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제일 신나
2025년 7월 22일 화요일
1. 스페인어 수업 루틴
매일 두 시간씩, 스페인어 수업은 특별한 일 없이 무난하게 흘러가고 있다. 영어 반 스페인어 반이라 실력이 느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수업의 주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게 즐겁다. 오늘은 “미술 작품이 아티스트가 태어난 나라에 있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시작되어서 예술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 나라에 있으면서 그 나라의 관광 문화에 기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큰 미술관에 전시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과 직결되지 않아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슈에도 쉽게 답을 내기가 어렵다. 인생의 중요한 문제라면 더 어려워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딱 떨어지는 정답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불가능한 꿈을 꾼다.
출신 국가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선생님들의 특징이 눈에 띤다. 이탈리아 출신 M선생님은 전형적인 이탈리아 사람답게 강사-학생의 관계도 친구처럼 생각하며 수업을 하지 않는 날에도 안부 인사를 잊지 않는다. 진심 어린 리액션과 공감은 덤이다. 스페인 출신 R선생님은 전형적인 스페인 사람답게 수다스럽다. 그래서 대화 주제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자국민이 바라보는 스페인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함께 불평하는 시간이 흥미로웠다. 관광지에 사는 지역주민은 모두 관광객을 싫어한다ㅋ 독일 출신 A선생님은 전형적인 독일 사람답게 수업에 체계가 있는 것을 좋아하고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흔치 않다. 물론 어머니의 나라인 페루 얘기 시작하면 또 달라지지만ㅎ
2.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여행
오늘은 왠지 가스파초가 먹고 싶었다. 날씨가 매우 덥고 매일 조금씩 더 더워지고 있는 여름 날씨에 딱 어울리는 점심 메뉴다. 구글에서 가스파초를 검색했더니 어학원에서 650m 정도 떨어진 곳에 평점이 아주 좋은 바가 있었다. 12분 정도 걸어가서 가스파초와 해산물을 먹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혼자 여행하는 사람의 특징. 검색해 둔 장소에 거의 도착했을 때 음악이 좋고 에어컨이 빵빵한 작은 카페테리아를 발견했다.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는 걸 보니 뭔가 로컬 맛집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냥 들어가 보기로 했다.
다양한 타파스가 있었지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많아서 우선 쿠바 샌드위치를 선택했고 틴토베라노를 마셔 보기로 했다. 그런데 왜 서버가 레드와인을 갖다 주지? 하하하 Tinto de verano라고 주문해야 하는데 Vino tinto라고 말해버렸네;; 요즘 스페인어를 조금씩 말할 수 있게 되면서 아무 말 대잔치가 열리고 있다. 신중하게 말했어야 하는데 대낮부터 레드와인을 마시는 미친 여자처럼 보이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이라 냉장고에서 나온 차가운 레드와인은 은근히 맛이 좋았다. 이렇게 본의 아니게 낮술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알리칸테의 화요일.
5유로짜리 샌드위치가 진짜 크다. 물론 채소의 질이 매우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크게 상관없다. 싼 가격에 샌드위치가 크니까! 이 정도면 집에서 요리하지 않아도 가성비 있게 점심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어설픈 와인바보다 좋은 와인 글라스를 내어주는 곳이다. 오호라, 음식 가격도 싸고 와인 글라스도 고급이라니 뭐지? 건물주가 운영하는 카페테리아인가? 모든 게 맘에 드는 곳이다. 약간 취해서 무한정 관대해지는 중이다. 결론, 낮술은 모든 행복의 근원이다><
검색해 둔 카페테리아 가는 길에 그냥 눈에 띄는 카페테리아 대충 들어가기. 해산물 먹으려고 했지만 메뉴 복잡해서 그냥 아는 맛 샌드위치 먹기. 스페인어로 주문 잘했다 생각했는데 말 꼬였는지 대낮부터 레드와인 마시기.
계획대로 안 될 때 가장 신나는 여행. 작은 것에 괜스레 행복해지는 날이었다.
3. 도서관 루틴
에어컨이 빵빵한 도서관이 최고다. 여유로운 날이라서 좋아하는 유투브 예능을 시청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쉬다 보면 스페인어 공부 욕구가 뿜뿜! 맘 잡고 기본동사 100개와 불규칙동사변형 여러 개를 외웠다. lingua.com에서 읽기 루틴을 추가했다. 조금씩 읽을 수 있는 단어가 늘어간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한 날,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