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워킹맘] 다시 태어나도 워킹맘
태어나서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적이 언제였을까?
가만히 생각해본다.
대학교 전공이 맞지 않아 방황하던 중, 일본어에 눈을 뜨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저 재미있어서 공부했던 시절.
그리고 지금이다.
삶은 원래 불공평하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 있다.
바로 시간.
시간은 누구에게나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진다.
부자라고 하루가 48시간인 것도 가난하다고 하루가 12시간인 것도 아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
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부족한 것은 시간이었다. 아침에 눈 뜨면 회사로 출근, 회사에서 퇴근하면 집으로 육아 출근. 하루에 2번씩 출근하기 시작하면서 나를 위한 시간이 모두 사라졌다. 하루를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가슴 속 깊이 뭔가 헛헛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회사에서 승진해도 잠깐만 기뻤고, 집에 돌아와 아이가 방긋방긋 웃어도 잠깐만 행복했다. 뭔가 모를 허전함의 이유를 찾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데 나의 모든 시간을 쏟고 있었다. 정작 나의 성장은 뒷전이었던 것이었다.
그래, 헛헛함의 정체가 이거였어!
나는 필사적으로 나의 성장을 도울 시간을 찾기 시작했고, 새벽 기상을 시작했다. 지독한 올빼미였던 나를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바꾸어놓은 것은 다름 아닌 워킹맘이라는 타이틀이었다. 시간의 결핍을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시간을 더 알차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워킹맘이 되지 않았다면 평생 시간을 우습게 여기며 언제든지 시간이 있을 거라는 착각 속에 살아갔을 것이다. 남들보다 딱히 뛰어난 게 없는 나에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잘 쓰는 것만이 다른 사람을 뛰어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아니, 다른 사람이 아닌 어제의 나를 뛰어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워킹맘이 되어서야 비로소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시간을 잘 쓸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의 결핍은 또 다른 행동을 낳았다.
나는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둘씩 하기 시작했다. 워킹맘이 되기 전 나중에 해야지 하고 미뤄뒀던 일들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해야지'라는 말은 결국 '하지 않겠다'라는 것과 같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워킹맘이 되고 난 후였다. 버킷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이 서서히 높아졌다.
나는 나를 더 사랑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엄마가 되면 여자의 인생은 끝이라고,
워킹맘이 되면 일과 육아 하나는 포기하라고 둘 다 잘할 수는 없을 거라고.
아니다.
엄마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워킹맘이라도 일과 육아 모두 잘 할 수 있다.
물론 엄마의 성장까지도.
워킹맘으로 살아가다 보면 시간을 관리하는 법, 일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하루 24시간 동안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당하기에 자연스럽게 트레이닝이 된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시간을 대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확연히 다르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다 보면 다양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행복,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아이가 품에 쏙 안겼을 때 느끼는 행복은 그 어떤 행복에 비할 수 있으랴. 회사에서 승진하거나, 프로젝트가 잘 되어서 느끼는 행복도 있다. 무엇보다 하루하루를 참 충실히도 잘 살았다고 자기 전에 느끼는 행복도 있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다 보면 삶의 다양한 완충재가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깨지고 와도 집에 방긋 웃는 아이가 있으면 회사 일은 싹 잊을 수 있다. 아이와 한바탕하고 집을 나서다가도 회사에 출근하여 일에 집중하다 보면 화가 어느 정도 누그러진다. 그러다 보면 일도 육아도 적정선에서 유지하는 능력치가 점점 쌓인다.
워킹맘으로 살기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힘들지만 그만큼 뿌듯함도 2배이다.
힘들지만 행복도 2배이다.
한때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맘으로 살아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내 선택은 워킹맘이었다. 그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은 걸 천만다행으로 여긴다.
어제 일과 육아로 힘들었어도,
오늘 일과 육아로 힘들어도,
내일 일과 육아로 힘들 예정이어도,
그래도, 나는 워킹맘이 좋다.
다시 태어나도 내 선택은 워킹맘.
세상의 모든 워킹맘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