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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 Aug 28. 2020

나의 시, 나의 사랑, 나의 결별

분쇄된 기억의 시간 



그 시간들에 손대지 않았어

추위가 몽글어 있던 낯익은 바람을 맞고 

함께 걸었던 그 길마다

그 골목에 인사하던 너의 짐이 나가던 그 차가 마지막이 아니었는데도. 

얼굴을 지워도 알아볼 수 있지

머리카락, 턱수염의 사소한 부분, 서 있는 자세,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하얗고 긴 손가락

너는 그렇게 내가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 

그래도 나는 알 수 있겠지

너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같았던 날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이제, 홀로 기억과 암투하며 매일을 결별하는 꿈을 꿔

인과율의 세계관을 벗어나 

떠난 것이 돌아올 수 없는 사소한 우주의 법칙을 떠올려

목적이었던 사랑을 되돌리거나, 

내 모든 것을 던져버릴 수 없어진 지금이 이 현실이 

한줄 주억거릴 수 없어져버린 남루한 지난 사랑이,

비울 수 없이 꽉 차버린 방에는

니가 버린 시간까지. 흩어져 떠다니는 입자들

질량을 만들려 기억을 뭉글인다.

나의 결별만이 무한하여 

또 떠돌아 너를 만든다.

너는 그렇게 내가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

그때도 너는 나를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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