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전략은, 말 한 마디에서 무너질 수 있다."
– 워런 버핏
“브랜드명, 이거 진짜 못 써요?”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농담인 줄 알았다.
입사 전, 나는 이 회사가 미국과 중국 시장으로 진출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뼈아팠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에 브랜드 상표권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 우리보다 먼저 선점해버렸다.
브랜드명을 바꿀 수도 없고, 사올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
전략, 영업, 마케팅, 디자인, 법무팀이 아무리 고민해도
상표권 하나로 모두가 멈춰버렸다.
브랜드는 말이다,
이름이 곧 자산이다.
우리가 재무제표에 잡는 ‘무형자산(Intangible Asset)’ 중
**브랜드 네임과 상표권(Trademark)**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그건 곧 시장 진입의 열쇠이고,
소비자 인식의 기반이며,
회사의 미래 현금흐름(DCF, Discounted Cash Flow)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브랜드는 결국 기억 싸움이다. 그런데 그 이름을 못 쓴다고?”
브랜드 확장은 장밋빛 미래로만 포장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체스판이다.
지금의 한 수가, 몇 년 뒤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우리가 미처 등록하지 못한 상표권 하나가
앞으로 벌어들일 수천억의 가치를 가로막을 수 있다.
회계적으로 보면 더 냉정하다.
브랜드가 해외 진출을 못 하면,
매출 추정치가 줄고 → 미래 수익성 하향 조정 →
DCF 모델에서 기업가치가 깎이고 → 투자유치 실패 → 사업 정체.
수치로 증명되는 진퇴양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지금 세 가지 전략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브랜드명을 현지용으로 리브랜딩
현지 상표권자와의 협상 또는 인수
현지 파트너사와 조인트벤처(JV)
나는 이 세 가지 안을 놓고 IRR, NPV, Payback Period를 반복 계산했다.
계산기는 숫자를 내줬지만, 답은 항상 단순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상표권이라는 덫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덫은 단 하나가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이름을 버려야 했다.
이미 등록된 상표와 시장 내 유사 브랜드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흐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결단했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다.
미국에서는, 이름을 지켜야 했다.
우리가 먼저 쓴 이름인데,
등록은 누군가가 먼저 해버렸다.
협상이 필요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싸움도 필요했다.
CFO로서 나는 생각했다.
하나는 버리고, 하나는 지켜야 하는 상황.
이런 경우를 숫자로 풀 수 있을까?
그때부터였다.
브랜드라는 말에, 숫자가 붙기 시작한 건.
다음 편 예고
중국 시장에서, 우리는 결국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름, 정체성, 시스템, 비용…
색조 브랜드 CFO 9편: 동생 이름 만들기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