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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_행복> 호이안에서 발병 났다 ②

신들린 사람처럼 쇼핑을 했다

by 루미썬

한국인 맛집?


생각보다 작은 쌀국수 맛집은 이미 만석이었다. 지친 상황이라 대기할 에너지가 없었다. 더군다나 식당에는 온통 한국인이었다. 실망한 우리는 바로 맞은편에 있던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BALE WELL'도 올드타운에서 가보고 싶은 식당 중 한 곳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다.


조식을 제외하고 현지 식당에서 맛보는 첫 끼니였다. 메뉴는 한 가지였고 인원 수대로 주문하면 된다고 했다. 1인당 얼마냐고 물었더니 12만 동이라고 했다.


"6만 원이라니.... 너무 비싸잖아!!"


B는 놀란 내게 6천 원이라고 정정해주었다. 머쓱했던 나는 그제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었다. 반쎄오 맛집으로 유명한 곳인데 보기에는 위생상태도 괜찮아 보였고 음식 맛도 좋았다. 원래 파리는 함께하는 대상이니 위생불량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하.



2018.06.12 @호이안 Bale Well



아쉬웠다면 그 누구도 더위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것! 그렇다. 에어컨이 없는 곳이었다. 뜨거운 열기를 따끈따끈한 선풍기 바람으로 위로받아야 했다. 베트남 여행을 마음먹었다면 더위는 신경 쓰지 말자. 포기해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도 맥주와 함께 먹으니 진짜 꿀 맛!!! 처음에 가져다준 맥주가 미지근해서 시원한 것으로 바꿔달라고 했더니 차가운 맥주로 바꿔주어 매우 행복했다! 배부르고 맛있게 먹고 맥주까지 마셨는데 260,000동이 나왔다. 이 가격 실화임?



더위 앞에 장사 없다



역시 밥을 먹으니 힘이 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너무 더워서 조금만 걸어도 금방 지쳤다. 카페로 가자!!


올드타운에는 '호이안 로스터리 카페'가 정말 많다. 체인점이라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칠 때마다 간절한 타이밍에 예쁜 인테리어로 유혹했기에 결국 들어가 잠시 머물렀다. 코코넛 커피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베트남에 가면 코코넛 커피는 꼭 먹어야 한다고 하니 고민 없이 고르고, 무더위에 당은 필수라 아이스크림까지 추가! 커피에 코코넛 과육을 넣은 거라 마시다 보면 조금은 걸쭉하게 무언가가 씹힌다. 달달한 맛 + 과일 맛 + 커피 맛의 조화로 맛있었다. 하지만, 이 무더위에 어울리는 음료는 아니었다. 갈증이 너무 심해졌어....



HOI AN ROASTERY CAFE



점심 식사를 했던 'BALE WELL'과 이 카페에는 한국인이 많지 않아 정말 좋았다. 여행하는 기분을 마음껏 느꼈다. 그렇게 기운을 차리고 올드타운을 구경하며 쇼핑을 하러 갔다. 노란색 벽이 예스러운 분위기를 더 자아냈고 푸른 나무와 홍등이 어우른 감각적인 분위기가 참 좋았다.



OLD TOWN


쇼핑이 뭐라고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도 다양했다. 의류, 패션잡화, 식료품, 생활소품, 중고책까지 특이하고 매력적인 것이 많아 걷는 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이미 호이안과 다낭의 쇼핑리스트를 작성해서 갔기 때문에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올드타운을 걷다가 재래시장으로 넘어가 마사지숍에서 먹었던 코코넛 과자를 샀다. 과자 두 종류만으로 벌써 한 짐이 되었다. 지나가다 유아용 코끼리 바지가 너무 예뻐 선물로 주려고 충동구매했다. 2장을 흥정하여 210,000동에 샀는데, 흥정해서 깎았다는 기쁨에 호갱이 되었음을 알지 못했다(다음날 다낭에서는 성인 코끼리 바지 하나를 60,000동에 구입했다).




재래시장을 걷다가 바나나 팬케이크를 만드는 아저씨를 만났다. 매우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더위를 먹은 상태라 갈증이 많이 나서 그냥 지나쳤다. 시장 구경의 꽃은 군것질인데 먹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하지만, 열대과일의 천국에 왔으니 망고는 꼭 먹어야만 한다! 망고 1kg를 30,000동에 살 수 있었다. 1kg면 큰 사이즈 1개, 중간 사이즈 1개 정도이다. 바로 먹을 거라 샛노랗게 잘 익은 것으로 골랐다. 그렇게 망고까지 샀지만 내게 구입할 것이 아직 남아있었다. 바로 '거북이 줄자'. 패션 디자인을 하는 동생에게 꼭 선물하고 싶었던 아이템이기에 정말 열심히 올드타운을 돌아다녔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B는

"저기에 가서 이걸 사야 해! 그곳을 찾아서 저걸 사야 하는데 그곳이 보이지 않아!!!"

