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by 루카

나는 카페인을 좋아한다. 이렇게 말하면 커피 중독인 거 같지만 실상은 하루에 한 잔, 이상은 잘 안 마신다. 그런데 한 잔은 꼭 마신다. 아, 이렇게 꾸준히 하는 것이 중독이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중독이 맞다.


어쨌든 나는 카페인을 사랑한다. 육아를 하면서 나에게 힘을 준 것도 카페인이고 지금도 하루하루 기동력을 만들어 주는 것도 카페인이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커피가 주는 행복이 크다.


사람을 만나서 마셔도 좋고 만나지 않고 혼자 마셔도 좋다. 커피 한 잔은 마셔줘야 잠에서 깨어나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가 커피 중독이라고 해서 커피가 음료 같은 건 아니다. 한 잔만 마시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나는 카페인에 민감하다. 그래서 한 잔만 마셔도 정신이 번쩍 든다. 물론 늦은 저녁에 마시면 잠이 안 오기도 한다. 그래서 아침이나 점심 정도에 한 잔만 마신다는 나만의 룰이 있다. 이렇게까지 마셔야 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사람에게 한 가지씩 자신의 기운을 돋게 하는 것이 있는 법이니까. 물론 안 마시고 싶어서 끊은 적도 수십 번이나 된다. 커피를 안 마셔서 좋은 점도 확실하기 때문이다. 몸이 좀 가벼워지고 한꺼번에 피곤한 일이 줄어든다. 그러니까 주말에 몰아서 쉬느냐 하루하루 나눠서 피곤하냐, 정도의 차이인 것 같다.


카페인에 민감한 나는 카페인이 내 미래의 체력을 가져다 쓰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 잘만 조절하면 저녁에 지쳐서 잠에 골아떨어지기도 한다. 수면을 도와주기도 하고 방해하기도 하는 것이다.


카페인에 대해서는 개인의 차가 분명할 것이다. 아예 못 마시는 사람도 있고 마셔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까. 나는 영향은 있지만 적당히 그 영향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중독이라는 것이 무서운 건 한 잔을 마시면 두 잔이 마시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하루에 두 잔을 마시는 나를 느끼면 다시 조절을 한다. 그냥 나와의 약속이다.


사람들과 있으면 나는 급격히 체력이 저하되어서 조용한 타입이다. 그런데 카페인의 힘을 조금만 빌리면 활기차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정도로 사람이 바뀐다. 어떨 때는 약보다 더 무서운 것이 카페인이다.


사람을 이렇게 변하게 하다니, 대단한 녀석.


그래서 나는 카페인을 찬양하는 편이다. 가끔 잊고 안 마시면 어김없이 두통이 온다. 이것도 중독의 한 현상이다. 이런 것을 일주일 견디면 아예 안 마셔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한국에 널린 게 커피숍이고 사람을 만나는 주 장소가 되기도 한다. 한 잔 정도는 마시는 게 좋다. 그렇다고 내가 술자리를 가는 것도 아니니까.


술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냥 개인의 취향이다. 그리고 엄마는 저녁 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남편의 늦은 퇴근 후에 나가기에는 눈치가 보인다. 늦게라도 친구들과 어울리러 나가는 엄마들도 있다. 그 사람들을 향해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분들의 체력과 열정을 동경하는 쪽이다. 내가 체력이 안되고 술을 마시면 다음날까지 힘들어서 가지 않는 것뿐이다. 그러니 부디 오해 없으셨으면. 언젠가 나도 체력과 열정이 허락하면 나가서 놀 수도 있겠지 하는 막연한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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