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생기고 나서 제일 많이 돌아다녔던 곳은 여러 곳의 카페들인 거 같다. 통영에서 평창은 너무나도 멀었으니 가지 않았고, 주말에 남는 것은 시간이었다. 통영은 관광도시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서 개업한 개인 카페가 참 많다.
패널커피 전경
패널커피는 통영에서 제일 많이 들렀던 카페다. 작년에 썼던 도시촌놈의 공무원 독학기라는 메거진의 마지막 마무리 작업들을 여기서 대부분 했다. 이상하게 여기만 들어가면 일이 잘됐던 거 같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유가 다 있었던 거 같다.
일단 사장님 선곡 취향이 매우 나와 비슷하다. 사람들이 붐비는 것이 싫어서 매 주말마다 오픈 시간쯤에 들어가서 사람들 점심 먹고 '커피나 한 잔 마시고 들어갈까?' 하면서 몰리기 시작하는 시간에 나와서 점심을 먹고 들어가는 패턴이었는데, 사람이 없다 보니 아르바이트생들 보다는 사장님이 늘 나와 계신다. 이 분이 틀어놓는 음악은, 물론 카페에 음악이 뭐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나 싶지만, 적어도 멜론 탑 100을 '그냥' 튼다는 생각은 안 드는 음악들이 나온다. 보통 재즈나 R&B 계열의 팝이 많이 나온다. 혹은 연주곡 계열도 간혹 나오는데, 이런 이유로 나는 이곳에 갈 때 가방에 이어폰을 챙기지 않고 갔다.
커피 맛도 조금 다르다. 커피 맛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위에 나온 사진처럼 Dukes라는 로스팅 회사에서 나오는 원두를 사용한다. 진열도 해 놓는 것으로 보아 원두도 파시는 거 같다. 옆에 비슷한 디자인에 에티오피아 뮬리시(Ethiopia Mulish)라고 되어있는 것도 같이 진열되어 있는 걸로 보아 주력으로 쓰는 원두가 저거겠지 않나 싶다. 체인점 커피들의 평균적인 맛보다 좀 더 무게감 있고 진하다. 실제로 동기들하고 갔을 때 반응이 제일 재미있게 갈렸던 곳이다. '완전 좋아'와 '이거 좀 센 거 같다'. 나 같은 경우 전자였다.
자리 배치 또한 매장이 비교적 넓어서 그런지, 좌석 자체를 사장님이 많이 안 만들어서 그런지 적당히 잘 떨어져 있다. 인테리어 또한 밝은 분위기로 잘 되어있다. 특히 사진으로 찍은 저 무지개 모빌은 아기자기한 것이 조카들이 놀러 왔을 때 참 좋아했다. 이런 자리 사이의 거리감과 공간이 주는 느낌이 사람을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게 만든다. 가끔 스타벅스나 동네에 소문이 잘 난 카페에 앉았는데 여기가 시장통인지 모를 정도로 북적북적하고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 일은 적어도 이 집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북적북적한 오후 시간에도 '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은 정도로 사람에 치인 적이 없다. 처음에는 오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가 싶었지만, 하루는 객관적으로 진짜 할 일이 없어 주말 피크 시간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세어봤는데, 다른 카페보다 자리가 여유로웠던 거가 맞았다. 절대 오는 사람 수가 적지 않다.
죽림 시가지에서 가깝고, 여유로운 공간이 필요하다면, 여기가 무조건 1순위다. 통영에서 생활을 하실 분이 있다면, 꼭 가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