라고 외치던 내가 꼭 신들린 사람 같았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생각나는 당시의 내 모습은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그게 뭐라고 그걸 사야 한다고 양손 가득 짐을 들고 그 인파 속에서 양 끝을 오갔는지... 그런 나를 묵묵히 도와준 B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렇게 다니다 보니 돌아온 후 후회되는 것은 눈으로 담았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두지 못했다는 것. 사진으로 남기다가 직접 보는 것만큼 예쁘게 담기지 않아 포기했는데 생각해보면 시장은 예쁘게 담기 위함이 아니라 현지인들의 삶을 담을 수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에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너무 많이 걸어 지친 우리는 결국 앞에 보이는 호이안 로스터리 카페에서 다시 쉬어가기로 했다. 가기 싫다 외쳤으나 몇 시간 만에 두 번째 방문이었다.


HOI AN ROASTERY CAFE


우리나라에서 스타벅스 보는 것만큼 많이 있는 것 같다. 시원한 주스가 먹고 싶어서 오렌지 주스와 파인애플 주스를 주문했다. 생과일 100%로 무색소에 시럽 맛이 나지 않았으며 우리나라의 과일주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 주스를 맛 본 이후로 평소 좋아하던 스타벅스 병과일 주스도 맛이 없게 느껴졌다. 한 잔에 65,000동이라는 가격은 더 매력적이다.



거북이 한 마리 잡으려다...


아직 찾지 못한 거북이 줄자를 사러 다시 길을 나섰다. 구입한 사람들의 후기로 위치를 추측하던 B의 미친 길 찾기 실력을 동원하여 마지막으로 간 상점은 놀랍게도 올드타운을 가장 처음 둘러볼 때 내 취향의 소품이 많아 한참을 머물다 나갔던 곳이었다. 직원에게 내가 찾는 물건을 보여주니 그 역시 내가 손에 잡았다가 내려놓고 간 것이었음을 알게 된 나는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고 B에게 너무 미안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대역죄인이 되어 이 줄자를 꼭 사야겠냐고 불평 한마디 없이 참아준 B에게 너무나 고마워 눈물 흘릴 뻔했다. 예쁜 그릇에 관심이 많아 코코넛 그릇도 지나칠 수 없었다. 줄자 한 개와 그릇 한 개 각각 50,000동 정도에 구입했다. 줄자는 한국에서도 3,000원 정도 하기 때문에 비슷비슷하더라고. 다만, 더 예쁜 모양이 많았는데 이미 한국인이 많이 구입했는지 내가 고를 땐 종류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


꼬리와 코를 당기면 줄자가 나온다.


미션을 완료하고 숙소로 향했다. 목적을 이루고 휴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한 귀갓길이었다. 야시장은 5~6시쯤부터 구경하면 좋다고 하여 잠깐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쇼핑한 물건을 정리하고 챙겨 온 플라스틱 커팅 칼로 망고를 깎았다. 햄버거나 롤케이크를 자를 때 쓰는 작은 칼이 기내 반입도 가능하고 부드러운 망고를 깎기에는 제격이다.



역시, 망고는 진리! 시원하게 샤워한 후 에어컨 아래에서 먹는 맥주와 망고의 조합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1,500원어치의 망고를 먹으며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무더운 날 집에서 뒹굴며 시원하게 과일을 먹는 자유로움과 비슷하려나? 4박 5일간의 일정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일 정도로 기억에 많이 남는 순간이다.



빈 훙 리버사이드 리조트의 침대는 참으로 편안하여 잠이 잘 왔다. 뒹굴뒹굴 누워서 휴식을 취하다가 가장 시원한 옷으로 갈아 입고 호이안의 명물인 야시장 구경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 글의 Tip

호이안과 다낭 중 어디에서 쇼핑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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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낭에서 필요한 준비물 https://brunch.co.kr/@lumissun/3

* 예상 일정 및 실제 일정 https://brunch.co.kr/@lumissun/4

* 호이안과 다낭 숙소 비교 https://brunch.co.kr/@lumissu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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