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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루씨 Oct 02. 2021

기획자는 뭐 하는 사람인가요?

[그래도, 기획자] 디자인과 개발을 빼고 모두 다합니다

 "직업이 뭐예요?"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물으면 간단히 대답해야 할지, 부연설명을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간단한 대답을 하면 이렇다.

"기획자요."

"아.. 예..."

대화는 여기 끊긴다.


부연설명을 하면 이렇다.

"기획자인데요, 혹시 아시나요? 서비스가 어떻게 보이는지 설계하는 사람 주저리 주저리.."

"아...."

역시나 대화는 끊긴다.




나는 내 직업을 묻는 질문을 싫어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획자라는 직업을 모른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사업이 각광을 받고 개발자 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지만, 여전히 기획자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모른다. 디자이너, 개발자는 이름부터 그 역할이 명확하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 개발을 하는 사람. 


그러면 기획자는 어떨까? 

기획을 하는 사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구글에서 '기획자'를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어떻게 보면, 특정 기능(예를 들어 개발자, 디자이너, 영업, 재무 등 전문영역)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 모든 것을 커버하는 Generalist를 총칭한다고 볼 수도 있다.


역시나 구글 신이다.

기획자는 서비스 출시 또는 개선을 위해 디자이너, 개발자가 하는 일을 제외한 모든 일을 한다. 그리고 그에 수반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직업명은 '기획하는 사람'이지만, 실제 기획하는 시간은 업무 시간의 반도 안 된다. 서비스 출시 일정이 정해진 경우 역산하다 보면 기획 일정이 터무니없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하루나 이틀 만에 기획서를 뚝딱 만들기도 한다. 나머지 시간은 커뮤니케이션의 시간이다. 




서비스를 오픈한다고 했을 때 기획자가 하는 일은 이렇다.


1. 서비스 아이데이션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온라인의 바다에서 허우적댄다. 허우적대다 빠져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벤치마킹은 너무나 재미있기 때문에 여기에 빠지면 안 된다.  


2. 콘셉트 안 쓰기 

흔히 말하는 상위 기획. 서비스의 전반적인 콘셉트나 흐름, 목업 화면 등을 정리한 문서이다. 매출 목표가 들어가기도 한다. 이 문서를 가지고 상위 조직장에게 보고를 한다. 간단한 기획의 경우 이 과정을 생략한다.


3. 기획서 쓰기 

본격적인 기획 단계. 정책서, 흐름도, 스토리보드 등을 작성한다. 이 단계에서 기획을 구체화한다.  


4. 리뷰 

작성한 기획서를 디자이너, 개발자, QA에게 리뷰한다. 이 과정에서는 리뷰와 기획서 수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도르마무, 도르마무... 그리고 도르마무다. 끊임없이 반복된다.


5. 테스트(QA) 

배포 전 내가 한 기획이 제대로 나왔는지 확인하는 단계이다.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전문적인 QA 조직이 있다면 이 과정이 조금 줄어든다. QA 조직이 없다면? 기획자가 다 해야 한다.


6. 배포 

배포 후 내가 기획한 것들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7. 배포 후 안정화 

배포 후 추가적으로 수정 및 개선해야 할 것들, 배포 일정을 맞추기 위해 미뤘던 기능들을 적용한다.


이렇게나 많은 일을 하지만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운 직업이다. 




나는 직업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들었을 때 바로 하는 일을 알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러면 난 그 질문을 좋아했겠지. 먼 훗날, 기획자라는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단번에 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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