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다. 영업직에서 잘 나가던 친구는 직장 상사와의 마찰로 인해 직장을 나왔고 일을 쉬고 있었다. 최근, 다시 같은 분야의 회사들에서 면접을 보고 있는데 서류는 항상 합격하고 면접에서 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왜 떨어지는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에 따르면 사람의 작은 실수조차 우연은 없다. 사소한 말, 행동조차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비의식의 세계에서 흘러나온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분석가는 유물을 발굴하듯 개인의 말과 행동의 근원에 있는 것을 하나하나 분석해 나가야 한다.
이걸 쉽게 말하면 내가 다른 글에서 얘기했던 '마음 너머에 있는 것을 보라'는 말이 된다.
친구는 나에게 본인이 말을 더듬는 것 같다, 직장 상사와의 마찰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면접을 잘 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모든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면서 나는 탐정처럼 친구의 면접을 방해하는 근본적인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쭉 들으면서 내가 발견한 것은 '두려움'이었다. 무엇에 대한 두려움인가 하니, 전 직장에서 친구에 대한 상사의 질투 때문에 일어났던 마찰이 업계에 퍼졌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두려움 하나 때문에 친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강점들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두려움의 부작용으로 인해 자신을 과대 포장하거나 전 직장에서 상사와 있던 마찰을 숨기기 급급했다. 당연히 이런 모습을 면접관은 단번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더 재미있는 점은 친구는 정작 자신의 말과 행동 기반에 깔려있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상담을 가르칠 때 기본적으로 이야기하는 단계가 있다.
인식 -> 이해 -> 표현 -> 통찰
항상 내담자가 어느 단계에 와있는지 상담사는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친구의 경우 전혀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질문과 분석을 통해 인식을 시켜주고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대화와 질문을 통해 이해시켰으며, 종국에 친구는 자신의 약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는 '통찰'을 얻고 자신의 삶에 통합하였다.
우리는 가장 먼저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해할 수 있고 표현하며, 통찰로 나아갈 수 있다.
이후 친구에게 상담과 심리학에 기반한 여러 가지 면접 팁을 알려주었다. 우리의 마음은 대부분 친구와 비슷하다. 삶에 치여 살다 보면, 너무 문제에 집중하다 보면, 상처를 받아 시야가 좁아지면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뿌리가 아닌 가지에 집중해서 살아가고 있다.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때 가지를 쳐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가지만 자꾸 쳐내게 되면 심리적 문제들은 끝없이 재발하거나 새로운 가지가 되어 자라난다. 우리는 항상 뿌리가 무엇인지 집중해야 한다.
가지 같은 문제들에 현혹되어 고통스러워하지 말기를. 혼자 힘이 들 때는 항상 함께 나누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