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친 구별법
자 랑: 돈, 자식, 취미, 맛집, 쇼핑품, 여행, 집, 차
부러움: 친구 아이, 친구 남편, 친구 시어머니
토 의: 노후대비, 투자, 건강, 안티에이징, 성형, 다이어트
욕 : 시어머니, 남편, 남편네 식구, 직장 동료나 상사
흔한 대화의 주제다.
내가 원래 혼자서 잘 노는 사람이라 그럴까?
이런 대화를 할 때면 피로감이 상당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면 바쁘다는 핑계로 대화에서 빠져나가버렸다.
그러다 코로나가 덮쳤고 내가 상상했던 장면들이 현실에서 펼쳐졌다.
말 걸고 대화하는 것이 위험한 상황이 되어버린 거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이름으로 대화 없음을 장려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도시락을 혼자 먹고 감염병에 예민해서...라는 핑계로 직장에서 나는 그렇게 원했던 나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시간은 수량적 개념이 아닌 에너지로 나타낼 수 있음을 그때 깨딜았다. 소비되는 에너지가 줄어드니 시간이 많게 느껴졌다. 덕분에 나의 하루는 좋아하는 책들을 보고 글도 쓰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으로 채워나갔다.
필사와 글쓰기 노트가 책꽂이를 채워나갈 때의 기쁨이 대화의 즐거움보다 나았다.
분명 얻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내 주변의 인간관계는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로만 존재하게 되었다.
인간관계가 자동적으로 정리된 것 같아
중년이 되고부터 어떤 일에든지 조심스러워졌다.
말을 할 때면 서로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가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러다 경계를 넘기라도 하면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우리는 더 이상 어린이로 돌아갈 수 없다. 기분이 나쁘다고 말하면 유치하고 조언하면 가르치려 든다고 한다. 참 어려웠다.
그렇게 나는 목적 아래 모인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오래돼서 끊지 못하는 모임 하나 외에는 사람 만나 대화할 기회가 없어졌다. 그나마 직장에 다니다 보니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정도, 그게 다였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던 시간들이 그립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그들로부터 멀어졌다.
직장에서 친구를 만났다 기적이다.
마음을 꺼내 보일 수 있는 친구 한 명
얼마 전 일이다.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나는 이틀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마음에 담아두니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감정이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 논리가 중요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다.
새우잠을 자고는 새벽 5시경 깨버렸다.
'누구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다.' 그것만 떠올랐다.
저장된 전화번호를 내리고 또 내려보았다. 해인이라는 친구 외에는 아무에게도 연락할 자신이 없었다.
그 친구는 전 직장 동료이다.
(아침 6시 10분에 카톡을 보냈다)
"해인, 너무 이른 시간이지? 오늘 스케줄 있나?"
"나 감기, 이제 좀 나아가고 있는데... 기침은 있고, 애매하지?"
"난 괜찮은데"
"낮에 시간 돼"
"오늘 나 마음이 좀 많이 안 좋아서... 차나 한 잔 하려고."
"지금 가도 될까?"(새벽 6시 20분)
"출근시키고 8시 될 것 같아."
(나는 대구 친구는 창원, 내가 운전을 해서 가면 1시간 20분이 걸리는 거리)
무슨 일이야?라고 묻는 대신 그래, 거기서 봐. 라는 문자만 남겼다.
내가 도착하자 그 친구는 진한 아메리카노그랑데를 들고 왔다.
서두르지도 않고 나의 시간에 오롯이 맞춰주고 있었다.
혼자 얘기하고 훌쩍이고 콧물 닦고. 또 얘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람은 기대어 사는 거구나!
늦게 얻은 깨달음이다.
<찐친 구별법>
고민 없이 연락할 수 있는 사람
생각이나 고민, 일상을 이야기할 때 조심하거나
긴장되지 않는 사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질투하지 않고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
힘들고 슬픈 마음을 토해낼 때
자신의 얘기를 진솔하게 들려주는 주는 사람
자주 안 만나고 연락하지 않아도 미안하지 않는 사람
도움의 능력 한도 내에 손길을 내밀어주는 사람
상대를 진심으로 칭찬해 주는 사람
어려움이나 아픔을 극복한 사람으로
인생의 여유가 느껴지는 사람
고맙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