숙소 들어가서 따뜻하게 자자. 내일을 기대하며. 그런데 내일은 뭐 하지.
언제까지 가야 해요
몇 킬로미터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