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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미 Nov 06. 2024

9. 중년의 유튜브 쇼츠 도전기

AI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유튜브 쇼츠. 이번에는 나를 드러내지 않는 익명성의 콘텐츠로 접근해 보기로 했다. 그동안 했던 SNS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전면에 나와야 하는 방식이었지만, 유튜브 쇼츠는 조금 달랐다. 오로지 검색과 자료를 바탕으로, AI 도구들을 활용해 콘텐츠를 준비하고,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물론, 유튜브 역시 구독자 수와 조회수를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숫자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마음을 비우고 "그냥 즐기자"라고 시작했지만, 어디 그런가. 조회수와 구독자 수가 눈앞에 보이다 보니, 결국 숫자의 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


처음 쇼츠 영상을 만들 때는 사용하는 툴을 익히느라 며칠을 꼬박 매달렸다. 정말 눈이 빠질 듯 아플 정도로 몰두했다. 처음 영상을 올렸을 때의 기분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그 후 하나, 둘 영상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19개의 영상이 올라가 있다.


그러다 한 번은 오래된 자료로 영상을 올렸다가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좀 더 세심한 조사가 필요했던 것이었는데 나중에야 알았다. 솔직히 기가 막히더라. 연예인들이 악플에 시달리다 고통을 호소하는 이유를 알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연예인도 아닌데 악플이 쏟아지니 기분이 참 묘했다.


더 황당한 건 유튜브 알고리즘이었다. 내가 마음에 드는 영상은 노출이 잘 안 되고, 악플이 달리는 영상만 계속 조회수가 올라가는 게 아닌가. 누군가는 "악플도 댓글"이니 그냥 두라고 했지만, 참 마음이 씁쓸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어느 순간부터 유튜브가 다른 영상을 노출해 주기 시작하면서 악플도 줄어들었다. 정말 “시간이 약이다”는 말이 여기서도 통할 줄이야.


그런데 나와 함께 시작한 친구는 또 다르게 극적인 조회수 변동을 경험했다. 어떤 영상은 조회수가 10도 안 나오는가 하면, 한 영상이 15만 뷰를 찍으면서 구독자 수가 단숨에 올라가는 일도 있었다. 그런 걸 보면 유튜브도 운발이 있나 싶고, 가끔은 나도 그런 운발이 있었으면 싶기도 하다. 세상사처럼, 때로는 그냥 한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쇼츠를 시작한 지 이제 20일이 되었고, 구독자 수는 183명, 조회수는 11.5만이다. 아직 떡상은 아니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은근 재미있다. 누군가는 "바쁜데 그것까지 하냐"라고 하지만, 이게 바로 내 취미 생활이자 활력소다. 그리고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맛도 꽤 달콤하다.


다음 영상은 또 어떤 반응을 얻을까? 오늘도 나는 숫자가 오르는 그 작은 즐거움을 기대하며 새로운 쇼츠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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