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조 브랜드 CFO 6편: CFO의 일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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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합류하기 전, 나는 CFO의 역할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손익을 관리하고, 자금을 조달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일.
재무제표를 중심에 두고 경영 판단을 돕는 자리.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은, 그 정의에 머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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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출시 일정을 조율하고,
마케팅 콘텐츠의 예산 라인을 조정하고,
심지어 브랜드 톤에 맞는 캠페인 제안서 초안에도 의견을 낸다.
예전엔 "그건 마케터의 일 아닌가요?" 싶었던 것들이
지금은 내가 직접 손을 대는 업무가 되어 있다.
스타트업에서 CFO는 '재무 책임자' 이전에
'조율자', '균형자', 그리고 때로는 '브랜드 해석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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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엔 브랜드의 정체성이 담기지 않는다.
하지만 숫자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결국 숫자를 흔든다는 걸 이제는 안다.
예를 들어,
- 하나의 제품이 재고로 남는 이유
- 마케팅 효율이 떨어지는 진짜 원인
- 크리에이티브가 유통 전략과 엇갈리는 구조
이 모든 건 숫자 뒤에 숨어 있는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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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회의를 하면서 숫자 대신 흐름을 본다.
- 인사 이슈가 보이지 않게 퍼지고 있는 건 아닌지
- MZ 세대 간 긴장감이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 이 회의의 온도가 지금 브랜드 무드와 맞는지
- 서로의 언어가 통하고 있는지
- 지금 필요한 건 분석인지, 아니면 그냥 믿어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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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렇게 느낀다.
**CFO의 일은 숫자에서 시작하지만, 사람을 통과해야 완성된다.**
아래 그래프는 내가 체감하는 CFO 역할 변화의 곡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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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재무 중심 영향도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정 조율과 내부 해석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제 나는 손익보다 컨디션을 먼저 묻는다.
대차대조표보다 감정의 파동을 먼저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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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종종, CEO와 실무자 사이의 '번역기' 역할도 한다.
CEO가 말하는 전략을 실무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고,
실무자의 현실적인 우려를 경영진의 판단으로 끌어올리는 일.
CFO의 일이란,
단순히 숫자를 다루는 일이 아니라
숫자를 중심에 두고 브랜드 전체를 "이해시키는 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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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더 자주 말하게 되었다.
"수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지금 브랜드가 가야 할 방향은 여기에 가깝다."라고.
그리고 그런 말이 팀에서 통할 수 있으려면,
내가 먼저 숫자와 감정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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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의 일은 생각보다 더 넓고, 더 깊다.
그리고 특히 스타트업에서 그 일의 모양은
매일 조금씩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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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색조 브랜드 CFO 7편: 나는 CFO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