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luJ Jan 18. 2024

돈도 주고 공부시켜 주는 이곳

퀘벡주에 살려면 불어는 해야지


첫 정부 불어 수업



타주는 모르겠지만 캐나다 퀘벡주의 경우 워크퍼밋 이상을 가지고 있다면 정부에서 무료로 지원하는 불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이민자들이 퀘벡주의 주 언어인 프랑스어를 배우고 퀘벡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 무료로 공부시켜주는 것도 모잘라서 일정 시간을 채우면 지원금도 주니 꽤 쏠쏠한 퀘벡주의 복지인 셈이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도 이 복지를 누릴 수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과거에는 모르겠지만 현재 퀘벡주로 넘어오는 많은 난민들과 이민자들로 인해 불어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내 차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몬트리올에 도착하자마자 정부 사이트에서 신청을 했고 확정메일이 오기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3개월 만에 연락을 받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반년만에 연락이 왔다고 한다. 나도 6개월 만에 이메일을 받게 되었고 정부 불어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직접 센터로 찾아가 취소된 자리가 있는지 묻고 등록을 진행하는 것도 빠른 방법이라도 인터넷에서 보았다.)

정부 불어 수업 교재

몬트리올 내에 정부 수업을 제공하는 센터는 몇 군데가 있다. 신청할 때 원하는 센터를 적기도 하는데 아닐 경우 가장 가까운 센터로 연결해주곤 한다. 다행히 내가 다닐 센터는 집에서 10분 거리라 마실 겸 다니기 좋은 거리이다. 정부 수업은 풀타임과 파트타임으로 신청할 수 있는데, 보통 풀타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4시까지 불어 수업을 듣는 것이다. 파트타임은 일주일에 3회 이상 수업 스케줄에 맞춰서 3시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팬데믹 때에는 온라인 수업도 있었다고 한다. 센터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가 다니고 있는 센터는 그렇다. 


첫 수업이 있기 바로 전날, 이메일이 한 통 와있었다. 아직 선생님이 정해지지 않아 이번주는 오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 이메일이었다. 우리나라였으면 엄청나게 욕먹을 만한 일처리였다. 하지만 캐나다는 우리나라처럼 일처리가 빠르지도, 변수도 많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할 때가 많다. 그렇게 선생님이 확정되고 나자 '언제부터 그리고 어디에서 수업을 할지' 두 번째 메일을 받았다.


수업 첫날, 지하철을 타고 수업을 받을 센터로 향했다. 눈이 쌓여있는 길을 헤쳐가며 센터에 도착해 교실을 찾는데 굉장히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아늑하고 따뜻했다. 메일에 적혀있던 교실로 가니 선생님이 'Bonjour!'라며 맞이해 주셨고, 한 교실에 나 포함 총 8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게 되었다. 분명 불어 초급반 수업인데 수업은 영어가 아닌 불어로만 진행되었다.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진행되는 불어 수업이었기 때문에 만약 불어를 일절 모른다면 따라가기 힘든 수업이지 않을까 생각이 되었다. 첫날 불어를 아예 모르는 친구 한 명이 있었는데, 결국 첫 수업 이후 완전 초급반으로 스케줄을 변경하였다.


첫날인 만큼 '이름, 출신, 나이 등' 자기소개를 할 때 쓰이는 가장 기초적인 것들부터 말하며 배웠다. 학생 한명식 돌아가며 자신이 어느 나라사람인지 말하는데 정말 다양한 나라가 모였음을 실감했다. 아시아인은 나밖에 없었고, 평소에 만나기 힘든 나라 출신의 학생들이 모였다. 시리아, 칠레, 이란, 나이지리아, 브라질 등 겹치는 국가가 하나도 없었다. 다들 어떻게 이 몬트리올을 알고 오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같은 처지의 이방인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으니 괜스레 내적 친밀감과 동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 같은 반 친구들과 스몰토크를 하면서 약간의 개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 내 옆에 앉았던 브라질 친구는 남편과 둘이 몬트리올에 왔다고 했다. 브라질에서는 테라피스트로 일을 했지만 지금 이곳에서는 청소일을 한다고 한다. 칠레에서 온 아저씨는 저널리스트로 일을 했는데 이곳에서는 아직 비자를 기다리며 8개월째 백수로 있다고 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온 친구는 몬트리올에 오기 전에 중국 우한에서 3년 동안 있었고 엔지니어로 일을 한다고 한다. 


나와 같은 국적은 아니지만 각자 고국을 떠나 몬트리올이라는 타지에 와서 언어의 장벽과 싸워가며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니 개인적으로 많은 위로가 되었다. 나만 이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든 게 아니구나도 느끼고, 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를 이 정부 불어 수업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몬트리올로 워킹퍼밋 이상의 비자를 가지고 들어오는 분들이 있다면, 퀘벡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는 예비 워홀러들이 있다면 오자마자 불어 수업 등록하기를 추천한다.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도 알아가고 소소하게 퀘벡 주정부로부터 용돈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다 같은 사과가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