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유통기한 임박한 삶일까? 이제 끝난 거야?
엄마: 얼마 보내줄까?
아들: 5,000원이요. 잔액 부족 떴어요.
아들은 2가지 상황일 때 전화한다.
1. 돈 없을 때
2. 배고플 때
아이들은 바쁘고 나는 한가해졌다.
엄마와 아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을 때, 그 역할들이 내게 너무나 버거웠다. 그때를 떠올리면 행복했지만 삶이 고단했다. 직장 다녀와 독박육아를 하다 보면 몸이 지칠 대로 지쳤다. 가끔은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눈뜨기 싫은 날도 있었고. 꾹 참아냈던 날들이었다. 엄마니까 그래서 독립운동가 마냥 굳은 결심을 매 순간 했었더랬다. 이왕 할 거면 허투루 하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며 있는 힘과 능력을 쥐어짰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지금에 이르렀다.
아이 둘은 커버렸고 나는 나이가 들어버렸다.
엄마와 직장인의 삶이 고던 했지만 그 자리가 어느새 익숙해졌고 나만의 루틴들이 생겨났다. 나의 삶에는 규칙적인 리듬이 생겨났고 물이 흐르듯 자연스레 흘러가고 있었다. 헬스 중량 늘듯 나의 수행능력이 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삶에 또 변화가 찾아왔다.
엄마! 엄마! 하던 애들은 돈 필요할 때만 전화를 했다. 직장에서 나이로 치면 상위권에 랭크되어 꼰대라는 말 안 들으려고 쿨한 척, 멋진척했다. 그러다 지쳐 내 책상으로 숨어 들어가 나이 드니 살기가 왜 이리 힘드냐! 누가 들을까 노트를 꺼내서 글적여 보기도 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처럼 높았던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씩씩하던 나는 콧물까지 흘려가며 울고 있었다. 중년여성이 되었음을 인지했다. 예전에 하던 대로 하지 말란다. 어쩌지..... 다시 원래대로 살아라는데... 나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실컷 적응했는데 말이다. 억울해!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삶의 방식을 바꾸었다.
1. 바쁘게 지내자
-시간탓하며 못했던 것 이제 하면 된다. 늙은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것이다.
2. 체력을 올리자
-요가와 필라테스로 부족한 근력 올리기
-아침 조깅으로 심폐지구력 끌어올리기
3. 새로운 일에 도전하자
-온라인 사업 구상
-책 쓰기
-영어원서 읽기
4. 정기적으로 친구를 만나서 대화하자
이렇게 3주를 지냈다.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아들에게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며 지냈던 시간이 많았는데 막상 아들이 건 전화에 응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 잔소리나 섭섭함이 없어졌다. 그야말로 쿨하게 변했다스스로 그런 내가 멋있고 당당하게 느껴졌다. 아이들과 남편이 이런 변화된 나를 느꼈는지 모르겠다. 독립한 아들도 즐겁게 통화를 하고 둘째 아들도 다시 아침에 와서 나를 안아준다.
그간 바뀌었던 것은 그들이 아닌 나였을지 모르겠다. 예민하고 날 선 엄마에게 다가오기 부담스러웠나 보다.
중년의 여성? 까짓것 이것도 할만하네. 들어와! 해보자!
인생 다시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