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에서 3박 할 걸 그랬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장으로 향했다. 성인이 된 후 첫 해외여행이라 입국 심사 시 영어로 뭘 질문할지 조금 긴장한 상태였다. 주변을 살펴봤는데 공항 직원들의 표정은 왜 이리 어둡고 퉁명스러운지 다들 '나 일하기 싫어'라고 말하는 표정이었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내 앞에 선 사람들 모두 심사대에서 입 한마디 벙긋하지 않고 여권을 받아 나갔다. '여긴 정말 대충이구나'하는 생각으로 여권을 내밀었다. 입국심사원은 내 여권을 보더니 "It's Mia-"라며 미소 지으며 내 이름을 애교스럽게 부르더니 연신 중얼거렸다. 처음엔 그 행동에 나도 씽긋 웃어주었으나 왠지 나한테만 이런다는 생각에 비아냥거리는 것 같아 조금 불쾌했다.
설렘을 느낄 새도 없이 오랫동안 기다린 픽업 기사님을 만나 공항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의 도로는 매우 한적했다. 오른쪽 가장자리 차선의 폭이 좁은 것이 신기하여 '오토바이 전용차로인가?'추측하던 그 순간은 설렘뿐이었다. 모든 상점의 불이 꺼져 도로가 매우 어두웠지만, 가로등이 참 많고 밝은 모습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마치고 방으로 이동하는데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걷는 길 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두꺼비 소리가 크게 들리고 베트남 특유의 강한 향을 느끼며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에 집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떠나 왔다는 것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 설레거나 놀라거나
날이 밝고 설레는 마음으로 식당으로 향하는 길, 어젯밤 미쳐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내가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있다니!'
빼곡한 책장에 둘러 싸인 답답한 사무실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유난히 일도 탈도 많아 건강까지 잃은 터라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보상같이 느껴졌다.
밥은 또 왜 이렇게 맛있는 건지 여행지에서의 식사로 들뜬 것도 맞지만 음식 종류도 많고 음식이 입에 잘 맞아 먹는 재미가 있었다. 투본 강을 바라보며 뜨끈한 반미를 먹는데 아아... 말이 필요할까?
식사를 마치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마사지 숍이었다. 긴 비행으로 찌뿌둥한 몸을 풀고자 마사지를 받고 싶었다. 누가 내 몸을 건드리는 걸 좋아하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마사지는 받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갈 수가 있나!!! 후기가 좋아 가고자 했던 곳이 마침 숙소 바로 앞이었다. 리조트 직원 외에 처음으로 현지인을 만나는 일이었다.
"언니~!! 안녕하세요~~!"
한국어로 맞이해주는 직원이 재미있어 흥이 났다.
처음엔 따뜻한 물에 족욕을 하게 했다. 후에 가운으로 갈아 입고 마사지를 시작했는데 끊임 없이 "언니! 괜찮아요? 좋아요? 아파요?"라고 상태를 체크하고 말을 건네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할 수 있었다. 마사지사는 꼼꼼하게 지압해주었고 내가 요구하는 대로 잘 맞춰주어 만족스러웠다. 나의 원정 첫 마사지였는데 무엇이든 처음은 잘하는 곳에서 해봐야 한다는 말에 실감하며 마음 속으로 대성공을 외쳤다. 서비스로 받은 부엉이가방은 여행 내내 잘 사용했다.
마사지를 마치니 배가 고팠다. 베트남에서의 첫 식사로 쌀국수를 먹고 싶어 찜해둔 맛집으로 가기 위해 Grab을 호출하고 걸어 나왔다. 아기자기한 마을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옛날 풍경 같았다.
Grab 기사가 가져온 차는 현대의 엘란트라였다. 우리나라 것이라 괜히 반가웠다. 그런데 클랙슨(소위 클락션)을 계속 울리는 것이다. '왜? 무슨 일 났나?' 멈추지 않는 소리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누구든 쉴 틈 없이 계속 빵빵거렸고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혼재되어 달리는 모습은 너무 아슬아슬하여 내내 불안했다. 그 와중에 Grab 기사는 우리에게 바나힐에 가지 않느냐며 본인 차를 타라고 흥정을 시작했다. '그래, 우리가 가면 너를 또 찾겠다.'하고 대충 얼버무리고 첫 탑승 기념으로 1$의 팁을 주고 점심 식사할 곳 근처에서 내렸다. 숙소 근처에서 탐승해서 올드타운까지의 요금은 22,000동이 나왔다. 한국돈으로 1,100원이다. 그런데 팁을 1$나 주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아마 그 기사는 횡재했다고 생각했거나 바보들이라면서 좋아했을 것이다.
올드타운은 몇 블록이 이어진 넓은 규모였고 호이안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유적지와 쇼핑이 가능한 상점 그리고 재래시장이 있었다. 중국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처럼 중국이 생각나는 풍경이 펼쳐졌다. 전통적이고 예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이 신기하고 설렜다.
베트남 동으로 환전을 위해 재래시장 가장 끝인 금은방 거리로 걸었다. 와... 그런데 더워도 너무 더웠다. 숙소에서 조식을 먹으러 가는 사이의 더위는 참을만 했는데, 본격적으로 놀러 나오니 줄줄 흐르는 땀은 휴대용 선풍기로도 막을 수 없었고 그 조차 짐이 되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가는 길에 작은 상점에서 급한대로 달러로 생수를 샀다. 그나마 살 것 같았다.
몇 개의 금은방 중 문이 열린 곳에 들어갔다. 환전하러 왔다고 하니 계산기를 꺼내어 우리에게 가격을 제시했다. 1$를 22,070동에 제시했다. 인터넷으로 조회해보니 호이안 금은방에서는 평균 22,7000동에 환전해준다고 봤기에 관광객이라고 얕보나 싶어 우리는 다시 가격을 제시하였다. 바로 OK를 외치는 사장님의 모습에 너무 싸게 불렀나 싶어 허탈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돈으로 계산해보면 얼마 차이나지 않는 금액이니 열을 올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베트남에서는 '흥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무더위로 쉽게 지쳤고, 사람이 많아 북적북적하니 불쾌지수가 쉽게 높아졌다. 점심 식사를 하면 기운이 날 것 같은 예감에 조금 더 힘을 내자며 쌀국수가 맛집으로 향했다.
이 글의 Tip
결제 시 주의하자
바로 OK하지 말자
호이안 재래시장의 금은방 앞 거리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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