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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_행복> 호이안에서 발병 났다 ③

호이안에서의 마지막 밤이 너무나 아쉽다

by 루미썬

언니~ 배타요!


하늘이 제법 어둑해진 시간이었다. 해가 지고 있는데도 후끈거려 손부채질을 하며 골목을 걸어 나왔다. 숙소와 야시장이 가까워 흥이 오른 분위기가 금세 느껴졌다. 올드타운과 야시장은 투본 강을 사이에 두고 나뉜다. 석양이 질 때쯤 투본 강가는 낮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 풍경이 아름다워 잠시 멈춰 사진을 찍었다.


식당 라인
투본강 라인, 소원배


서로를 찍어주던 우리에게 누군가 슬그머니 다가와 속삭였다.


"배 타요~~~!"


강에서 배를 타고 소원을 빌며 등을 띄우는 일명 '소원배'를 타라고 했다. 해외여행 다녀온 사진을 보면 도심에 있는 강에서 이런 배를 타는 모습이 늘 부러웠기에 소원배 타는 갓을 한국에서부터 찜해두고 가긴 했다. 그러나 직접 본 투본 강의 물은 너무 더러워 배를 타고 싶은 마음이 쏙 들어갔다. 그 잠깐 사이에 우리에게 호객하는 사람이 대체 몇 명이었는지, 3보 1인(세 걸음에 1명씩;;;) 수준이었는데 그때마다 정중히 거절했다. 한 명에게 거절하면 다음 사람이 와서 물어보고, 또 거절하면 그 옆에 있던 사람이 와서 물어보는 시스템(?)이었다.


강가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 식사 장소를 탐색하기 위해 식당 라인으로 걸었다. 그랬더니 이번엔 지나가는 곳마다 "언니! 쌀국수 있어요!"라며 자기네 식당이 맛있다고 어떻게든 데려가려고 따라왔다.

"하..."

잠깐이었는데 너무 지친 우리는 야시장 쪽의 호객행위에서 너무나 벗어나고 싶어서 올드타운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미노스파에서 받은 가방과 함께 / 거리가 예뻐서 찍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예쁘게 찍힌 게 별로 없다 ㅠㅠ




낮과 밤의 시선


밤에 보는 올드타운은 낮에 본 풍경과 많이 달랐다. 분명 같은 거리인데 가게마다 조명이 들어오니 정말 예뻤다. 어디에서 찍든 포토스폿이었고 그저 아름다웠다. 묘하게 낮에 보는 상품보다 밤에 보는 상품이 더 예뻐 보여 쇼핑욕구까지 스멀스멀 올라왔다. 부모님께 드릴 스카프를 사지 못했는데 가장 예뻐 보이는 곳에 들어가 흥정을 시작했다. 호이안의 쇼핑 물가는 다낭보다 훨씬 비싼데 절대 깎아주려고 하지 않는다. 사장님과 씨름하다가 한 장에 500,000동이라고 한 것을 두 장에 710,000동까지 깎았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호갱가에 구매한 것 같아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부모님 선물이니 그냥 넘어갔다. 잘 샀다고 믿고는 주린배를 채우러 맛집 리스트 중 한 곳으로 갔다.


모닝글로리 2호점은 투본강가에 위치해 분위기가 좋다. 식사를 하며 찍은 사진이다.
화이트로즈와 쌀국수
분짜와 칵테일


사실 이곳은 한국인에게 매우 유명한 곳이라 가지 않으려고 체크해둔 곳이다. 한 바퀴 돌아보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작은 테라스에서 맥주를 마시는 외국인의 모습에 매료되었다. '나 자유로운 여행자요!'라고 말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여행 에세이의 한 컷으로 기억될 모습이었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음식은 잘 맞았다. 베트남에서 처음 맛보는 쌀국수였기에 왜 한국에서는 이런 맛을 못 내는 건지 아쉬워하며 감탄하며 먹었다(이때는 그랬다...). 그런데 양이 너무 적은 거라. 그리하여 하나씩 먹어보고자 새로운 메뉴를 계속 주문했다. 칵테일도 세 잔이나 마셨다. 의외로 너무 맛이 없어서 다른 것은 맛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었으나 점심에 마셨던 타이거 맥주가 훨씬 맛있었다. 그래도 칵테일인데 한 잔에 3~4,000원 정도였으니 세 잔을 시켜도 부담이 없어 만수르가 된 기분이었다. 푸짐하게 주문하고도 결제한 금액은 정말 저렵했다. 여행의 재미 중 하나는 맛집 탐방인데 돈 걱정 없이 먹어도 되니 매우 행복하더라.


기분 좋게 숙소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지금까지 야시장이 아니라 올드타운을 다시 구경한 것임을 깨닫고 야시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야시장은 수많은 노점이 늘어서 있었다. 길의 양 끝과 가운데, 세 줄로 노점이 늘어서서 군것질 거리나 부엉이 가방, 서예 용품, 대나무등, 불상 등 다양한 기념품과 소품을 판매했다. 흥겨운 음악도 흘러나와 분위기를 띄웠다. 소소하게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사진 한 장 못 찍은 것이 아쉽다.


야시장에서 눈에 띈 것은 대나무등이었다. 대나무 갓 안에 전구가 들어 있는 무드등이다. 160,000동 정도 했는은데 크기도 다양하고 모양도 예뻐서 신혼인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돌아갈 때 수화물이 걱정되어 그냥 왔는데 지금도 마음에 많이 남는다. 야시장부터 둘러보았다면 여기에서 조금 더 오랜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데, 너무 지친 우리는 그냥 훑어만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개운하게 씻고 나니 나른해졌다. 평소 자주 잠에서 깨도 오늘은 푹 잘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피로도가 심해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약 20,000걸음을 걸었더라. 여행 첫날의 설레는 마음으로 에너지가 가장 넘치는 상태였기에 중간에 고비가 왔어도 기분 좋게 다녔다. 오늘 우리 정말 대단하다고 수고했다고 토닥였고 내일을 기대하며 바로 잠들었다.


20,000걸음의 영향력을 이때는 전혀 몰랐다.



이 글의 Tip

호이안에서는 나를 찾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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