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독립한 후, 나 또한 독립 중이다.
올해 큰 아이가 독립을 했다.
아들 방에는 이불 없는 침대와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는 책상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직장 생활하랴 살림하랴 아이들 신경 쓰느라 하루하루가 고단했다.
아이들에게 엄마인 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엄마!
배고파! 어딨어? 언제 와? 엄마!
"나 좀 그만 불러! 엄마 좀 조용히 혼자 있자."
그때가 고단하긴 했어도 참 행복했음을 깨닫는 요즘이다.
"너희 독립 언제 할래?"
어릴 때부터 그런 말을 해서일까? 아이들이 저마다 독립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정말 그렇게도 소원이었던 아이의 독립이 시작되었고 정작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집을 떠났다.
이제야 "엄마" 하는 소리에 길들여졌는데...
이젠 내가 필요 없다니!
(내가 독립이 안되네)
어느 날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거실에 섰다.
(멍하게 5분간 그대로)
그래서였을까?
올해는 감기도 여러 번, 림프절염, 악성 방광염, 장염 3번, 위염 2번. 허리통증, 어깨 통증으로 고단했다.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에서 잘 사용되다가 소진되어 버려지는 존재인가?
멈추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내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고 마음이 헝클어져서 몸 따로 마음 따로 사는 것 같았다.
노트북에 아무렇게나 펼쳐보았다.
마구 쏟아내니 보니 정리가 되었다.
늦지 않았다. 이제 다시 나로 돌아오자.
나, 자신으로 살자
4년 전부터 야금야금 살이 찌더니 6킬로그램이나 불어나버렸다. 7월부터는 허리통증으로 잠을 이루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이러다 4족 보행을 하면서 다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리고 몸이 안 좋으니 우울하고 짜증만 났다. 건강한 몸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자아실현 욕구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그런데 아이 둘을 키우면서 엄마라는 역할을 더 많이 선택하기로 했었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다시 나를 돌볼 때다.
가족이 편하고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나 하나 희생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 속에 무게중심을 가정에 두었다. 이제는 다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때다.
결심 이후, 한 달간 지속했던 것들이다.
1. 필라테스, 요가 : 매일 각각 한 시간씩 수업을 받았다. 수련을 수행하는 내 모습이 대견하고 멋졌다.
2. 카페 가기: 노트북, 책 2권, 아이패드, 노트 3권 이삿짐 수준으로 짐을 싸서 카페에 가 있으면 뭐라도 한다.
3. 먹고 싶은 음식 먹기:이제 아이들이 원하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먹으면 된다.
연속해서 김밥만 먹었다. 또 어떤 날엔 반찬을 3개 만들면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4. 간식 먹기: 핫도그, 떡볶이, 쫄면, 냉면, 호떡. 내가 좋아하는 간식을 먹노라면 행복해졌다.
5. 맨발 걷기: 근처 학교 운동장 모래가 그렇게 고울줄이야. 뒤로 걷는 중이다. 하체가 튼튼해지는 중
6. 글쓰기: 내 생각을 거침없이 노트북에 쓰는 중이다. 어떤 목적도 동기도 없다. 그저 내가 오늘 생각난 것, 일정, 다짐, 계획, 하소연, 아이들에게 보내는 내 마음, 쓰고 싶은 주제를 정해서 쓰기.
정말 다양하게 한 파일에 그냥 주~욱 써가고 있다. 진짜 마음이 뻥 뚫리고 행복한 마음까지 든다.
7. 청소에 목숨 걸지 않기: 먼지를 너무 없애려 하기보다 이틀은 함께 같이 있다가 치운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아진 느낌이다.
8.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시청하기
9. 토요일 나들이: 토요일 아침 가족 모두가 모여 밥을 먹고 점심을 챙기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도 되고 거리를 걸어도 되고 영화를 봐도 된다. 나는 자유다.
10. 남편과 데이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