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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럽보다 달콤 May 01. 2023

누구에게나 다시 기회가 필요하다

영화 '리바운드' 감상기


‘리바운드’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기술


‘영화’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들이 이룬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양현’ (안재홍 분)은 전국 고교농구 대회 MVP 출신이라는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 대학과 프로 진학 후 2부 리그를 전전한 인물이다. 은퇴 후 모교인 부산중앙고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던 중 농구부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최약체 팀 부산중앙고는 십수명의 엔트리를 가진 다른 학교들과 달리 선수 6명, 그나마 그 중 1명은 예선전에서 다친 상태로 전국 대회 본선에 올랐다. 예선 이후 선수 교체 없이 5명의 멤버로 결승까지 올라 허훈이 이끄는 당대 최강 용산고에 맞섰다. 결승 전반에 16점 차로 뒤지고 있던 부산중앙고가 2명이 파울 아웃으로 퇴장한 후반 3명만 남은 상황에서 단 10점 차로 경기를 마무리했고 전국대회 준우승이란 파란을 일으켰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조직생활에 비추어 생각해 본다.




구성원에게 ‘리바운드’의 기회를 주자.


영화의 제목 ‘리바운드’는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슬램덩크의 명대사를 상기시킨다. 농구 감독 아돌프 루프가 했던 말이기도 하다.

‘다시 튀어오른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리바운드’는 농구에서 슈팅한 골이 골인되지 않고 링이나 백보드에 맞아 튕겨나온 공을 재빠르게 잡아내는 기술을 말한다. 일종의 공격권으로서 우리 팀의 공격을 계속 이어갈지, 상대팀의 공격을 종결시키고 우리 팀의 새로운 공격을 시작할지는 리바운드에 달려 있다. 성공은 아니지만 완전한 실패라고 볼 수 없는 기회의 순간인 셈이다.


조직의 경우는 어떨까? 어느 조직이든 맡긴 일을 척척해내는 구성원이 있는 반면 성과가 좋지 않은 이도 있다. 이 경우 상사들은 일이 잘못되면 열의가 없다든지 요령이 없다든지 하며 부하들을 탓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부하들을 격려하고 관리하면 직원들이 난관을 극복하고 목표도 거뜬하게 달성할 수 있으리라 여긴다.


프랑스의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의 전직·현직 경영학 교수들이 함께 쓴 책 ‘확신의 덫 : 유능한 사람이 왜 무능한 사람이 되는가’에서 저자들은 관리자는 부하 직원의 능력이나 품성을 지나치게 확신하지 말고 끊임없이 다시 생각해보면서 패자부활의 기회를 줄 것을 제안한다.


부하가 처음으로 낮은 성과를 보일 때 상사가 그를 무능력자로 판단하고, 또 그렇게 계속 대하면서 부하 직원들이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을 원천 봉쇄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실적이 부진한 부하를 본 상사들은 “이 친구가 제대로 일하고 문제가 커지기 전에 더 채근하고 감시해야겠어”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이런 행동은 오히려 자율성을 제한하고, 구성원을 위축시켜 발전의 기회를 막는다.


대신 이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고 그 과정에서 의견을 듣고 그들로 하여금 상사의 판단을 신뢰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생산성을 높이고 조직문화를 강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격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영화 속 부산중앙고는 4강에서 안양고를 만나 위기에 처한다. 중간에 한 명이 부상을 당해 한번도 경기에서 뛰어보지 못했던 신입생 허재윤도 경기에 뛰게 된다. 부산중앙고 선수들은 일주일동안 다섯경기를 뛰어 체력소모가 심했다. 에이스인 기범과 규혁이 집중 견제를 당하는 사이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재윤이 3점슛을 터트리며 경기의 흐름이 바뀌고 결승까지 올라가게 된다. 경기전 양현 코치는 이번 경기에서 재윤이 첫 득점을 하게 될 거라 격려를 하였고 이것이 결국 현실이 된 것이다.


자녀는 부모가 기대하는 만큼 성장한다. “우리 공주는 그림을 잘 그리는구나”라고 자주 칭찬하면 딸은 미술 공부를 열심히 해 미대에 진학할 확률이 높아진다. 부모의 칭찬이 자녀에게 ‘나는 미술을 잘해’라는 자성예언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성예언’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이루려는 것을 말로 만들어 마음 속에 되새기면 그대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도 어릴 때 심한 말더듬이였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늘 “네가 말을 더듬는 것은 생각의 속도가 너무 빨라 입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야. 조금도 걱정하지 마라. 너는 자라서 큰 인물이 될 거야”라고 격려했다.


직장도 마찬가지이다. 부하가 아무리 일을 잘해도 칭찬과 격려를 하지 않는 상사가 있다. 그들은 부하의 실수를 보고 “자네는 하는 일마다 왜 그 모양인가?”라고 호통친다. 직원이 부정적인 자성예언을 하도록 질책과 비난만 일삼는 상사는 조직 문화에 악영향을 미친다. 자신감과 의욕은 간데 없고 동료간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악순환만 반복된다.


“현재의 모습 그대로 상대방을 대하면, 그 사람은 현재의 모습에 머물 것이다. 상대방의 잠재능력을 그대로 대해주면, 그는 그대로 성취해 낼 것이다.” 괴테의 말이다.


리더가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인 기업문화를 만들려면 부하직원에게 긍정적인 자성예언을 할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조직속에서 칭찬과 격려가 넘친다면 그 조직은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농구는 멈춰도 인생은 멈추지 않는다”


극중 강양현 코치는 전반을 마치고 후반을 준비하는 부산중앙고 농구부 선수들에게 이 대사를 전하며 승패에 대한 부담을 벗어나 경기 자체를 즐기라고 당부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대사이다. 이 영화는 여타 스포츠 영화처럼 무조건 이기자는 메시지가 아닌, 승패 압박을 떠나 다신 없을 이 순간을 오롯이 즐겨보자는 이야기이라 감동이 증폭되었다.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리는 각자 ‘우리가 잘하는 거, 신나는 거, 미치는 거’를 하고 있지만,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 자신의 벽을 만날 때까지 열심히 한 거니 거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실수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 ‘리바운드’는 농구 코트만이 아닌 세상사와도 연결된 희망의 언어이다. 위로와 위안의 영화를 만든 장항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실패한 게 아니다. 잠깐 그럴 뿐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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