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에 대한 삐딱한 시선으로부터
20대 불안했다. 그래서 무조건 열심히 달렸다.
30대 남들처럼 살아보려고 달렸다.
40대 관성대로 또 달렸다.
"열심히 살았는데 뭐가 남았지?"
달력에 적힌 숫자에 의미를 더하는 사람이다.
날짜를 기록하고 마감날짜를 정하고 새로운 목표를 표시하고, 다시 세팅을 하고…
새해가 되면 뭔가 리셋되는 기분이었다.
이루지못한 목표도 나의 실수도 다시 하면 될 것만 같았다.
1월 1일이라는 숫자는 날짜 이상의 큰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다짐을 리스트업 할 흥도 나지 않을 뿐더라 의미가 없었다.
‘뭐하러 새벽에 일어나? 뭐할려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
해봤잖아. 뭐 있었어?’
새해, 3일이 지났다.
새해 스케쥴러와 노트는 여전히 빈 상태다.
몇 가지 써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쓸게 생각나지 않는다.
‘오늘은 그래도 뭐라도 써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노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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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 금요일
*쿠키 구음
*미친 듯이 컴퓨터 작업(직장)
*공유오피스 옴....
1월이 시작되었다.....
다짐을 쓰려고 해도 써지지가 않았다.
운동? 몸무게 줄이기? 영어공부?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그러다 내가 받는 월급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25년간 받아온 그 좋은 월급에 대해 쓰면 쓸수록 내가 뭔가를 할 때마다 동력을 상실하게 했던 요인이 월급의 달콤함이었음을.
그렇다고 내 직장을 하찮게 생각하거나 월급이 적다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다.
난 내가 받은 월급으로 정말 많은 것을 했고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존재하듯 월급은 내가 다른 일들을 도전하지 못하는 족쇄가 되기도 했던 것 같다. 젊은 시절에는 이렇게 성실하게 월급을 받으며 발전하면 된다고 믿었다. 월급의 끝에는 또다른 꿈을 이룰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찬 포부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아래는 내가 25년간 받으면서 알게된 월급 중독의 현상과 결과이다.
월급=중독
1. 월급은 마취제다.
-참 신기하게도 월급을 받으면 그간 받았던 스트레스나 피로가 가벼워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마치 고통을 줄여주는 마취제와 흡사하다. 그러다 또 너무 힘들어 미칠 지경이면 다음 월급이 들어온다. 물론 마취제 약발이 너무 약해서 나중에는 고통의 기간과 강도가 더 세지는 특징 또한 가진다.
2. 월급은 마약이다.
-월급을 한 번 받으면 못 끊는다. "그만둘 거다."라고 선언은 하는데 또 매달 자동 입금의 시스템은 나를 어느새 월급의 노예로 살게한다.
3. 월급은 쇠사슬이다.
-월급은 사람을 다른 곳으로 가거나 다른 꿈을 꾸지 못하게 한다. 마치 서커스장에 어릴 때 끌려와 쇠사슬에 묶인 코끼리와도 같다. 코끼리가 어릴 때는 쇠사슬을 끊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았지만 덩치가 커서 쇠사슬을 부슬 수 있지만 포기한 것과 같은 상태에 있다.
4. 월급은 시간을 아껴 쓰지 못하게 한다.
-월급이라는 속성 자체가 일정량의 시간을 채워야 지급되는 것이라 시간을 그야말로 태워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번은 가족여행으로 호텔을 잡았는데 마침 숙소 맞은편이 회사 옥상을 마주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옥상에 나와서 담배를 피워댔다. 그들도 나같이 담배를 태우듯 시간을 태웠다. 문제는 시간을 흘려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는 것이다. 관성이 붙어 집에서도 시간이 있어도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삶을 살게 된다.
5. 월급은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막는다.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되면 에너지 레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몸이 피로하기보다 정신과 마음이 피폐해짐을 많이 느낀다.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다른 일을 할 에너지가 제로가 되는 셈이다. 그러니 개인의 발전을 이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개인의 발전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써댔다. 뭔가를 배우면 내가 성장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6. 월급은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한다.
그저 구경만 할 뿐.
월급 받는 세상 그 세상으로 모든 것이 연결된다. 하는 일, 관련 사람들, 생각하는 것들. 슬프지만 내 연락처에는 온통 나와 같은 직종의 사람뿐이다.
쿠키 굽기로 시작했다가 이렇게 월급의 정의를 내리다보니 정신이 또렷해진다. 새해 다짐은 하나로 좁혀졌다.
"월급 안 받기"
변화가 필요치 않았던 큰 이유를 찾은 느낌이다.
50에 쓰는 새해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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