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워킹맘] 세상 모든 워킹맘을 응원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오늘은 워킹맘인 나에게 큰 위로를 준 그림책을 3권을 소개하고 싶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윤여림/안녕달
따뜻한 그림체가 인상적인 안녕달 작가님이 그린 책으로 윤여림 작가님이 글을 쓰셨다.
이 책은 아마 워킹맘이라면 모두 한 권씩은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아이의 분리불안에 좋다고 알려진 책이다. 나도 복직 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 전에 한 권 샀었다. 이 책은 아이에게 소리 내어 끝까지 읽어 주지 못한 유일한 책이다. 읽어주다가 몇 번 눈물을 흘린 뒤로는 잘 안 읽어준다. 아이가 이 그림책을 가져오면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하고 내용은 따로 읽어주지는 않는다. 읽다가 내가 울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아이의 피가 묻어 있다. 책이 처음 배송된 날, 책에 아이의 발가락이 베였다. 그 피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데, 책에 묻은 피를 볼 때마다 그날 생각이 난다. 처음 책이 배송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주던 날, 아이는 발가락이 베여서 엉엉 울고, 나는 아이에게 미안해서 그리고 책 내용이 슬퍼서 엉엉 울었다. 우리 모자를 울게 만든 책이지만, 내가 가장 아끼는 책이기도 하다.
책에는 아이의 어린 시절부터 아이가 다 커서 독립할 때까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를 기다리며 엄마가 지난 시간들을 회상한다. 그 속에는 엄마가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엉엉 우는 아이가 있고, 언제나 아이에게 돌아오는 엄마가 있다.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힘든 것처럼, 엄마도 아이와 떨어지는 것이 힘들다. 임신 기간 동안 10개월을 한 몸에서 지내고, 태어나서 돌까지 하루 종일 같이 있던 사이. 그렇지만 떨어져도 언젠가 다시 만나는 게 엄마와 아이이다. 분리불안은 결코 아이만 겪는 게 아니라 엄마도 겪는다. 아이와 떨어지는 것이 힘든 엄마들이 꼭 보면 좋겠다.
이상한 엄마, 백희나
<구름빵>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님의 책이다.
백희나 작가님 책은 그림이 독특하고 인물이 살아 있다. 작가님만의 세계관이 모든 그림책에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마블 세계관처럼 말이다. 아이가 백희나 작가님 책을 좋아해서 하나 둘 사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림책을 보다 보면 다른 그림책에서 나온 인물들이 배경에 등장할 때도 있다. 다른 그림책에서는 주변 인물이었지만 그 주변 인물이 주인공인 책도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상한 엄마>는 워킹맘인 호호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워킹맘인 호호 엄마는 호호가 조퇴했다는 전화를 받지만 일 때문에 바로 집게 갈 수 없어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연결된 건 진짜 엄마가 아니라 하늘나라에 사는 '이상한 엄마'이다. 이상한 엄마는 호호네 집에 내려가 호호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주고 호호를 구름 위에서 재우고 저녁까지 푸짐하게 차려놓고 다시 하늘나라로 간다. 저녁에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호호 엄마는 곤히 잠든 호호를 보고 마음을 놓고 같이 잠이 든다.
아마 워킹맘이라면 호호 엄마의 심정을 백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픈 아이를 두고 일을 해야 하는 현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퇴근도 못하는 현실을. 그럴 때 이상한 엄마가 도와준 것이다. 이상한 엄마는 하늘나라에 사는 선녀님으로 보이는데, 이 엄마는 <장수탕 선녀님>에 나오는 선녀님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 같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 이 책을 보면서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하얀 눈송이를~' 노래를 들려주었더니 그 때부터 이 책을 볼 때마다 선녀님 노래를 부르자고 한다.
할머니 엄마, 이지은
요즘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매일 밤 나란히 누워서 이 책을 함께 보며 잠이 든다.
우리 집은 내가 일하는 동안은 우리 엄마가 아이를 봐준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란 영향인지, 아이는 할머니를 무척 좋아한다. 어린이집 하원 할 때 할머니랑 같이 가면 "할머니~"하면서 할머니에게 먼저 가서 앉긴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할머니가 나오는 그림책이 유독 많다. 아이도 할머니가 나오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는 정말 우리 엄마랑 똑같이 생겨서 아이와 볼 때마다 그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 책은 작가의 자서전 같은 책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자란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일하러 간 사이, 어린 지은이와 할머니는 같이 칼국수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며 논다. 출근한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가 지은이와 함께 운동회에 참여하는데, 달리기에서 할머니가 넘어져서 결국 우승을 하지는 못한다. 풀이 죽은 지은이와 함께 돌아오는 길, 할머니는 고로케를 먹자며 지은이에게 이야기하고 고로케를 먹고 마음이 풀린 지은이와 저녁밥 재료를 사서 집에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우리 아이는 특히, 할머니와 함께 운동회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고로케 먹고 시장 구경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렸을 때 엄마가 일했어서 할머니 손에서 자랐었다. 할머니와 함께 유치원 소풍도 가고, 학교 운동회도 같이 갔었다. 운동회 끝나고 나면 단체사진을 찍는데, 나는 할머니와 같이 찍었다. 그때는 엄마와 함께 사진을 찍는 다른 아이가 부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할머니와 운동회에 참여한 기억은 할머니와의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나에게도 할머니와의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할머니가 살아 생전에는 싸우던 기억 밖에 나지 않는데, 할머니가 나를 무척 아끼셨다고 했다. 출산 후 집에서 낮잠을 자는데 할머니가 나온 꿈을 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할머니는 나에게 일어나서 밥을 먹으라고 했고,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꿈이야기를 엄마에게 하니 할머니가 출산하느라 고생했다고 꿈에 나와주신 것 같다고 했다. 오늘은 왠지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고 싶어진다.
세상의 모든 워킹맘, 그리고 할머니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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