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영일년 月4 : 혼자서 되새기는 청춘 2
몇 해 전인 4월, 바르셀로나를 여행했다. 가우디 건축물을 둘러보고 플라멩고 공연도 보면서 화창한 봄날을 즐겼다. 그런데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기억 남았던 것은 건축의 신이 빚은 건물도, 미각을 접수했던 파에야도 아니었다. 산책하다가 우연히 들른 동네 체육관에서의 한 시간이었다.
스페인 여학생들이 수영장에서 수중발레 연습 중이었다. 잠깐 구경할 생각으로 관람석 구석에 앉았다. 수영 문외한인 내가 봐도 어설픈 동작과 실수 연발의 퍼포먼스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계속 눈이 갔다. 어린 선수들이 모여서 합을 맞추며 조금씩 무언가를 이뤄 나가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수면 위로 발을 내미는 그들을 보며 자연스레 <워터보이즈>가 떠올랐다.
<워터보이즈>는 다섯 남학생들이 수중발레에 도전한다는 일본 코미디 영화다. 수중발레를 가르치는 미모의 여교사에 홀려 가입했던 다섯 남학생은 정작 여교사가 출산 휴가를 떠나자 수영부에 방치된다. 친구들의 무시 속에서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돌고래 조련사에게 훈련까지 받는다. 드디어 학교 축제날이 되자, 다섯 남학생은 뜨거운 햇살로 일렁이는 수영장에 노력의 결과물을 풀어낸다.
남고생 수영부 <워터보이즈>에 이어 여고생 재즈부 이야기인 <스윙걸즈>를 연출했던 야구치 시노부 감독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택한 이유로 어른과 달리 돈에 얽매이지 않아서 스토리가 자연스러웠다고 했다. 어른들이 따지는 수지타산에서 벗어나 그저 열심히 도전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스페인 여학생들의 청춘을 기억한다. 그들의 열정에서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받은 느낌이었다. 흐뭇했던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워터보이즈>의 못난이 남학생들이 주위의 무시에도 아랑곳 않고 그저 해보겠다는 열정으로 수중발레를 빚어낸 것처럼, 스페인 여학생들도 앞으로 계속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만의 과정을 밟고 있었다. 분명 다음 동작에서 실수할 것이 뻔한데도 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함이 청춘인 것 같다. 지금은 어설프더라도 결과에 무모하게 부딪치는 열정이 바로 청춘이 아닐까 싶다. 실수 투성인 청춘의 흔적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언젠가는 성숙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모든 프로의 시작은 아마추어다.
세월이 갈수록 멈칫하는 날이 잦아진다. 결과를 걱정하다가 정작 과정에 몰두하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진다. 따지고 보면 아무 고민 없이 무언가 몰두했을 때는 어린 시절이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과정 자체에 몰입한 무모했던 시절, 바로 그때가 청춘이었다.
이번 4월, 새벽 수영반에 등록했다. 수영장에 들어가면 레인을 오가는 사람들의 푸른 열정이 보인다. 끊어졌던 청춘의 흔적이 새벽부터 되살아나는 느낌이라 참 좋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영을 배우는지라 지금은 음파음파를 배우는 중이다. 입으로 숨쉬고 코로 내뱉어야 하는데 거꾸로 해서 식겁하기도 한다. <워터보이즈> 못난이들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그들처럼 어설픈 열정으로 물을 또 먹을 줄 알면서도 음파음파를 할 것이다. 아직 내 청춘은 현재 진행형이라 생각한다.
# 어설프더라도 끝까지 도전하기 - 수영장에서 나 홀로 음파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