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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Luna Sep 08. 2022

시선을 외부에서 '나'로 돌리다

커리어 컨설팅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직업 상담사까지 찾아갔습니다. 상담사는 각각 다른 단어가 적힌 수백 장의 카드를 늘어놓았어요. ... 일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가 적힌 다섯 장만 ... 그 안에서 순위를 매기게 했어요.


“... ‘하나의 직업에서 원하는 모든 걸 얻을 순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가질 수 있다.’ 저는 제가 진정으로 즐기는 상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창의적인 에너지가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게 중요했어요. 창의적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얻거든요.”


브라운은 비로소 자신의 욕구를 똑바로 보게 됐습니다. 갑자기 모든 게 쉬워졌습니다. 디즈니부터 크고 작은 패션, 뷰티 회사의 문을 두드렸어요. 그중 에스티 로더로 이직합니다.


“폴린 브라운: 재무제표에선 보이지 않는 브랜드 성공의 변수, 미적 지능”. 롱블랙



휴직을 결정하고 맨 처음 했던 일은 ‘이직’을 알아보는 거였다. 먹고살아야 하니 재미없다고 대책 없이 직장을 때려칠 수는 없었다. 고용시장에서 내 위치는, 내 연봉은 어디쯤일까.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직무부터가 난관이었다. 공무원 이전 재직 직종은 경력단절이 오래돼서 불가능해 보였고, 공무원은 업무 특성 자체가 generalist이기에 나만의 뚜렷한 ‘업’을 내세우기 어려워 보였다. 그나마 총무 관련 부서? 불행히도 관련 일자리는 현재 내 연봉보다 낮았고, 다시 규정대로 따라 하는 업무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정체되어있는 조직에서 유난히도 열심인 사람이었다. 취미가 독서라든가, 대학원을 다니는 것만으로도 그러했다. 스스로는 바보가 되는 것 같아서 괴로웠지만 말이다. 


휴직 중에 가끔 만난 동기들과 직장 동료들은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 휴직인데 좀 쉬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휴양지도 다녀왔지만, 몸은 쉬고 있어도 머릿속은 정제되지 않은 감정과 생각으로 뒤엉켜 무거워졌다. 


일단,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한다.) 


내가 나를 잘 알아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았다면,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있다면, 삶의 목적이 뚜렷했다면, 휴직도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생산성 있게 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나를 몰라서 답답했기에, 작은 것부터, 흥미가 가는 모임 등에 일단 문을 두드리는 걸로 시작했다.

첫 번째는 커리어 컨설팅이었다. 



시선을 외부에서 나로 돌리게 만들어준 컨설팅


고용시장에서 내 위치를 확인한 뒤 좌절감에 빠져서, 커리어 컨설팅을 신청하여 받아보았다. 당시에는 휴직을 막 결정하고 난 뒤라 내가 나를 모른다는 사실 자체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여서 컨설팅에 큰 수확이 없다고 느꼈다. 


‘당신의 이력을 검토한 결과, 00 직무가 맞을 것 같다’는 명확한 결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는 게 우선이라 했다. ‘아, 결국 답은 내가 찾는 것이구나’라며 약간의 허탈감도 느꼈다. 


돌이켜보니, 수동적으로 타인에게 내 인생의 결정권을 맡겨서는 안 되고, 주체적으로 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기본 중의 기본을 몰랐구나 싶다. 


이건 갭이어 동안 계속 느끼고 있는데, 나는 회사에서는 현황을 분석하고 보고서 따위를 써왔으면서, 남의 일에는 그렇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 놓고는, ‘정작 왜 나에게는 관심이 없었지, 왜 내 개인 보고서는 안 써왔지(목표, 현황 및 문제점, 개선방향 따위 말이다)’ 싶다. 


공무원 이전 직무를 그만둔 것을 후회한다고 했을 때, 커리어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지적에 크게 공감했다. 물론 그때는 힘들다는 감정에 갇혀있기는 했지만,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돌파구를 마련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 그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노력 중이다.


격려도 해주셨다. 사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도 직장인 중 5%라고. 마치 내가 경력 단절 여성이 된 것 같다는 의기소침함에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공무원이 평생직장이 될 수 없다. 발령사항에 따라서 얇게 관련 법령과 업무 지침을 익히고 또다시 다른 부서의 다른 업무를 익히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뚜렷한 강점을 찾고 싶다는 고민도 털어놓았다. 이에 나만의 뚜렷한 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스토리가 될 수 있다고 힘을 주셨다. 


아웃풋(결과물)은 힘을 잃었습니다. 이제는 프로세스(과정)의 시대죠

                   “프로세스 이코노미: 아웃풋의 종말, ‘과정’을 파는 시대가 왔다”. 롱블랙


(요즘 내가 꽂힌 지식콘텐츠 롱블랙에서 가져온 문장, 결과보다 과정, 사사로운 이야기가 주목받는 시대에 나의 방황 여정도 의미가  있을 거야! 방황하는 직딩들이여 함께 방황 일지를 써보자?!라는 생각으로 가져와봤다.)


관심 있는 업계에 대한 코멘트도 해주었다. 스타트업 선택 시 중요한 기준(시장 전망, 성장하는 회사인지, 스타트업 대표의 마인드 등), 추천 회사, 추천 도서 등등 이 과정에서 밑미도 알게 되었고. 새로운 업으로 도전할 때는 몰입과 노력, 신선한 발상 등도 당연히 수반되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지금은 무엇보다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관심의 방향을 외부가 아닌 나로 바꾼 중요한 계기였다. 성공과 행복의 잣대를 사회적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말이다. 갭이어를 커리어 컨설팅으로 시작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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