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조 브랜드 CFO 9편:
동생 이름 만들기

by Lucky Nine
"두 배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선, 때론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 하워드 슐츠 (前 스타벅스 CEO)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우리는 결국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우리 브랜드명은 더 이상 중국에서 쓸 수 없었다.
법적 리스크, 브랜드 침해 가능성, 플랫폼 상의 유사 제품들.
우리 이름이지만, 우리 이름이 아니었다.

처음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땐, 조직 전체가 조용해졌다.
마케팅팀은 고개를 떨궜고, 디자이너는 말없이 펜을 굴렸다.
“정말로… 새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나요?”
그 질문에, 대표님은 이렇게 말했다.
"브랜드 하나를 더 만든다는 건, 회사를 한 번 더 창업하는 일입니다."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비용

브랜드를 새로 만든다는 건 상상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디자인 하나 바꾸는 데 수십만 원? 그런 수준이 아니다.

브랜드 네임 개발 및 리서치 비용

상표권 등록 (중국 포함 주요 국가)

BI/CI 디자인, 패키지 재설계, 웹사이트 및 SNS 채널 재구축

기존 공장 생산라인 재조정

물류·패키지 수주·신규 브랜드용 재고 분리 운용

→ 이 모든 비용은 한 푼도 매출 없이 먼저 나간다.
→ 우리는 이를 ‘One-off 비용’으로 분류했지만, 손익엔 강하게 반영된다.

게다가 숫자는 말해주지 않는다.
“이 브랜드가 사랑받을지 아닐지.”


네이밍 회의, 그리고 균열

브랜드실은 바로 네이밍 워크숍을 시작했다.
수십 개의 후보 이름이 나왔고, 나는 그 회의에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다.

“이 이름 어때요? 중국어로도 발음이 좋고, 로고화도 쉬울 것 같아요.”
마케터는 흥분한 목소리로 제안했고,
누군가는 조용히 말했다.
“중국에서 검색해보셨어요? 이미 상표로 등록돼 있습니다.”

또 다른 이름은 감각적이었다.
하지만 중국어로 발음하면 ‘죽음’이라는 단어와 유사해졌다.
우리는 그 이름을 조용히 버렸다.

“이건 어때요? 우리 브랜드 감성을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무드예요.”
이제서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발음, 등록 가능성, 연관성… 숫자 상으론 통과입니다.
이제는 감정의 차례예요.”


기존 브랜드와의 연결성 문제

문제는 하나 더 있었다.
“우리 기존 브랜드와 이 새 브랜드는 같은 회사인가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인데,
우리 입장에선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완전히 다른 브랜드처럼 보이면 기존 팬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유사하면, 법적으로도 마케팅적으로도 위험하다.

그 사이에서 마케팅팀은 ‘가교 전략’을 제안했다.

기존 브랜드와의 연결 고리를 은근히 유지하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독립적으로 확립하는 방식.

나는 그것을 숫자로 바꿨다.
마케팅 ROI, CPA, LTV 분석으로 브랜드 이중 운영의 효율을 시뮬레이션.


감정과 숫자 사이

내 직업은 숫자다.
하지만 숫자만으로 조직을 설득할 수는 없었다.
감정은 빠르고, 숫자는 느리다.
그럼에도 나는 이 새로운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왜냐면 우리는 이미 한 번 브랜드를 만들었고,
이번에는 더 현명한 실수만 남았기 때문이다.


대표와의 대화

회의가 끝난 후, 대표님은 나를 따로 불렀다.
“새 브랜드 보기엔 어때요?”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숫자상으로는 가능성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숫자 밖에 있어요.”
대표는 조용히 웃었다.
“그렇군요. CFO 다운 대답이네요. 그럼 우리,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숫자를 한번 만들어보자구요.”


CFO의 역할은 숫자를 지키는 일이 아니다.
숫자가 감정을 품을 수 있게 설계하는 일이다.



다음 편 예고
이번엔 이름을 지켜야 하는 전쟁이다.
미국 상표권을 두고 벌어진 협상 테이블 위,
재무는 다시 한 번 브랜드의 가치를 숫자로 설명해야 했다.

색조 브랜드 CFO 10편: 이름을 지키는 비용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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