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통영하면 생각나는 음식이라하면, 일반적으로 충무김밥과 꿀빵, 굴 정도를 말한다. 그건 통영에 갓 발령받은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시간에 툭 던지신 계장님의 저 한마디에 먹으러 가게 된 도다리쑥국, 먹기 전부터 그 이름조차 낯선 음식에 호기심과 불안감이 마음 한 구석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가기 전에 슬쩍 이게 뭘까 싶어 검색을 했지만, 눈에는 광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 생선 한 마리 사진과(이 때는 아직 좌광우도*라는 말을 몰랐을 시기) '뭐야 저거... 설마 생선 지리에 그냥 쑥을 넣은 거야?' 싶은 사진을 보며 출근 첫 날의 점심을 짐작할 뿐이었다.
*좌광우도: '생선을 앞에서 봤을때 눈이 왼쪽으로 쏠려있으면 광어, 오른쪽으로 쏠려 있으면 도다리'
아는 음식점도 없었고 첫날부터 계점심에 빠질 정도로 용감하진 않았기에 조용히 따라나섰다. '로컬이 아는 맛집은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며 나를 설득시키면서.
통영의 또다른 별미인 멸치와 함께 (통영이 멸치도 참 맛있다.) 정갈한 상차림이 나오고, 드디어 오늘 처음 이름을 들어 본 '도다리쑥국'이 나왔다.
사실 강원도에서 먹던 쑥국은 된장국의 비주얼에 가까웠기에 맑은 국은 밍밍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도다리쑥국도 맑은 국이 아니라 된장 넣은 국도 있다.) 심지어 쑥이라니, 우리 조상님이 아무리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됐다지만, 쑥은 나에게 있어 불호식품이었다.
해쑥을 한 움큼 집어넣어서 푸르스름한 옥빛이 감도는 국물을 떴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마음속에서는, '대충 때우고' 나가자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어딘지 모르게 약간은 달고 담백한 국물이 입에 닿는 순간, 쑥향이 입에서 코로, 온몸으로 퍼졌다. 처음이었다. 쑥향이 향기로웠던 적이. 해쑥이라는 거, 엄청 향이 좋은 거구나. 도다리살은 촉촉하고 부드러워 '녹는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세상에, 이거 맛있네? 분명 (내 입맛에) 맛있을 리가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통영에서는 이게 '봄'인기라. 이걸 먹으니까 가슴이 확 뚫리제?" 옆에서 같이 드시던 주사님이 나직이 한마디 하셨다. 평소에도 말이 많지 않으신 분이 하신 그 한마디에 통영에서 이 음식이 갖는 의미가 느껴졌다. 제철인 봄 도다리와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어린 해쑥의 이 오묘한 조합이 여기서는 봄이 오니까 도다리쑥국을 먹는게 아니라 '도다리쑥국을 먹어야 봄이 오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게 한 것이었다. 얼떨결에 그날 점심은 '대충 때우고' 갈 점심이 아닌, 통영 봄과의 첫 만남이 되었다. 백석이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을 법했다.
* 도다리 쑥국 (개인적) 맛집:
1. 통영식당, 분소식당 - 명정동 통영해안로 근처(=여객선 터미널 근처) 집으로, 관광오시는 분들이 많이 가심. 인지도 면에서는 아마 제일 유명할 듯함. / 055-647-0188, 055-644-0495