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과 맛을 즐기기
주말, 잠시 친정에 들를 일이 있어 부모님께 연락드렸다.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 "와서 삼겹살 먹고 가라~." 소주 한 잔이 고프신가보다 싶어 알겠다 바로 대답하곤 출발 준비를 했다. 사실 나도 집에 다 같이 둘러앉아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고팠던 듯하다. 집에 도착해 보니 집에 향긋한 향기가 한가득이다. 분명 삼겹살이라고 하셨는데, 주방을 보니 이런저런 야채들이 널브러져 있다. 우리 아빠는 나무나 풀, 약초 등에 관심이 많으시다. 산에 오르면 이런저런 식물들의 이름을 알려주시곤 했다. 고모 댁에서 한 아름 가져오셨다고 한다. 삼겹살이 메인인지 야채가 메인인지 모를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니 가는 길에 더덕을 챙겨주셨다. 자꾸만 더 담으려는 엄마에게 못 먹으니 조금만 담아 달라 신신당부하고,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엄마의 PICK은 고추장 더덕구이! 간단하게 레시피를 전달받아 이게 되려나 반신반의하며 레시피에 맞춰 하나씩 따라 했더니 기대보다 훨씬 괜찮은 결과물을 만났다:)
사용한 재료
더덕
소금 1스푼
식용유
깨 조금(톡톡)
양념 재료
고추장 2스푼
고춧가루 조금(톡톡)
진간장 1큰스푼
참기름 1큰스푼
다진마늘 1스푼
올리고당 1스푼
더덕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세척해 준다. 더덕을 데치면 진액이 나오는 것을 막아줘 껍질을 까기 쉽다고 한다. 끓는 물에 소금을 한 스푼 넣은 후 더덕을 30초 정도 데쳐준다. 너무 오래 데치면 향이 날아갈 수 있다.
데친 더덕은 식힌 후 껍질을 벗겨주기. 긴 아이들은 껍질을 까는 게 어려워 까기 편하게 잘라주었다. 껍질을 벗긴 하얀 더덕은 세로로 이등분해 주고, 봉투에 넣어 방망이로 누르거나 두들겨 펴준다. (집에 요리용 방망이가 없어 머들러 봉을 사용했다.)
그리고 양념장을 준비! 양념장에는 고추장과 간장, 올리고당, 다진 마늘, 참기름을 넣어주고 약간의 고춧가루를 추가한 후 잘 저어준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납작하게 편 더덕을 중불에 구워준다. 색이 노릇해지면 미리 만들어둔 양념장을 발라준 후 약불에 구워준다.
적당히 구우면 더덕구이가 완성된다. 기호에 따라 깨를 뿌려주기!
한 입 넣자마자 나와 남편은 두 눈이 동그래졌다. 생각보다 너무 향긋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루나 폼 미쳤다. 내가 이걸 만들다니!"라고 외치고 말았다. 솔직히 그동안 만들었던 요리 중 가장 공수가 많이 들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요령이 없어 그런지 만든 후 팔이 아프기도 했다. 그래도 그 맛과 식감이 너무 좋아 절로 맥주생각이 간절할 정도였다.
우리는 바로 부모님께 연락드려 감사 인사와 함께 다음에 방문해서 더덕을 더 받아 가겠다는 예고장을 보냈다. 엄마가 "더 주지 말라며~ 안 가져간다며~."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는 소리가 들려와 무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애교를 무기로 꺼낼 수밖에 없었다.
한식당에서만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던 더덕구이를 집에서, 그것도 내가 만들어서 먹다니! 성장하는 요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